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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평점 :
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연암서가
늘 책 옆에서 일하지만 실물이나 그림이나 항상 책꽂이 가득 꽂힌 책을 보면 감동적이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휴일이나 오가는 길에 잠시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하면 가장 만만하게 찾아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시립도서관, 공공도서관,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의 낡은 건물, 세월의 시련을 견디기 어려웠던 듯 새로 지은 튼튼하고 넓은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늘 찬 바람이 실내까지도 점렴 되어 있던 곳, 그 곳에 들어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종합자료실의 신간도서 코너다. 책꽂이에 한 가득 꽂힌 새 책의 향기, 맛있는 커피나 도넛을 고르듯 무얼 먹을 지 고민하는 즐거움 그것이 내게는 한 권, 한 권씩의 책으로의 여행의 시작이다.
실물의 도서관 뿐 아니라 최성일의 <한 권의 책> 등, 이런 ‘책에 대한 책’도 내게는 숨겨진 보물 같은 도서관이다. 더욱 좋은 건 이 도서관은 실력 있고 검증된 애서가가 한 권 한 권 밤 새워 읽고 뽑은 책으로 가득하다는 거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의견, 다양한 비판을 받은 책들이 있지만 그의 길잡이를 읽다보면 ‘이번엔 이 책을 볼까?’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 박경철의 책들이 그렇고, 안도현의 <연어>가 그렇다. 친숙한 이름들이지만 선뜻 꺼내기 싫었던 책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집착하는지 그의 글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나도 책과 오래 사귀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를 보니 나의 책 사랑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정도로 보인다. 매일 같이 먹고. 울고 웃고, 싸우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한 그의 책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책과 연애하는 사람, 도서관 같은 천국으로 떠난 사람, 믿음직스러운 책 길라잡이라고 평해지는 저자는 45살의 젊음의 한가운데서 이 세상을 떠났다. 도서관 사서도, 출판인도, 서점 주인도 아니었지만 책과 진짜 사랑을 나눈 그의 글이 또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와 다행이다. 이 책 속 책들을 통해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행복한 독서가로 이 세상을 살았던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추천 책들을 사고, 읽고, 토론하며 내가 잘 몰랐던 독서가 최성일과 사귈 수 있을 것이다. 3부 17장의 제목, ‘책에 쓰여 있다고 무엇이건 다 믿진 말라’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름다운 책>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빅토르, 꿈을 꾸는 건 좋아. 하지만 책에 나오는 걸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돼.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지."
빅토르는 금방 시무룩해졌습니다.
"에이, 그러면 재미없는데... 근데,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하는 건 돼?"
"물론! 그건 되지."
-본문 중에서 -
형 토끼 빅토르가 동생과 함께 책을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저자가 이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