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 - 준비 없이 떠나는 한나절 걷기 여행
손성일.강세훈.강주미.김난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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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
손성일 외/비타북스

어제 오후에는 이쪽으로 이사 온지 1년 6개월 만에 왕숙천 자전거 길을 다녀왔다. 집에서 자전거로 10분정도 달리면 진접에서 퇴계원 입구까지 연결되는 도보 및 자전거 길이 나온다. 자전거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퇴계원 입구가 나오고, 퇴계원부터는 지금 공사 중이라 더 이상은 길이 없지만 조만간 공사가 끝나면 구리로 이어지고 아마 서울의 한강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길이 조성되지 않을까. 자전거 동호인들도 오가고, 일부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양쪽 강가에 낚시하는 분들도 꽤 눈에 띈다. 수도권의 한 복판에 이런 멋진 곳이 내가 사는 동네에 있었다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내 다리로 걷고, 내 몸으로 바퀴를 돌려 이곳저곳을 다니는 기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자동차로 갈 때는 느끼지 보지 못하는 풍경, 길가의 식물들, 바람 냄새, 하늘 빛, 농부가 땀 흘려 가꾼 고추, 고구마 잎까지 길을 따라 펼쳐진 모든 풍경이 아름답다. 한번 자동차 없이 길을 나서 본 사람은 그래서 또 다시 작은 배낭을 꾸린다. 많이 담지 않고, 가득 넣지 않고, 물 한 병, 얇은 잠바, 잠시 벗할 라디오나 책 한권 들고 집을 나선다.

걷기 여행 매니아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가득 담긴 책 한권이 있다. 바로 서울시가 선정한 생태문화길 110곳을 담은 <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이다. 이 길들은 도심 속의 숲길, 시원한 하천 길, 즐거운 공원길, 고즈넉한 역사문화길, 4가지 테마로 소개되었다. 각자 길에는 거리, 시간, 난이도, 경치, 흙길 비율을 알려주는 간략한 코스정보도 나오고 찾아가는 길, 휴게실이나 화장실, 먹을거리, 볼거리 등의 편의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번 도보 여행은 어디로 갈까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하지 않아도, 그냥 각 장을 복사해 바로 배낭에 넣고 떠나도 좋을 것이다. 2시간 코스, 3시간 코스 등 난이도 별로 찾아봐도 되고, 지역별로 찾아 가고 싶은 곳을 정해도 된다. 서울에도 이렇게 숨은 아름다운 길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사진 속 길들은 하나같이 예쁘다. 짙은 초록의 숲길, 한강을 따라 걷는 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길, 다양한 볼거리를 가진 길들이 싱싱하게 유혹한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차산 숲길, 성수동, 용산의 걷기 좋은 길들은 옛 동무를 만난 듯 반갑다. 이 책은 서울의 둘레길,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가꾸어 갈 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이 땅을 내 발로 걷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수백 년의 시간이 멈춘 듯 감동적인 유럽의 소박한 시골 마을이 부럽지 않도록 우리도 그런 도시들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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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 여자 - 스무살 그대로 33茶
조은아 지음 / 네시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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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 여자
조은아 지음/네시간

달달한 봉지 커피만을 입에 달고 살던 내게 요즘 작은 변화가 왔다. 계절 탓인지, 나이 탓인지 심심찮게 잠을 설칠 때가 많아졌다. 아침 출근하고 한잔, 점심 먹고 식곤증이 올 때 한 잔,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셨는데 이 불면증 이후로 습관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는 한 잔 마시지만 점심 이후로는 커피가 생각나면 시원한 물 한잔, 녹차 한잔, 집에서 가져온 매실차나 인삼 액 등을 차로 마신다. 차를 마시니 간절하던 커피 생각이 잊혀지고, 이젠 그럭저럭 차 마시는 습관이 들여지는 것 같다. 지난 가을 찬바람이 불 때 걸린 감기가 잘 안 떨어지는 통에 감기에 좋다는 차를 만들어 마신 적이 있다. 주로 유자차, 생강차인데 그냥 잘게 썰어서 설탕과 꿀로 재워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나누어 마셨다. 얼결에 만든 차가 제법 차 맛이 났는지 지금도 가끔 그 친구들이 차가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표지 가득 싱그러운 녹차의 향기가 전해지는 것 같은 이 책의 저자는 차예사이며 ‘차 소믈리에’인 조은아씨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차를 마셨던 아름다운 많은 추억을 가진 덕분에 차를 좋아하게 되었고, 좀 더 차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중국 유학길에 올라 본격적으로 차 공부를 했다고 한다. 바리스타, 포도주 감별사 등 음식에 대한 많은 전문가가 있는데 앞으로는 차를 감별하고, 몸에 좋은 다양한 차를 알려주는 차예사도 중요한 직업으로 떠오를 것 같다.

