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도의 악몽 -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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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6도의 악몽>은 '소설보다 더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란 부제처럼
지구 온난화 속도에 따른 무시무시한 환경의 재앙을 다룬 책이다.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저널리스트이자 환경 운동가이며,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탄소 계산기>를 집필했으며, 신문과 잡지에 정기적으로 환경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관련 대중 강연과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토론 프로그램에도 활발히 참여 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환경재앙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환경 연구를 위한 수많은 탐사의 노력들과 이런한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책의 머릿말에 적었듯, 그는 과학도서관에서 해당 분야의 인정을 받은 수천 수만의 과학적 논문을 꼼꼼히 조사하여 환경문제에 문외한인 보통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였다.
그것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온도별 안내'라는 순서에  따라 기온이 1도 상승함에 따라
지구의 각 지역의 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이며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또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의 생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그가 정리한 이 시나리오를 살펴본다면
1도 상승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은 동식물들이 소리없이 멸종할 것이며
식물이 줄어들고 모래폭풍이 내륙 곳곳을 유린할 것이며
극지대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와 섬나라들이 침물한다.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의 북극곰의 모습속에서
이미 1도 상승은 벌써 진행되어왔음이 느껴진다.
 

2도 상승으로 인해
초거대 가뭄이 발생하고, 농업은 붕괴되고, 실직한 사람들은 물 한병 사마시는 것도 고통이 되는 세상을 예언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북극항로가 열린다는 솔깃한 예언도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 환경 지옥으로 깊숙히 들어서고 있는 인류의 고통을 보는 듯하다.

3도 상승으로 인해
더위로 인해 인간 생존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저수지의 물이 증발하고, 사막화가 빈발한다.
아마존 우림이 건조해져 화제가 발생하고 해안지역은 초강력 허리케인에 의해 파괴되고 침수지역의 주민들이 난민이 되어 대이동을 개시한다.

4도 상승으로 인해
점점 해수면이 높아짐으로 인해 바다에 면한 모든 지역이 수몰되고 생활터전을 잃은 수억명이 피난길에 오르기 시작한다.
 

5도 상승으로 인해
가뭄이 확산되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도 건조지역이 될 것이며, 바닷물에서 메탄 가스가 분출되고 쓰나미가 발생한다. 국제 무역시스템은 소멸되고, 대공황이 발생한다. 다소 시원한 북극권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미국이 러시아와 캐나다를 침공하고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진다.

6도 상승으로 인해
적응에 실패한 동식물이 죽어가고 해수면이  뜨거워져 죽음의 바다가 된다.
오존층은 완전히 파괴, 지표면에 방사된느 자외선의 양이 크게 늘어나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대멸종이 진행된다.

6도 정도 상승하는게 별 일이라고 이 호들갑이야? 하는 생각이 책을 펼쳐 1도 상승에 따른 환경의 변화만 읽어봐도 찬물을 부은 듯 싹 사라진다.
한 겨울 조금  쌀쌀해져 보일러 온도를 1도만 높여도 체감온도가 달라져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놓아야 하고 한 여름 27~8도 쯤 되면 견딜만 하다가도, 1~2도만 높아져도 불쾌감과 체력저하로 현기증이 생기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기껏 6도가 아니라 1~2도의 상승에도 수 많은 생명들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6도의 악몽이란 가상 시나리오가 이 세기안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1도, 2도, 3도의 악몽은 부분적으로 지구상에서 현실화 되고 있으며, 때때로 신문지면에
나타나 그런 기사를 읽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경제성장에 혈안이 되어 울고 웃느라 내가 사는 집이 점점 비닐하우스로 겹겹이 둘러싸여져 숨쉴 수도 뜯어 고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가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보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 가상 시나리오가 우리의 바람직한 선택에 의해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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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정치학 상소 : 중국편
니우산.빠산스 지음, 임찬혁 옮김 / 달과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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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니우산,  빠산쓰 지음/임찬혁 옮김/달과소/2008년

 

