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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 중국인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달픈가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랑셴핑/미래의 창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한숨 속에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 날씨가 조금씩 풀리니 또 다른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수천마리의 가축이 묻힌 그 땅들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묻은 짐승의 사체가 부패해 냄새가 나고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지금 2월말인데 올 여름에는 어떻게 될까. 냄새며, 곤충이며, 그 지역의 흙이며, 물이며, 직접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감염된 가축 처리 방법이 땅에 묻는 것밖에는 없었을까?
올 겨울은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쇠고기 등, 고기 값이 급등하고, 덩달아 닭, 오리 값도 올랐다. 작년, 재작년, 아니 거의 해마다 특정 채소 값이 요동을 쳐 서민들의 식탁을 뒤흔들었다.
지금 고달픈 것은 중국인의 삶 뿐 만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도 고달프다. 어려운 나라는 어려운 나라대로, 조금 나은 나라는 조금 나은 대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지난 2월,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밀어낸 이집트의 혁명도 ‘빵’때문이었다고 한다. 밀 값이 높아지니, 빵 값도 높아지고 빵 외에는 먹을 것이 거의 없는 생존의 심각한 위협 앞에 실업률은 급증하고 부패한 관리들에게 그나마 가진 것들도 다 빼앗기는 상황에서 사실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 먹고 사는 식량문제는 전 세계인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부상하고 있는 랑셴핑 교수의 최근 저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은 중국의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G2,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파워풀하게 급부상한 중국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중국 정부와 일부 부유한 특권층의 삶이야 뭐가 어려울 것이 있을까. 그러나 그 부자 중국을 떠받치고 있는 대부분들의 서민들의 삶은 힘들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 등 기본적인 생활이 가난하다. 교육, 의료, 문화의 혜택을 위해 지불해야 할 돈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미국인이 월 4000불의 수입으로 1달러짜리 커피를 마시고, 500불짜리 노트북을 사용하며 50불짜리 저녁을 가끔 친구와 먹는 것은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꿈의 생활이다. 중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우며 대도시의 부동산 집값과 물가는 선진국만큼 올라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평범한 삶을 중국 젊은이들이 누리려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해야한다.
이 책은 이런 중국 서민들의 경제적 삶의 어려움 외에도 중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 중국의 심각한 환경문제, 환율 등 국제관계에서 중국의 어려움, 의료개혁, 교육개혁 등 전반적인 사회적 근본문제들을 살펴본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며, 다른 나라의 사례, 다른 기업의 사례를 통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들이 어려운 경제적, 사회적 문제의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팍스콘 직원들의 자살을 통해 살펴본 살인적인 조립생산라인대신, 셀 단위 생산 라인을 도입한다면 한 인간이 거대한 산업과 경제의 부품처럼 취급되는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면서 보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앞에서 중국의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집트의 문제는 이집트의 문제만이 아니듯,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