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06. 토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길
주체성과 책임감을 회복하는 것만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리고 주체성과 책임감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사람에게 안전 기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안전 기지의 역할을 맡아주면 그는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이나 현재 기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일단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변화를 향한 큰 힘이 생겨난다. 안전 기지라는 역할의 특성이 주체적인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안전 기지인 사람은 주체성을 침범하지 않는다. 뭐가 됐든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맡김으로써 애당초 책임감이라는 것 자체를 상대방의 것으로 되돌린다. 쓸데없는 간섭이나 방해 없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긍정해줌으로써
그 사람 본연의 빛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쓴다고 모든 회피형 인간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히키코모리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바뀌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동시에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품고 있다. 그런 마음을 지워내고 새롭게 도전해보려는 용기를 주는 것도 안전 기지가 되는 존재가 지켜봐주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회피하는 습관의 뿌리
상처받았던 경험이 많아 그 경험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 회피하는 습관이 오래 지속되는 것만은 아니다. 회복이 힘든 경우는 원래 애착 성향이 회피형인데다가 후천적으로 상처받은 경험까지 있어서 증세가 강화된 경우이다. 이럴 경우에는 회피하는 습관만을 고치기 보다는 어린 시절의 문제와 함께 치료해야 한다. 오랫동안 히키코모리로 살던 k씨는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을 미루어보았을 때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사건을 겪고 나서 대인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관계에 머무르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변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에서 발생한 오해였고,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k씨 자체가 이미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타인이 지옥이라 느끼는 사람
하지만 k씨의 대인 관계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니 문제가 보였다. 그는 집단에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었지만, 누구와 단 둘이 있게 되면 어색했다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부모와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반응해주고 말을 해줬으면 했지만 아버지는 k씨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그는 점차 아버지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됐다. 반응을 원하는 마음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인간에 대한 거부감을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는 좀 더 편한 사이였지만 점차 틀어졌다. 어머니는 교사로서 항상 뭔가를 가르치거나 지도하려고 했다.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k씨에게 그런 태도가 지속되자 k씨는 점차 어머니에게 반발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자 둘은 입만 열면 싸우게 되었다. 10년동안 그렇게 서로 싸웠고 k씨에게 타인은 지옥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 그 누구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것은 회피형 인간이 자주 보이는 방어 반응의 하나인데 친밀함을 원해 접근하는 상대를 깔보거나, 의심하는 태도를 취한다. 속마음을 내보이는 일도, 털어놓고 의논하는 일도 없으며,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곧바로 외면해버리거나 주변 사람이 곤란에 처해도 자신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냉랭한 태도를 취한다.
k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회피형 성격이 어디에서 유래되었고, 어떻게 그동안의 인생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서서히 알게 되었다. 히키코모리가 된 상황도 이 모든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였던 것이다.
회피형 인간이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럴 경우, 주체성과 책임감을 회복하는 것만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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