상소(上疏), 윗 상, 소통할 소,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신하가 목숨을 걸고 황제에게 올린 글.
TV 사극에서 지긋지긋한 당파 싸움의 도구로 이용되는 한 쟁반 가득한 두루마리들,
임금이 그것을 펼치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진노하다가, 
뱃포가 있는 임금은 진위를 가려  판단하고 결정하지만,
신하의 세력을 통제할 수 없었던 임금은
어쩔 수 없이 그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상소' 하면  권력의 도구'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살짝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중국 진나라 이사의 상소부터 청나라 말기 왕흔의 상소까지 15편의 상소문이 실려있다.
각 편에는 쓴 사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소문의 전문을 실었으며,  '품평'을 통해 그 당시의 왕조의 상황,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그 상소문이 쓰여지게 된 경위, 상소문을 쓴 인물의 인격과 삶, 업적, 그 당시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의 평가 등이 정리되어 있어, 역사에 이해가 밝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각각의 상소문은 진, 한, 수, 당, 송, 명, 청 등의 왕조 순으로 각 시대의 한 왕조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큰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또한 그런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으니 생소한 내용도 조금씩 흥미로워진다.

 

농업을 장려하고, 백성들의 민생을 살려야한다는 글,
황제의 사냥 행보에 대해 걱정을 가득 담은 글,
병으로 인해 온천욕을 떠나야 겠으니 허락해 달라는 글,
황제의 전반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글,
모함때문에 더 이상 관직을 지속하기 어려우니 사직을 청한다는 글 등 이런 저런 다양한 상소문을 보며 사람은 갔지만, 그의 글을 통해 그의 행적을 후세사람들이 평가하며 , 그 시대의 다양한 삶의 이면들을 재 조명할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처음 등장하는 진나라의 이사는 간축객소(즉 객을 쫓아내는 것에 대해 간합니다)로 황제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는 이 상소에서  
타 지역의 인재들을 쫓아내는 황제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며, 지역주의를 배제한 능력있는 인재를 중용할 것을 간청하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편 의소시서백가어(시서백가어를 불태울 것을 논합니다) 편에서는 시서백가를 불태우고  이를 반대하는 관리들이나 백성들은 모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 상소에 의해 중국 역사상 문화적 참사라고 일컫는 분서갱유, 유학서를 모두 불태우고, 선비들을 생매장시키는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사건의 핵심인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미이라 3>에서 보았던 진시황의 화려한 일생 그 주변에 이사 같은 이런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으리라.   

 
 부록에는 명사의 상소문 18편이 실렸는데,  유일하게 아는 문장인 제갈량의 <전출사표>를 보니 참  반가웠다.  삼국지를 읽으며 가슴 뭉클했던 친근한 문장이라 책을 받고는 가장 먼저 펼쳐 읽어 보았다.
초야에 묻혀 살던 자신을 찾아와 나라를 세우는 대업의 동반자가 된 유비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문장들이 다시 읽어도 참 감동적이다. 유비와 함께 했던 찬란했던 시간들, 이제 초나라의 운명도, 자신의 목숨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예감하듯, 북벌 정벌을 위해 출정하는 제갈공명의 글이 참 비장하다.
 

 상소는 최고 권력자 왕 앞에 자신의 의견을 전심으로 쏟아붓는 소통의 통로이며,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현직 정치인들이 자신의 운명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명 문장이다. 평생을 갈고 닦아 토해낸 그들의 글을 통해 우린 중국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니 책이란 참 좋은 스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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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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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궁문 지음/시디안/2009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편

 

