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밤의 도서관 / 알베르토 망구엘/세종서적
도서관은 개관 시간이 있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마을도서관이나 기업체의 도서관 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도서관은 낮의 도서관이다. 오후가 되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모든 사서들은 퇴근하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한 열람실의 불만 남는다. 책들이 가득 찬 서고는 불이 꺼지고 어둠속에 가라앉는다. 책이 어둠속에 갇힌 이런 도서관은 도서관이 아니다. 그럼 밤의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도서관일까? 책들이 빽빽이 들어찬 서가 사이를 홀로 걸으며 눈길 가는 대로 펼쳐 낮의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신비로운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이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도서관일까? 이곳은 나만을 위한 도서관이다. 내가 은밀히 초대한 몇 몇 지인들만을 위한 도서관이다. 내가 꿈꾸는 이런 도서관을 자신의 집에 만든 사람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캐나다인인 저자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의 넓이와 깊이의 독서가여야 ‘세계적인 독서가’라고 칭할 수 있을까? 책의 표지에 ‘세계 최고의 독서가가 전하는 책과 세상에 관한 지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란 문구를 읽고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공간에 사방에 빽빽한 책꽂이에 가득한 책들과 침묵 속에 홀로 자신만의 지적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흑백의 사진에 매료되었다. 이런 엄숙한 사진 한 장으로 이 책이 상당한 깊이의 도서관과 책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 정리, 공간, 힘 등 각 장의 제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각 장을 읽어나가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문헌정보학, 도서관학 관련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그의 방대한 도서관에 대한 지식에 압도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기록들을 한 곳에 모으려고 했던 고대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신화는 성경의 바벨탑 사건만큼 인간들의 열망을 잘 나타낸 준다. 이렇게 고대부터 전해지는 동서양의 도서관의 이야기들, 그들이 책을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어떤 공간에 담고자 했는지, 도서관의 힘이 무엇이며 반면 그림자는 무엇인지, 살아남고, 불타 소멸되고, 사라진 도서관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도서관에 대해 쓴 역사서이며 철학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에 함께 실린 도서관의 사진들, 삽화들로 인해 시공을 초월하여 유서 깊은 도서관의 이용자인 것 같은 아련한 감상에 젖게 한다. 지금 내가 둘러보고 있는 작은 도서관, 우리 동네의 초라한 마을도서관도 이런 도서관의 일부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저자의 전작들, <독서의 역사>, <나의 그림읽기>, <독서 일기>등도 기회가 되면 읽어야 할 목록에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