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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지음, 김지안 그림 / 글로연 / 2011년 12월
평점 :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글/김지안 그림/글로연
역사란 무엇일까? 왜 우리에게 역사가 중요한 것이며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이나 혹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업적들을 말하는 걸까? 영국의 정치인이며 학자 E. 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역사를 정의했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의 사건, 인물들과 대화하며 그 시대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대화는 역사 속 사실들에서 현재를 보고 지금 보다 진보된,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여기 역사학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낸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박병선 박사이다. 박병선은 서울대 사학과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프랑스에서 동양사학을 공부한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에도 능통한 그녀는 프랑스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약탈한 고서적 및 동양 자료들을 정리하는 일을 시작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한다. 연구원 일을 하면서 그녀는 그녀의 일생에서 꼭 풀어내야할 숙제를 위해 온 힘을 쏟기 시작한다. 그 숙제는 병선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던 당시 서울대 은사였던 이병도 박사가 당부했던 일,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를 찾는 일이다.
의궤를 찾던 중 1967년 <직지>를 발견한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진 <쿠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진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 프랑스 국립도서관도 믿지 못했지만 박병선은 수년간의 실험과 연구 끝에 그것이 진본임을 고증해낸다. 어떤 경위로든 손에 넣긴 했어도 그 가치를 몰라 도서관 창고 안에 버려져 있었던 귀중한 자료가 박병선으로 인해 부활한 것이다. 그 후 박병선은 오랜 시간을 들여 수소문하여 드디어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한다. 직지로 인한 프랑스와 한국간의 외교적 문제로 인해 의궤의 연구 작업은 더 어려워졌고 연구를 위한 어떤 경제적 지지도 받지 못했지만 병선은 포기하지 않고 해제 작업을 마치고 세상에 발표한다. 또한 한국의 무관심과 프랑스 측의 강력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의궤 반환 운동을 추진하여 2011년 , 드디어 297권의 의궤가 145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참 다행이다. 한 여성 역사학자 박병선으로 인해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가 이렇게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말이다. 물론 직지는 지금도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이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그 책들만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아니다. 그 책의 가치, 그 책을 만들어낸 우리 역사의 찬란한 문화가 21세기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재인식된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의 삶의 지혜, 문화적 힘,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사용했던 그 잠재적 능력이 어떤 분야에서 발휘될 지 우리의 미래에 작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몇 시간이면 읽어낼 수 있는 분량에 깊은 의미와 큰 감동을 담아냈다.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와 어머니, 선생님들이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