 저자 남궁문은 홍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으며, 스페인에서 박사과정을 수료 했다. 멕시코에서 벽화 공부를 했고, <멕시코 벽화운동>을 저술, 독일에서 그림 작업을 하기도 했으며, 2002년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을 냈다고 한다.
2001년, 2004년, 2007년 세번 산티아고 길을 여행했고, 틈틈히 자전거를 가지고 전국을 여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스페인을 생각하면 하얀 피부의 회색(?) 눈동자를 가진  붉은 입술의 여인이 떠오른다.
풀어헤친 긴 머리에 치렁치렁한 붉은 색 치마를 휘날리며 빠르고 정열적인 플라멩고 가락에 따라 춤추는 여인이다.
또 스페인은 투우사의 나라, 돈키호테의 배경 등 이런 저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제 남궁문의 <아마폴라의 유혹>을 읽은 후는 아마 야곱의 순례길을 뒤따르는 사람들과
전원적인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스페인 시골길이 떠오를 것 같다.
산티아고 가는 길 1000km는 5월의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아래  호밀밭 이삭이 가득히 물결치는 오솔길에서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니, 새빨간 색으로 나의 시선을 유혹하는 붉은 아마폴라가 한 송이 등장한다.
작년에 에버랜드의 튜울립 축제 때 본 듯한 양귀비꽃과 닮은 것 같아,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역시 아마폴라는 개양귀비과의 꽃으로 꽃말은 신부의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양비귀는 마약으로 사용해서 재배가 금지되는데 설마 이 꽃이 마약용일까? 하다가 요즘은 마약성이 없는 꽃을 재배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꾸 등장하는 아마폴라는 클로즈업 된 한송이도, 무리지어 핀 꽃들도,
온 들판을 메운 붉은 물결같은 꽃밭도 가슴벅찰 정도로 아름답다.
작가가 아마폴라 핀 봄의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은 소망이 간절해져, 마침내
배낭을 꾸려 산티아고로 나설 수 밖에 없게하는 그처럼 아름다운 꽃이다.
아름다운 여인을 칭할 때 양귀비 꽃 같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구나 할 정도로
그 자태와 색은 강렬하다.

이 책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상세한 여행 안내서는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한 때 공부하며, 살았던 나라의 3번째 여행 기록이니, 선명한 사진들과
담담한 글을 따라 읽다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듯 그 길이 어느덧 마음에 그려진다.
1000km의 자전거로, 또는 도보로, 옛날 예수의 제자들이 핍박을 피해, 복음을 전하며 걸었을 그 길 지금은 종교를 떠나 인생의 의미를 찾아 저마다의 순례길을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때론 나도 그 장거리 순례길의 여행자인듯 ,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들뜨며, 탄성을 지르다 가도,
해가 지면 오늘은 또 어떤 숙소에서 잠들어야 하나? 고된 몸과 배고픔을 달랠 따뜻한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 쓸쓸해지기도 하고,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과 소박하게 웃으며 이런 저런 인연을 맺는 걸 보며 이런 게 인생이지!하는 생각에 길 떠난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맘 같아선 과감히 한 달 쯤? 휴가를 내어, 매달 조금씩 부은 펀드를 깨고, 약간의 대출도 받아,
아마폴라 필 즈음,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났으면...
지금은 그렇게 할 만큼 절박하지 않지만, 어쩌면 인생이 나를  스페인의 시골 길로 인도할 때
언젠가는 아마폴라 가득한 들판에 나도 서 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리 그 길의 아름다움을 사진 가득 담아 세상에 보내준 작가에게 고마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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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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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색 칠판에 하얀 분필로 올챙이를 그리고 있는 아이는 아주 작은 초등학생 같은데 책 앞뒤 표지를 보니,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라고 써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벌써 사춘기 아이처럼 방황을 한단 말인가?
이 아이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 같은 아이일까?


대만의 대표적 그림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언줘의 매력적인 그림과 감수성 예민한 글을 따라 30분쯤 쯤 읽고 나니, 수채화 풍경 가득한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를 본 것 같다. 그래, 세상 속 자아를 찾아 고민하는 모든 사람은 어리든, 나이를 먹었든,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아무 고민없이 정해진 틀에 자신을 맞추며 잘 사는 아이도 있고, 
조그만 규제에도 못견디게 갑갑해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에게도 이름이 있을 텐데, 이제부터 너는 34번이야 하는 말과 함께  이 아이는 34번이 된다.  
줄 서는 법, 학교의 규칙, 부모의 기대, 상과 벌, 경쟁의 눈초리, 이렇게 저렇게 해야하는 틀 속에서 소외감에 늘 위축된 아이의 그 마음이 참 안쓰럽다.
오죽했으면, 올챙이 한 마리를 병에 넣어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진짜 신나게 뛰고, 놀며, 좋아했을까?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것을 지켜본다면, 그 생명의 경이로움 앞에서 자신도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리란 기대를 품었던 것일까?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가운데 울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든 아이를 찾아온 샤오헤이, 아이와 함께 황홀한 가을 숲 속에서, 낙옆을 가르며 하늘로, 하늘로, 하늘로 비상하는 샤오헤이,  일상의 깜깜한 하늘을 날아, 칠판과 책상과, 막대기와 의자를 모아 부수고 선생님들을 꽁꽁 묶어 놓고 칠판에 마음껏 낙서를 하고, 학교를 통째로 활활 불질러 버린다. 

