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 - 영화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김익상 지음 / 창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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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숨어 있는 세계사 여행

김익상 지음/창해

 

난 청소년기부터 경험하지 못한 이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역사에 관한 서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 나갰던 기억이 남다. 역사에 관심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드라마처럼 펼쳐진 극적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즐거웠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역사적 인물이 되어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여 재구성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나에겐 역사란 치열한 투쟁의 역사나 불평등한 권력 구조 속에 인간성 회복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기에 앞서 이야기 흐름 그 자체가 좋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성장하여 읽은 토인비의 역사서마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성웅 이순신』만큼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내가 즐거워 한 역사는 드라마이어야 하며 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구성이어야 만족을 줄 수 있었다.

영화와 역사가 만났다. 기가 막힌 조합이다. 생뚱맞게 축구로 비유한다면 대가 센 영국 국가 대표 미드필더의 조합보단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바르샤의 미드필더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좋아하든 역사에 관심이 많든 충분조건을 가지고 책에 접근할 수 있어 너무 편했고 영화의 장면과 인문 지식과 절충되는 여러 특징들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딱딱할 수도 있는 역사 지식과 외적인 포장의 획일성으로 돌변할 수 있는 영화가 안고 있는 결핍 요소가 서로 보충되어 알맞게 궁합을 이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짧은 지식들이 역사 배경의 이해로 채워지기도 하고 투박한 역사 지식들이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로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게 된다. 첨단 영상 과학의 이기는 우리에게 역사는 과거의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재의 시간과 공간으로 접근하도록 허락하였다. 로마의 흥망을 관념적으로 이해했던 역사를 ‘글래디에이터’로, 일본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라스트 사무라이’로 옮겨 놓았다. 비록 왜곡이 있다하더라도 역사를 이해하는데 일정정도 공헌을 했고 역사의 또 다른 감흥을 전해 준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인류는 진보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역사가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그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수해야 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포장하고 전달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라 생각이 든다. 여러 다큐멘터리로 펼쳐진 여러 영상물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역사를 스크린 속에서 이해시키고 접목하는 것도 참 참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역사 장면들을 슈퍼스타들의 열연 속에서 가슴 저미는 감동으로 만나보기를 기대해 본다. 열흘 후에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의 끝말을 담은 ‘초한지’가 상영된다고 한다. 정말 흥미로운 스크린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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