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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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어령/열림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앞둔 어느 초겨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쑥 동네의 한 작은 교회에 들어섰다. 1층은 주택이고 그 주택에 딸린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작은 지하 교회, 늘 걸어 다니던 길가에 있는 교회라 가끔 보기는 했었다. 그 날은 아무 생각 없이 몸이 스스로 불쑥 교회로 향한 거다. 물론 그렇게 스스로 찾아가기까지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겠지만 그렇게 시작한 신앙생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친구가 우리 교회 한번 가자거나, 이웃집 아주머니가 교회 부흥회라든가, 총전도주일에 간절히 초청해서 가는 교회를 스스로 찾아간 내가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다. 진학과 취업, 청소년기와 성인의 문턱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인지, 정말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영혼의 갈급함 때문이었는지 잘은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는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늘 되풀이 되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직접 만나보지 않았어도 그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저자의 신앙 에세이, 앞서 쓴 <지성에서 영성으로>란 책도 목사님의 설교 중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은 2007년 CTS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역은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신앙생활을 했다면 성경의 내용이나 믿음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처럼 성인의 문턱에서 성경을 접한 사람들은 일단 교회를 가기는 했으나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기는 하지만 그것이 잘 깨달아지지 않는다. 믿고는 싶은데 안 믿어진다. 신약을 읽어도, 구약을 읽어도 이게 신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읽었던 기독교 관점이 아닌 책들의 내용과 충돌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와 새롭게 입문한 세상에서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평생 문학을 연구한 학자로, 정치인으로, 글 쓰는 작가로 살아온 저자와 성경의 새로운 만남은 지금 새로운 꽃을 피우는 중이다.


이 책은 1부에서 4부까지 하나님을 떠난 인간, 우리 몸은 하나님의 집,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십자가와 부활까지 이 세상의 문화와 언어로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저자가 시인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으나 각 장의 말미에 실린 저자의 영성이 충만한 시는 참 놀랍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베드로는 베드로답게, 바리새인이며 당대 최고의 가문이며 로마 시민권자였던 바울은 바울다운 삶을 살도록 인도하셨다. 지금은 저자의 말처럼 한 사람의 지적이고 성실한 학자를 통해 하나님과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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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병장수 밥상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 비타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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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병장수의 비밀

KBS<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비타북스


  얼마 전 간수치가 높은 직장 후배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한 기억이 난다. 나이에 비해 비대해진 몸과 피로를 빨리 느끼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은 특이 체질을 가진 그 친구에게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간단하게 제시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 듯하게 생각하는 보편적 건강 유지 방법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의 한계를  넘지 않은 간략한 설명에 가볍게 동조해 주는 그 친구가 기특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인과적 과정을 담고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강 상식을 전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보다 ‘아는 것이 생존이다’ 말이 더 실질적인 것을 느껴지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정말 필요하다는 절감하게 된다.

  ‘못 먹어서 병이 된 세상’의 옛날과 ‘많이 먹어서 병이 되는 세상’의 오늘의 격세지감을  피부로 느끼지만 한이 많았던 우리 민족 정서는 먹는 문제만은 그 한을 다 풀지를 못한 모양이다. 집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온통 먹거리 천국이다. 많은 먹거리를 놓고 얼마나 배불리 먹을 것을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면 아직도 우리는 굶주림의 한으로 점철되어 숙성한 옛 정서를 훌훌 털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음식, 이로운 음식에 대한 분별을 이제 시작할 때다. 이에 대한 답으로 지금도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그램이 음식 중독으로 병들어 가는 현실에 대한 진단을 내렸고 모든 질병에 대해 음식을 통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과제를 영상물만 대신할 수 없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이 펴낸 이 책에서 현대인의 건강 파수꾼의 역할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의학은 인간의 삶을 영위시키는 과학이다. 인과 관계와 귀납적 접근이 있어야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대중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갖게 하고 현대 의학을 빌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관리하고 돌볼 수 있는 안내서 내지 지침서가 필요한 실정에 이 책은 실제적인 의학서로서 가치를 지닌다.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와 닿는 느낌도 다르다.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음식에 대한 건강 상식과 여러 질환에 대한 원인 분석, 해결 방법이 이해되기보다 감지된다는 표현이 나을 성 싶다.

  불혹(不惑)을 넘기면서 음식에 관한한 불혹과 무관한 삶을 살았던 나를 비추면서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본다. 무개념과 무관심이 가장 큰 적이다. 곪나 터지기 전에, 덧나기 전에 자신을 챙기고 관리하는 것이 참 지혜로울 것 같다. 이전에 무심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나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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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숲을 여행하다 - 거만한 영어, English Road
김인성 지음 / 평민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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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영어의 숲을 여행하다

김인성 지음/평민사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란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인 키이라 니이들리의 발음이 무척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어는 영어인데, 왜 이렇게 알아듣기가 힘들고 엑센트가 저렇게 강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cnn이나 영국, 미국 드라마 등을 자주 보다보니 이해가 된다. 영어 발음으로 배우고, 영어발음에 익숙하다보니 전형적인 영국식 발음이 낯설었던 거다. cnn에는 미국인, 영국인, 아랍인, 인도인, 아프리카, 동남아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영어를 말한다. 같은 영어를 말하지만 그들의 출신이나 성장배경에 따라 발음이 차이가 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영어로 내용을 표현하느냐 하는 거지, 발음이 조금 다르다고 소통이 안되는 것은 아니란 거다.

