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사이언스 Brain Science - 뇌를 어떻게 발달시킬까
정갑수 지음 / 열린과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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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고 내일도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지친 나는 케이크 한 조각이 담긴 차 한 스푼을 곧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따스한 액체와 그 안에 든 빵이 입에 닿자마자 전율이 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서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내게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에 집중했다. 격렬한 쾌감이 몰려왔지만, 그것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그것이 어디서 오는 감각인지 알 수 없었다.” 본문 191쪽

윗글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순간 그 향기와 함께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강렬히 떠올라 자신의 고향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냄새를 통해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작가의 이름을 따서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후각시스템과 감정을 다스리는 뇌의 부분이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색깔이나 소리보다는 냄새로 예전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곤 하는 경험은 이 책을 읽고 보니 냄새와 뇌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핵물리학을 전공 후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의학 물리를 공부한 저자는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뇌와 관련된 암환자들을 보면서 뇌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뇌에 관해 공부하면 할수록 뇌가 바로 우리 자신이며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 되므로, 결국 뇌에 대한 연구는 나와 이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뇌의 진화’와 ‘뇌의 작동’ 파트에서는 뇌의 생물학적 진화과정과 뇌의 각 부분의 기능, 구조에 대해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과학적 지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오히려 그 상세함에 질려버릴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약간의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꽤 유익한 공부를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나는 전자에 가까워서 지식의 나열 부분은 건너뛰는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다음 장들은 ‘감정’, ‘마음’, ‘감각’, ‘기억’ 등이 뇌와 어떤 관계가 있으며 뇌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과학적 이론 보다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들이 많아서 조금 더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뇌를 어떻게 발달시킬까‘와 ’뇌를 어떻게 활용할까‘ 편에서는 엄청난 밑줄을 그으면서도 뇌에서 ’엔돌핀‘이 생성되는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이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독자들이 소중한 뇌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건강한 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인스턴트나 질 낮은 음식을 섭취하면 안 되는지,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하며, 즐거운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나의 생활 습관을 체크하면서, 이렇게 살아서 그렇게 힘들었구나, 요즘은 비교적 잘 살고 있구나, 등 지나온 삶의 흔적들에 성적도 매겨 보았다.
아이들의 학습과 재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길도 바로 ‘뇌’에 있으며 건강한 청춘, 행복한 노년을 보낼 키워드도 바로 ‘뇌’에 있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뇌, 그러나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혹사당했던 나의 ‘뇌’,
그리고 나 자신을 이제 제대로 존중하고 대접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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