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정치학 상소 : 중국편
니우산.빠산스 지음, 임찬혁 옮김 / 달과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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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산,  빠산쓰 지음/임찬혁 옮김/달과소/2008년

 

상소(上疏), 윗 상, 소통할 소,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신하가 목숨을 걸고 황제에게 올린 글.
TV 사극에서 지긋지긋한 당파 싸움의 도구로 이용되는 한 쟁반 가득한 두루마리들,
임금이 그것을 펼치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진노하다가, 
뱃포가 있는 임금은 진위를 가려  판단하고 결정하지만,
신하의 세력을 통제할 수 없었던 임금은
어쩔 수 없이 그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상소' 하면  권력의 도구'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살짝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중국 진나라 이사의 상소부터 청나라 말기 왕흔의 상소까지 15편의 상소문이 실려있다.
각 편에는 쓴 사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소문의 전문을 실었으며,  '품평'을 통해 그 당시의 왕조의 상황,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그 상소문이 쓰여지게 된 경위, 상소문을 쓴 인물의 인격과 삶, 업적, 그 당시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의 평가 등이 정리되어 있어, 역사에 이해가 밝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각각의 상소문은 진, 한, 수, 당, 송, 명, 청 등의 왕조 순으로 각 시대의 한 왕조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큰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또한 그런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으니 생소한 내용도 조금씩 흥미로워진다.

 

농업을 장려하고, 백성들의 민생을 살려야한다는 글,
황제의 사냥 행보에 대해 걱정을 가득 담은 글,
병으로 인해 온천욕을 떠나야 겠으니 허락해 달라는 글,
황제의 전반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글,
모함때문에 더 이상 관직을 지속하기 어려우니 사직을 청한다는 글 등 이런 저런 다양한 상소문을 보며 사람은 갔지만, 그의 글을 통해 그의 행적을 후세사람들이 평가하며 , 그 시대의 다양한 삶의 이면들을 재 조명할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처음 등장하는 진나라의 이사는 간축객소(즉 객을 쫓아내는 것에 대해 간합니다)로 황제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는 이 상소에서  
타 지역의 인재들을 쫓아내는 황제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며, 지역주의를 배제한 능력있는 인재를 중용할 것을 간청하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편 의소시서백가어(시서백가어를 불태울 것을 논합니다) 편에서는 시서백가를 불태우고  이를 반대하는 관리들이나 백성들은 모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 상소에 의해 중국 역사상 문화적 참사라고 일컫는 분서갱유, 유학서를 모두 불태우고, 선비들을 생매장시키는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사건의 핵심인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미이라 3>에서 보았던 진시황의 화려한 일생 그 주변에 이사 같은 이런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으리라.   

 
 부록에는 명사의 상소문 18편이 실렸는데,  유일하게 아는 문장인 제갈량의 <전출사표>를 보니 참  반가웠다.  삼국지를 읽으며 가슴 뭉클했던 친근한 문장이라 책을 받고는 가장 먼저 펼쳐 읽어 보았다.
초야에 묻혀 살던 자신을 찾아와 나라를 세우는 대업의 동반자가 된 유비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문장들이 다시 읽어도 참 감동적이다. 유비와 함께 했던 찬란했던 시간들, 이제 초나라의 운명도, 자신의 목숨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예감하듯, 북벌 정벌을 위해 출정하는 제갈공명의 글이 참 비장하다.
 

 상소는 최고 권력자 왕 앞에 자신의 의견을 전심으로 쏟아붓는 소통의 통로이며,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현직 정치인들이 자신의 운명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명 문장이다. 평생을 갈고 닦아 토해낸 그들의 글을 통해 우린 중국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니 책이란 참 좋은 스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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