     

'거만한 영어, English Road'란 작은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오랫동안 영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많은 책을 번역한 저자가 현재 영국에 살면서 느끼는 영어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일본이나 우리나라, 영어권 지역에서 먼 나라들은 영어에 대한 동경과 일종의 공포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공부해 대학, 성인이 될 때까지 공부해도 영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보자. 단순히 토익, 토플, 영어만 죽어라 공부하기 전에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영어는 캐나다, 미국, 아메리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인도, 아프리카 등 가장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국제공용어이다. 비즈니스, 학문, 여행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이 책은 영어란 언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영어를 배우는지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또 어떤 언어가 세상을 지배할지 모르지만 영어를 통해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뗄 수 있다면 투자한 만큼의 결실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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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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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옛집

함한성호 지음/열림원



  가끔씩 시골길을 내달리다 보면 하천 주변이나 개울가 근처에 정자를 발견하곤 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옛 선조들의 건축물을 보면서 선비들의 고매한 자태와 풍류를 즐기는 그 마음을 헤아려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 해 전 영주 선비촌과 도산서원을 갔을 때도 먼저 조선 사대부들이 자연친화적 정서를 읽는 것이 나의 옛 건축물에 대한 이해가 전부였다. 다른 경우겠지만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보아도 그다지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못했고 많은 건축가들이나 역사학자들의 평가 속에 가볍게 동조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건축물 속에 깃든 철학이나 정신을 이해하기가 내겐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조선의 성리학적 질서 속에 설계된 사대부 종갓집을 중심으로 그 안에 신분제와 삼강오륜이 녹아 있는 사랑채, 안채, 행랑채로 구성된 기본 틀이 조선 양반 사회의 정신이 외형으로 표출된 것임을 알기에는 옛 건축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너무 모자랐다. 먼저 당시에는 건축물로 사회적 권위를 내보이려 했고 지배층으로 일반 백성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들의 풍모를 건축물로 대신 선보이면서 근접을 허락지 않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신분에 따른 건축 제한을 했던 조선 사회에 자신의 입지를 건축물로 표했던 조선 성리학자들의 세속적 속성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건축 설계 속에 감추어진 성리학 사상은 우리가 도외시할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한다. 理와 氣 사상으로 대변되는 성리학 체계가 건축물 속에 녹아있다는 것이 서양 건축물과 다른 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용보다 멋과  정신을 우선시했던 조선의 건축물이 다시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는 변한다. 지금 현대 사회 속에 건축 설계 시 주변 환경과 건물주의 의도를 많이 고려한다고 한다. 그 안에 철학과 사상을 가미한 건축 설계란 것은 거의 이상에 가깝다. 편리성과 미학을 고려한 현 건축의 기본 설계 속에 우리 선조들의 삶을 표방한 건축 설계가 덧붙여지길 기대한다면 과한 욕심으로 치부될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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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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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연암서가


  늘 책 옆에서 일하지만 실물이나 그림이나 항상 책꽂이 가득 꽂힌 책을 보면 감동적이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휴일이나 오가는 길에 잠시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하면 가장 만만하게 찾아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시립도서관, 공공도서관,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의 낡은 건물, 세월의 시련을 견디기 어려웠던 듯 새로 지은 튼튼하고 넓은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늘 찬 바람이 실내까지도 점렴 되어 있던 곳, 그 곳에 들어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종합자료실의 신간도서 코너다. 책꽂이에 한 가득 꽂힌 새 책의 향기, 맛있는 커피나 도넛을 고르듯 무얼 먹을 지 고민하는 즐거움 그것이 내게는 한 권, 한 권씩의 책으로의 여행의 시작이다.


  실물의 도서관 뿐 아니라 최성일의 <한 권의 책> 등, 이런 ‘책에 대한 책’도 내게는 숨겨진 보물 같은 도서관이다. 더욱 좋은 건 이 도서관은 실력 있고 검증된 애서가가 한 권 한 권 밤 새워 읽고 뽑은 책으로 가득하다는 거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의견, 다양한 비판을 받은 책들이 있지만 그의 길잡이를 읽다보면 ‘이번엔 이 책을 볼까?’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 박경철의 책들이 그렇고, 안도현의 <연어>가 그렇다. 친숙한 이름들이지만 선뜻 꺼내기 싫었던 책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집착하는지 그의 글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나도 책과 오래 사귀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를 보니 나의 책 사랑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정도로 보인다. 매일 같이 먹고. 울고 웃고, 싸우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한 그의 책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책과 연애하는 사람, 도서관 같은 천국으로 떠난 사람, 믿음직스러운 책 길라잡이라고 평해지는 저자는 45살의 젊음의 한가운데서 이 세상을 떠났다. 도서관 사서도, 출판인도, 서점 주인도 아니었지만 책과 진짜 사랑을 나눈 그의 글이 또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와 다행이다. 이 책 속 책들을 통해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행복한 독서가로 이 세상을 살았던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추천 책들을 사고, 읽고, 토론하며 내가 잘 몰랐던 독서가 최성일과 사귈 수 있을 것이다. 3부 17장의 제목, ‘책에  쓰여 있다고 무엇이건 다 믿진 말라’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름다운 책>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빅토르, 꿈을 꾸는 건 좋아. 하지만 책에 나오는 걸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돼.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지."

빅토르는 금방 시무룩해졌습니다.

"에이, 그러면 재미없는데... 근데,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하는 건 돼?"

"물론! 그건 되지."

-본문 중에서 -

형 토끼 빅토르가 동생과 함께 책을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저자가 이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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