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13. 토
-치료가 고통을 수반할 때
인지요법과 인지행동 요법 같은 치료법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개선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인격 장애나 대인 관계 문제 기괴한 핼동 교정 등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치료법은 인지, 즉 사물의 수용 방식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는 상태를 수정함으로써 사회생활이나 조직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다.
인지요법이나 인지행동 요법은 이 경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좀 더 낙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누군가에게는 효과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상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애착이 불안정하고 인간에 대한 불신감이나 자기부정이 강한 경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아무래도 이 치료법은 ‘당신의 사고방식은 편중되어 있다‘거나 ‘당신은 현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자기부정이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강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면 옳은 지적이라고 해도 반발과 실망을 불러일으켜 치료를 받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어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심리요법
이런 문제점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마인드풀니스라는 심리 상담법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가치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풍요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풍요롭게 느끼는 것이라고 해도 좋다. 이 기법은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심리적 접근이며 그 기원은 명상에 있다.
이 기법은 얼핏 듣기에는 비과학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어 실제 치료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치료법은 우울증이나 불안, 분노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마인드풀니스 요법은 인지요법처럼 어떤 사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편중되어 있다‘거나 ‘옳다‘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편중된 수용 방식은 잘못된 것이므로, 그것을 올바른 수용 방식으로 바꾸려는 일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것이 이상적인 상태를 향해 노력해야만 한다거나, 이상적인 상태여야만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치료해야 하는 상태를 또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요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느끼는 것이 목표이다. 부연하자면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 판단으로부터 자요로워지는 것이 목표다. 이상적인 상태여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서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증상을 만들어낸다.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증상을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라져간다. 그것은 과거의 방법처럼 증상을 제거하거나 조절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증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절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기묘하게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회복하는 것과 연결된다. 증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증상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마침내는 그리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편안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인드풀니스 요법의 큰 특징을 머리로는 알아봤자 쓸모없다는 것이다. 마음과 몸을 통해 그것을 체험하고,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일단 체험하면 모든 것을 느끼는 방식이 180도 변한다.
하루하루가 좀 더 생생하고 풍요로울 뿐 아니라 지금까지는 지루하고 평범했던 일상이나, 힘들고 상처투성이였던 일상도 온갖 환희와 풍요로운 느낌으로 가득 찬 보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우울증이나 불안, 초조에 사로잡혀도 그것이 생활이나 인생을 부패시키는 것이 아닌, 열심히 살아온 증거로써 소중하게 느껴진다. 뭔가를 한다기보다 여기에 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맛보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는 와중에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중하게 음미할 수 없다면 이상적인 상태를 손에 얻는다 해도 색이 바래 시시한 것으로 변하고 만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는 것,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자. 그것이 가능해지면 생명이라는 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빛을 되찾게 된다.
마인드풀니스 요법은 살아 있다는 것의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흡과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힘든 체험이나 괴로운 느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음미함으로써 거기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과 풍요로운 깨달을 얻어간다. 그럼 의미에서 이 체험은 가장 고차원적인 체험임과 동시에 가장 원초적인 체험이기도 하다. 이것이 단순히 심리 요법이라기보다는 몸의 체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존의 심리 치유를 초월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 점이 효과의 비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살핌과 애착 시스템
애착은 생물학적인 구조이기도 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물로서, 포유류로서 생물학적인 체험이 중요하다. 특히 회피형 인간은 기능이 저하된 애착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군가를 지탱해주거나 보살펴주는 체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애착이란 상호 작용이며 보살핌을 받거나 보살핌을 주는 행위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동물과의 접촉은 애착을 활성화시키고, 살아가는 기쁨을 되찾기 위한 힘을 갖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작은 생물의 생명에 책임감을 갖고 필사적으로 보살피면, 똑같은 생물인 사람의 몸에도 애착이라는 본능적인 구조가 활성화된다. 그것이 자신의 아이라면 막중한 책임감에 주출할 수 있지만 보살피다 보면 애착이 생기고 어떤 힘든 일이라도 참아내려는 마음이 샘솟는다.
하지만, 부모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와 접촉하고 보살피는 행위는 물론 중요하다. 그 행위는 아이와의 유대가 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불안이 억제되고, 긍정적인 활력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져,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보살핌에 따른 효과를 아이를 상대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려할 때, 애착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러한 관계를 일이나 학교생활 속에서 찾아내도 좋고, 봉사 활동 같은 과외 활동에서 발견하는 것도 좋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노인을 돌보는 일도 역시 애착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다만, 회피형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살핌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서툴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허용범위를 초과해서 부담이 되어버리면 애착 시스템일 활성화되기는 커녕 회피하는 행동이 더욱 강화될 뿐이다.
그럴 경우 키우는 동물을 방치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자녀를 상대로 벌어지는 비극도 적지 않다. 관계가 시작된 이상 나름대로 책임지려는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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