차의 종류에는 자연에서 잘 자란 찻잎을 푸른 그대로 마시거나, 약간, 또는 아주 많이 발효시켜 붉게 마시는 전통차, 철 따라 산과 들에 피는 아름다운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가공차가 있다. 앞부분에는 차에 관련된 용어와 차구들, 간단하게 차를 우릴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중국의 유명한 차들이 따뜻하고 감각적인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어 마치 커피 향이 가득한 편의점 앞을 지날 때 같은 기분이 든다. 다양한 중국차에 대해 배우다 보니 세계3대 홍차 중의 하나라는 중국 안후이 성의 ‘기문홍차’가 마시고 싶다. 난향과 장미향이 어우러진 향이 좋은 차라는데 내년 장마철에는 인사동 찻집에 들러 이 차를 한번 마셔봐야겠다. 저자가 다음에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귀한 식물들로 만든 차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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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땡감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13
석인수 글, 전병준 그림 / 을파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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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 땡감
석인수 글, 전병준 그림, 2011|32p.|을파소, 이용대상 : 저학년


혼자서는 부끄럽고 무서워 못하던 일들도 어떤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힘들이지 않고 뚝딱 해치울 때가 있다. 기쁨, 두근거림, 인생에서의 새로운 첫 경험의 환희, 약간의 죄책감을 동반한 뿌듯함.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었지만 감히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낼 때는 언제일까? 그건 바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다. 어린 시절, 소꿉동무들과, 개구쟁이 친구들과 같이 한 짓궂은 장난들, 청소년 때 부모님 몰래, 선생님 눈을 피해 난생 처음 도전했던 수많은 일들이 모여 우리 인생의 ‘추억’이 된다.

감서리로 유명한 ‘삼총사’는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시골 동네에 산다. 어느 날 삼총사는 동네에서 제일 달고 맛나기로 소문난 기차할배네 감나무를 서리하러가기로 한다. 셋이 모이면 겁나는 것이 없지만 이 날만은 쭈뼛쭈뼛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차할배에게 잘못 걸리면 작대기로 개 패듯 맞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를 짜내어 살금살금 가 익지도 않은 땡감 세 개를 따왔는데, 한 친구가 그만 땡감을 먹고 똥꼬가 막혀버렸다. 친구의 똥꼬를 작대기로 파내고 기뻐하는 삼총사, 첫 눈이 내리는 날 다시 감따기에 도전하는데 감을 따려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할배가 나오신다. 잽싸게 매미채만 내려놓고 담장밖에 숨었는데 할배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 보니 매미채 속에 꿀맛 같은 빠알간 홍시 세 개가 들어있다. 이 빨간 홍시는 어떻게 매미채 속에 들어가 있었던 걸까?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써니’도 가슴 뭉클한 추억이 만들어낸 영화다. 이제는 중년이 되어 남편과 아이 속에 자신의 삶을 묻어버린 중년의 여인들이 꿈 많던 어린 시절의 동무들과 재회하며 현재의 자신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들에게서 잃어버린 옛 시절의 나를 찾고자 하는 수많은 중년 관객들 때문에 화려한 스타하나 등장하지 않은 이 영화가 대박이 났다. 세상에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오래 시간이 흘러도 잘 잊혀 지지 않는 것들이다. 지금 우리 아이가 공부는 잘 하는지, 학원은 잘 가는지만 점검하지 말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놀고 있는지도 가끔씩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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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위베르 리브스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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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위베르 리브/열림원

