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짙은 녹색 칠판에 하얀 분필로 올챙이를 그리고 있는 아이는 아주 작은 초등학생 같은데 책 앞뒤 표지를 보니,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라고 써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벌써 사춘기 아이처럼 방황을 한단 말인가?
이 아이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 같은 아이일까?


대만의 대표적 그림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언줘의 매력적인 그림과 감수성 예민한 글을 따라 30분쯤 쯤 읽고 나니, 수채화 풍경 가득한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를 본 것 같다. 그래, 세상 속 자아를 찾아 고민하는 모든 사람은 어리든, 나이를 먹었든,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아무 고민없이 정해진 틀에 자신을 맞추며 잘 사는 아이도 있고, 
조그만 규제에도 못견디게 갑갑해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에게도 이름이 있을 텐데, 이제부터 너는 34번이야 하는 말과 함께  이 아이는 34번이 된다.  
줄 서는 법, 학교의 규칙, 부모의 기대, 상과 벌, 경쟁의 눈초리, 이렇게 저렇게 해야하는 틀 속에서 소외감에 늘 위축된 아이의 그 마음이 참 안쓰럽다.
오죽했으면, 올챙이 한 마리를 병에 넣어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진짜 신나게 뛰고, 놀며, 좋아했을까?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것을 지켜본다면, 그 생명의 경이로움 앞에서 자신도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리란 기대를 품었던 것일까?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가운데 울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든 아이를 찾아온 샤오헤이, 아이와 함께 황홀한 가을 숲 속에서, 낙옆을 가르며 하늘로, 하늘로, 하늘로 비상하는 샤오헤이,  일상의 깜깜한 하늘을 날아, 칠판과 책상과, 막대기와 의자를 모아 부수고 선생님들을 꽁꽁 묶어 놓고 칠판에 마음껏 낙서를 하고, 학교를 통째로 활활 불질러 버린다. 

'이제부터 넌 34번이야.'란 말과 함께 시작된 상심한  아이의 마음이 비록 꿈이지만 한 바탕 난리를 치며, 뛰어논 후 좀 후련해졌을 것이다.
힘들게 몸부림치던 시간이 흘러 샤오헤이가 개구리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자신도 아이에서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 언니가 가출했다 >란 동화에서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가출을 하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는 엄마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와 살다가 나중에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게 되는데, 엄마는 이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뿐더러, 이 아이에게 별 관심도 없다.
언니가 가출하자 , 동생은 엄마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을
어린 시절 길러준 할머니에게 이야기 한다.
....................

"그런데 엄마는 왜 언니가 거짓말을 하는 걸 몰랐을까요?"
"어쨌든 누가 거짓말 한다는 걸 알아차리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해.
그리고 잘 돌봐 줘야만 하지."
.....................

우린 누구나 한 두 번, 혹은 여러번의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어도, 수시로 인생의 사춘기는 찾아오기도 한다.  작가는 신문 기사에 실린 자주 학교를 무단 결석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그림으로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바램대로 , 이 책이 34번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또 그러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작은 소통의 통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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