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15. 금

-심리적 반전을 경험하다
회피형 인간의 심리 구조는 이중의 회피 반응에 의해 강화된다. 하나는 마음이 다친 상황에서 또다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방어 반응이다.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누구나 이러한 회피 반응을 보인다. 다른 하나는 그다음 단계인데 회피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정신적 동요와 거부 반응이다. 앞서 말한 융 또한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융은 이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마주하며 변화해야겠다고 스스로 느꼈고 노력하였다. 그가 회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시간의 길고 짧음은 있지만 회피의 함정을 극복한 사람은 반드시 이러한 심리적 반전을 경험한다.

-실체 없는 공포
회피하고 있는 성 안에 갇혀 있는 것과 비슷하다. 상처받은 마음이 만들어낸 공포 때문에 그 벽이 뛰어넘기 힘든 것으로 변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 처할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혀 마주할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눈을 돌리면 돌릴수록 공포는 더욱 심해진다. 이런 경우에 효과적인 방법은 가장 두려운 상황을 용기 내어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힘든 기분이 되는지, 얼마나 슬픈 기분이 되는지를 상상하고, 그것을 음미해본다.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 본인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를 음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괴롭고 무서워하지만 계속 상상하다 보면 그리 무섭지 않거나, 실제로는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심리요법은 익스포저 즉, 폭로 요법이라고 하는데 불안이나 공포에 사로잡힌 마음을 극복하는 기법 중 하나이다. 이 요법은 예기불안에 빠진 사람이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 문제의 상황 속으로 뛰어들어 가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를 극복하도록 해준다. 상처가 깊은 회피형 인간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이야기하는 것 조차도 힘들어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그 상황을 느껴봐야 한다. 본인이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다면 공포와 불안은 점차 희미해지면서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얻게 된다.

-너무 높은 기대치
회피형 인간의 마음에는 실체가 없는 공포 외에도 자신에 대해 너무나 높은 기대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기대치가 실패에 대한 공포를 강화하여 더욱더 회피형으로 견고해지는 것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면 아주 높은 수준에서 해야 하고,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생활 기준이 이렇듯 모 아니면 도이다. 자존심에 상처받을 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회피를 선택하는 이들은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두통이 생기거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식으로 자신의 몸을 괴롭힌다.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는 본인의 괴로움을 인정하고 스스로가 그 상황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싸워야 할 대상이
바로 상황을 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여 그것을 자기 생각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자신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아 한동안 학교를 쉬던 k씨의 예시를 든다. k씨는 ‘아무도 나를 상대해주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어쩌지‘, ‘진도가 많이 나갔을 텐데 못 따라가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그에게 객관적으로 사태를 다시 예측해보라고 하였고, 수업에 대해서도 물어보며 ‘대답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시각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쓸모가 있다‘는 시각으로 바꾸었다.(리프레이밍)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k씨에게 폭로 요법을 사용했다. 그 이후 k씨는 오랫동안 쉬고 있던 대학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만약 회피하고 싶은 상황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강하다면 이러한 폭로 요법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일단 본인이 극복하고 싶어 하고, 그를 위해 괴로운 상황과도 마주해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면 폭로 요법은 강력한 해독제로 작용한다.


힘든 현실이나 불안과 마주하는 공포보다, 인생의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지다 보니 마음의 양상이 백팔십도 뒤바뀌는 것이다. - P252

‘도망쳐봤자 별 수 없다‘, ‘아무리 불안해도 뛰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마음먹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동안 불안하고 무섭고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것 같던 상황도 별거 아닌 걸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상황에 뛰어들어 보면 본인이 느꼈던 불안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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