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는 평범하지 않은 제목처럼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일본 소설 속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사색을 하고 있는 책이다.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시큼하고, 연한 갓 뽑은 원두커피 같은 사랑과 에스프레소 같은 강렬함에 이끌리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시리고 외로운 한파가 몰아치는 세상 속 따뜻하고 달콤한 밀크커피 같은 사랑 등, 커피 맛에 비유하자면 각각 다르지만 무엇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그런 사랑들과 만날 수 있다.

청춘, 고독, 자유, 사랑, 커피, 여행, 새로운 세상... 하루키의 소설 속 사랑이야기는 가슴 설레이는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사랑이다.
나는 사람들이 하도 하루키, 하루키 하며, 젊음의 코드가 어떻고 하던 그 시기를 조금 지나 청춘의 정점을  찍고, 중년의 문에 막 한 발을 내딛던 그런 시기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두 편이었지만, 읽고 나서 시간이 흐르니,
상실의 시대의 '나'와 해변의 카프카의 '나'가 헷갈린다.
비슷한 분위기, 느낌, 감성을 풍기는 갸냘픈 남자 주인공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자아속 깊숙히 묻혀있는 상실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미모의 소년,
도서관의 책 냄새, 맑은 햇살, 갓 끓인 커피향과 결코 추하지 않은, 육체적 사랑을 탐닉하는 애로틱한 문장들도 생각난다.
그런데,  다시 읽은 이 책 속 남녀의  대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아끼고, 그 사람과의 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들이는 정성들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여자는 남자의 외모, 능력, 섹시함 보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글은 여자의 감수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뜨겁고, 재치있고, 배려 깊고, 한편 드라이하면서도, 쿨하게 사랑도 이별도 할 수 있는 그런 하루키의 사랑은 이해 할 듯 하면서도 온전히 이해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나쁜 남자의 사랑은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 든다. 쓰지만, 더 갈증나게 하고, 더 갈구 하게 하는 그런 사랑, 나쁜 사랑은 자신의 결점때문에 때론 세상에 등돌리는 사랑으로도, 또는 그 반대로 세상에 배수진을 치고, 격렬히 저항하는 사랑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세상에 숨어버리는 사랑은 그 측은함 때문에 여자들을 끌어당기고 , 세상에 배수진을 친 사랑은 그 격렬함과 뻔뻔함 때문에 여자를 끌어당기는 강한 마력을 발휘한다. 

3부, 보통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속삭였을까? 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생각나는 아련한 기억속 사랑들이다. 사람이 살면서 성공적인 사랑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린 거의 모두 투명할 정도로 푸르른 사랑을 보낸다. 때론 삶에 지쳐 사랑도 피곤하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이 온다면,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이 존재함으로 행복한 시간, 사랑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보내는 눈물나는 그런 사랑을 하기도 한다.

 오래 사랑하지 않고도  살 수 있지만
사랑을 하면서 살면 사람들은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 존재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지 않아도, 내겐 특별한 그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그 사랑의 모습들이 귀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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