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이버 세상은 물론 온 나라 안이 이런 저런 소문과 의견, 걱정으로 들끓었었다. 교육, 경제, 의료 정책 등 새 정부의 정치 이념에 기반에 둔 각종 정책의 초안들이 발표되면서 서민들이 제일 크게 염려했던 부분이 의료부분의 민영화였다. 미국 영화 ‘식코’의 이야기처럼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사람이 봉합 수술에 6천만원의 견적서를 받았고, 돈이 모자라 2개만 봉합하고 1개는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 등 섬뜩한 이야기들이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아 불안에 떨기도 했었다.

뭘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이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을 따르고 있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완전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재벌이나 가진 자는 이미 가진 자본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할 기회가 많은 반면 중소기업이나 서민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게 뛰어도 살둥말둥한 것이 요즘의 삭막한 현실인 듯싶다.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란 속담이 뼈저리게 와 닿지 않을 사람은 몇 %나 될까?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장하준은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허구와 신자유주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경제 정책으로 개발도상국들을 위협하는 부자나라들을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규정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이란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인(노상 강도에게 약탈당한 한 사람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을 받음)’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선진국 자신들이 경제성장을 이루던 시절, 자국의 기업과 기술을 보호하고자 펼쳤던 여러 가지 경제 보호 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다문 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따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그들이 개발도상국과 맺으려는 협정의 내용 또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분야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강요한다.
기술적으로 뒤진 개발도상국들은 그들의 기술 수준에 맞는 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선진국은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비싼 물건을 팔고 외국 자본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나 장려정책을 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들의 역사를 살펴볼 때 선진국의 이 같은 경제정책은 모순된 것이며,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탐욕스런 계략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다.
케냐의 경우 상위 10%의 사람들이 국가 부의 46%를 차지하고 가난한 사람이 1실링을 벌 때 부자는 56실링을 번다고 한다. 이런 빈부의 차가 엄청난 나라에서 그 나라의 대부분의 부를 거머쥔 소수의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의 불행 속에서 그들만의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까?
국가적으로도 몇 몇 나라들만 너무나 부유하고 거의 모든 나머지 나라들이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칠 때 부자인 몇 몇 나라들만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국제관계, 특히 경제적 이익을 두고 벌이는 전쟁과도 같은 시장의 논리 속에서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책의 말미에 살짝 언급하고 있다.
국가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시장보호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끌어 올려 개발도상국들이 보다 잘 살게 될 때 그들의 구매력은 높아질 것이며 부자나라들은 그들의 상품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이다.

지구촌, 세계화가 너무나 익숙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국제 시장의 힘의 논리를 명확하게 꼬집어 비판하면서도 잔혹하지 않은 경제 이론과 정책을 논리적이고 열정적으로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제안들이 보다 바람직하고 나은 국제 경제 관계의 거름진 토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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