몇 년 전 동네 담장아래, 버려져 있던 장미 허브 하나를 주워 집으로 가져왔다. 토실토실한 장미꽃 같은 잎이 참 예뻐서 물도 주고 햇살 좋은 곳에 두니 쑥쑥 자란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잎을 혼자보기 아까워 이웃에게 분양을 하다 보니 그 분들도 내게 다른 화분을 가져다주셨다. 그렇게 하나둘 늘어난 화초가 이제는 창가에 한 가득이다. 아이비, 사랑초, 채송화, 천리향, 이름도 모르는 꽃과 화초들, 올 여름 내내 이 아이들을 가지치기 하고, 나누어 심고, 꺾꽂이 했더니 이젠 내 방이 숨 쉬는 생명들로 가득하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처럼 내가 저 별에서 온 생명이라면 이 작은 식물들, 다양한 온갖 동물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도 저 별들에서 온 소중한 것들이다.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다.”
“하늘을 보면서 이마를 만져보렴. 네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저 별에서 온 거라면 믿을 수 있겠니?”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손녀와 어느 여름날밤 별을 보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어떤 별일까? 밤하늘에 있는 무수한 별들은 여기서 얼마나 멀까? 태양의 나이는 몇 살일까? 지구는 언제쯤 우리가 살아가기 좋은 별이 되었을까? 빅뱅 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주에 생명체는 우리밖에는 없는 걸까? 이 자연과 우주의 설계자는 누구일까? 블랙홀은 무엇일까? 우리 지구의 미래와 이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학을 다룬 책이지만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로 이어지는 쉽고도 사색적인 이 책은 <어린왕자>를 읽었을 때처럼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 별을 보며 누구나 한 두 번은 가졌을 법한 의문들, 궁금하긴 하지만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의문들이 하나 둘 풀리고 마음이 뭉클해져온다. 우리의 조상들과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꽃 피운 철학자, 과학자들이 수 천 년 전부터 열정적으로 탐구해왔던 우주,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우주, 우리가 죽고 나서도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은 말해준다. 우주에 대한 물음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이해하고 나에 대해 탐구하는 것과 같다. 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이 우주의 법칙은 무엇인지, 바쁜 일상에서 쉽게 품을 수 없는 위대한 인생의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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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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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 알베르토 망구엘/세종서적

도서관은 개관 시간이 있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마을도서관이나 기업체의 도서관 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도서관은 낮의 도서관이다. 오후가 되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모든 사서들은 퇴근하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한 열람실의 불만 남는다. 책들이 가득 찬 서고는 불이 꺼지고 어둠속에 가라앉는다. 책이 어둠속에 갇힌 이런 도서관은 도서관이 아니다. 그럼 밤의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도서관일까? 책들이 빽빽이 들어찬 서가 사이를 홀로 걸으며 눈길 가는 대로 펼쳐 낮의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신비로운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이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도서관일까? 이곳은 나만을 위한 도서관이다. 내가 은밀히 초대한 몇 몇 지인들만을 위한 도서관이다. 내가 꿈꾸는 이런 도서관을 자신의 집에 만든 사람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캐나다인인 저자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의 넓이와 깊이의 독서가여야 ‘세계적인 독서가’라고 칭할 수 있을까? 책의 표지에 ‘세계 최고의 독서가가 전하는 책과 세상에 관한 지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란 문구를 읽고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공간에 사방에 빽빽한 책꽂이에 가득한 책들과 침묵 속에 홀로 자신만의 지적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흑백의 사진에 매료되었다. 이런 엄숙한 사진 한 장으로 이 책이 상당한 깊이의 도서관과 책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 정리, 공간, 힘 등 각 장의 제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각 장을 읽어나가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문헌정보학, 도서관학 관련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그의 방대한 도서관에 대한 지식에 압도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기록들을 한 곳에 모으려고 했던 고대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신화는 성경의 바벨탑 사건만큼 인간들의 열망을 잘 나타낸 준다. 이렇게 고대부터 전해지는 동서양의 도서관의 이야기들, 그들이 책을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어떤 공간에 담고자 했는지, 도서관의 힘이 무엇이며 반면 그림자는 무엇인지, 살아남고, 불타 소멸되고, 사라진 도서관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도서관에 대해 쓴 역사서이며 철학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에 함께 실린 도서관의 사진들, 삽화들로 인해 시공을 초월하여 유서 깊은 도서관의 이용자인 것 같은 아련한 감상에 젖게 한다. 지금 내가 둘러보고 있는 작은 도서관, 우리 동네의 초라한 마을도서관도 이런 도서관의 일부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저자의 전작들, <독서의 역사>, <나의 그림읽기>, <독서 일기>등도 기회가 되면 읽어야 할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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