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에바 부인과 같이 있던 데미안은 어느날 곧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데미안에게 전해 듣는다. 데미안은 자신을 전쟁에 참여할 거라며 말하고 데미안 또란 참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데미안은 폭발로 부상을 당하게 되고 그곳에서 데미안을 만난다. 데미안은 그에게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며 얘기하고 에바 부인이 자신에게 전한 입맞춤을 전해 달라며 짧게 입맞춤을 한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의 내면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붕대를 감는 것은 몹시 아팠다.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가끔 열쇠를 발견해서 내 자신의 깊은 곳으로,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형상들이 졸고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그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굽혀 내 모습을 비춰 보았다. 이젠 완전히 내 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이다.

-알라딘 eBook <데미안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중에서 - P247

백양나무에 기대서서 움직이는 하늘을 응시하는데, 미세하게 바르르 떨리는 밝은 빛이 곧 커다랗게 솟아오르는 일련의 형상들을 이뤘다. 맥박이 이상할 정도로 가냘프게 뛰면서 바람과 비가 느껴지지 않는 피부의 무감각, 그리고 언뜻언뜻 느껴지는 내부의 강렬한 각성 때문에 나는 인도자가 주위에 있음을 느꼈다.
구름 속에 대도시가 보였다. 거기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광대한 풍경 속으로 떼 지어 흩어졌다. 그들의 한복판에 신의 모습을 한 강력한 자가 나타났다. 산맥처럼 거대하고, 머리카락에서 별들이 반짝였으며, 에바 부인 같은 표정을 지녔다. 사람들의 대열이 커다란 동굴로 들어가듯 여신에게 집어삼켜졌다.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여신의 이마에서 표식이 빛났다. 여신은 어떤 꿈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처럼, 두 눈을 감았고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갑자기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이마에서 별들이,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이 튀어나와서 멋진 활모양과 반원을 그리며 검은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 별들 가운데 하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곧장 나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나를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굉음을 내며 수천 조각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솟구쳐 올렸다가 땅으로 내동댕이쳤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세계가 내 위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백양나무 근처에서 흙과 상처로 뒤덮인 채로 발견되었다.

-알라딘 eBook <데미안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중에서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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