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미국 코넬대학교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의 <부자 아빠의 몰락>은 미국중산층의 경제위기와 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미국 중산층의 경제위기는 미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고 비슷한 시장경제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의 중산층의 위기라고도 말 할 수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현재 중산층의 위기는 무엇일까?
우선 승자독식 급여체계를 들 수 있다. 1945~70년대 초반까지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다 같이 고르게 경제성장의 혜택을 보았으나 그후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년간은 상위 5% 의 사람들에게 이자 및 기타 수입이 배당되어 왔다. 그럼 상위 5% 이외의 대부분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그 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볼 때 실질소득의 증가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엄청나게 소득이 늘어난 부자들은 엄청난 지출을 하게 되고
그것은 엄청난 부자들의 바로 아래 단계의 사람들의 지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그러한 지출은 그 아래 단계 소득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반적인 소비규모가 커지게 되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소비에 있어서 ‘참조틀’이라고 표현한 단어를 ‘소비의 모방’이라고 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결국 중산층은 소득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소비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통 건전한 경제관념을 가진 사람이 생각할 때는 ‘아이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네, 수입의 범위 내에서 저축하고 아끼고 살아야지, 웬 과소비?’하고 욕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나 혼자 건전한 경제습관을 실천하면 되지’ 하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속해있는 지역이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저자는 ‘정황’이라고 표현함)에 따라 불가피한 소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의 교육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자녀교육을 위한 좋은 학군이 있는 지역의 집값은 엄청나게 비싸다. 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주택, 자동차, 의류, 교육비 등의 경쟁에서 대부분의 중산층이 허덕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너무 적게 저축하며,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은 지출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소득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는 사회 속에서 중산층 아빠가 몰락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좋은 학교가 위치한 지역으로 이사하기 위한 경쟁 압력 때문에 우리가 너무 열심히 일하고 너무 적게 저축하는 것이 문제라면 효과적인 유일한 정책수단은 좀더 일반적인 방법으로 지출의 동기를 바꾸는 것이다.
모든 가계가 연간 소득의 특정 비율을 저축하도록 만드는 법적 규정이 필요한데 이것은 미국의 사회보장 제도를 위한 급여세(급여의 12%를 세금으로 납부)처럼 일정부분을 강제로 징수하여 노후에 자신도 사회보장 제도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특정형태의 소비에 누진소비세(누진소득세와 비슷한 개념)를 부과해 그 소비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엄청난 소비세가 붙는다면 더 많이 저축하도록 장려하는 셈이 됨)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주택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재산세에 대한 누진세를 적용한다. 현재 소득에 상관없이 붙는 부가가치세는 상대적인 역진세라는 문제도 지적한다. 그리고 저축의 면세 조항을 신설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납부한 세금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바르게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사용되기를 원하는 공공서비스에 우리 돈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납부하는 세금이 그 값어치에 맞게 공공서비스를 회복하는 데에 사용되도록 누진소비세를 채택할 수도 있다.
더 나은 교사, 더 나은 도로, 더 강화된 국가안보, 의료서비스, 공공도서관 등의 복지 정책에 부자들의 많은 세금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적절한 세금이 더 잘 사용되어진다면 부자 아빠의 고통을 조금씩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전의 부시 행정부의 세금정책이 소득불평등을 더욱 더 부추겼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가 선거유세에서 공약한 세금 정책들이 바르게 실시될 경우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용어도 조금 어렵고, 우리말로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듯 보이는 단어들이 종종 등장한다. 내가 경제에 지식이 없어서인지, 우리말로 해석한 문장을 읽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하고 마치 난해한 영어 문장을 해독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뛰어넘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읽어 낸다면, 현재 우리 사회 중산층의 어려움과 경제적인 문제점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지’ 를 긍정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