'이제부터 넌 34번이야.'란 말과 함께 시작된 상심한  아이의 마음이 비록 꿈이지만 한 바탕 난리를 치며, 뛰어논 후 좀 후련해졌을 것이다.
힘들게 몸부림치던 시간이 흘러 샤오헤이가 개구리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자신도 아이에서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 언니가 가출했다 >란 동화에서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가출을 하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는 엄마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와 살다가 나중에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게 되는데, 엄마는 이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뿐더러, 이 아이에게 별 관심도 없다.
언니가 가출하자 , 동생은 엄마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을
어린 시절 길러준 할머니에게 이야기 한다.
....................

"그런데 엄마는 왜 언니가 거짓말을 하는 걸 몰랐을까요?"
"어쨌든 누가 거짓말 한다는 걸 알아차리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해.
그리고 잘 돌봐 줘야만 하지."
.....................

우린 누구나 한 두 번, 혹은 여러번의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어도, 수시로 인생의 사춘기는 찾아오기도 한다.  작가는 신문 기사에 실린 자주 학교를 무단 결석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그림으로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바램대로 , 이 책이 34번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또 그러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작은 소통의 통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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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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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는 평범하지 않은 제목처럼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일본 소설 속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사색을 하고 있는 책이다.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시큼하고, 연한 갓 뽑은 원두커피 같은 사랑과 에스프레소 같은 강렬함에 이끌리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시리고 외로운 한파가 몰아치는 세상 속 따뜻하고 달콤한 밀크커피 같은 사랑 등, 커피 맛에 비유하자면 각각 다르지만 무엇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그런 사랑들과 만날 수 있다.

청춘, 고독, 자유, 사랑, 커피, 여행, 새로운 세상... 하루키의 소설 속 사랑이야기는 가슴 설레이는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사랑이다.
나는 사람들이 하도 하루키, 하루키 하며, 젊음의 코드가 어떻고 하던 그 시기를 조금 지나 청춘의 정점을  찍고, 중년의 문에 막 한 발을 내딛던 그런 시기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두 편이었지만, 읽고 나서 시간이 흐르니,
상실의 시대의 '나'와 해변의 카프카의 '나'가 헷갈린다.
비슷한 분위기, 느낌, 감성을 풍기는 갸냘픈 남자 주인공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자아속 깊숙히 묻혀있는 상실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미모의 소년,
도서관의 책 냄새, 맑은 햇살, 갓 끓인 커피향과 결코 추하지 않은, 육체적 사랑을 탐닉하는 애로틱한 문장들도 생각난다.
그런데,  다시 읽은 이 책 속 남녀의  대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아끼고, 그 사람과의 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들이는 정성들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여자는 남자의 외모, 능력, 섹시함 보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글은 여자의 감수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뜨겁고, 재치있고, 배려 깊고, 한편 드라이하면서도, 쿨하게 사랑도 이별도 할 수 있는 그런 하루키의 사랑은 이해 할 듯 하면서도 온전히 이해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나쁜 남자의 사랑은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 든다. 쓰지만, 더 갈증나게 하고, 더 갈구 하게 하는 그런 사랑, 나쁜 사랑은 자신의 결점때문에 때론 세상에 등돌리는 사랑으로도, 또는 그 반대로 세상에 배수진을 치고, 격렬히 저항하는 사랑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세상에 숨어버리는 사랑은 그 측은함 때문에 여자들을 끌어당기고 , 세상에 배수진을 친 사랑은 그 격렬함과 뻔뻔함 때문에 여자를 끌어당기는 강한 마력을 발휘한다. 

3부, 보통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속삭였을까? 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생각나는 아련한 기억속 사랑들이다. 사람이 살면서 성공적인 사랑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린 거의 모두 투명할 정도로 푸르른 사랑을 보낸다. 때론 삶에 지쳐 사랑도 피곤하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이 온다면,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이 존재함으로 행복한 시간, 사랑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보내는 눈물나는 그런 사랑을 하기도 한다.

 오래 사랑하지 않고도  살 수 있지만
사랑을 하면서 살면 사람들은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 존재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지 않아도, 내겐 특별한 그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그 사랑의 모습들이 귀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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