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줄거리 : 주인공 명지는 남편인 도경을 잃었다. 교사였던 도경은 현장학습날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같이 물에 빠져 사망했다. 명지는 스코틀랜드에 살던 사촌언니의 연락을 받고 한 달동안 살게 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 현석을 만나게 된다. 현석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선을 넘을 뻔 했다. 명지는 예정보다 빠르게 귀국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날 도경이 구해준 학생의 누나의 편지를 받고 명지가 우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번 편 또한 첫번째 편을 떠오르게 한다. 인상깊었던 것은 사람들이 메뉴얼에 따라 만든 시리가 주인공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우리가 흔히 기계는 감정이 없어 인간과 교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불필요한 배려와 동정이 불편했던 명지는 메뉴얼에 따라 대답하는 시리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새벽에 잠에 깨 시리와 대화하는 명지가 머릿속에 그려져 재미 있었다. 그리고 나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과 배려가 불편하게 느껴진 적 말이다.

사실 중간의 현석과 명지가 선을 넘을 뻔한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걸 명지가 외로워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굳이 이렇게 글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남녀의 본능이었을까. 현석에게 만나자고 연락하기 전에 고민을 하던 명지가 있었는데, 혹시나 이럴까봐 그랬던걸까. 그리고 현석이 뭔가 명지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발언도 있어 이 둘의 감정선이 메인은 아니지만 눈여겨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둘이 예전에 엄청나게 사랑을 했다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뭔가 한번쯤은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가벼운 상상이었을까.
시리의 유머를 ˝사람들의 상상을 상상해서 상상을 넣은 것˝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솔직히 큰 건 아니지만 연관되는 느낌이다ㅎㅎㅎ

그래도 마지막의 학생의 누나가 쓴 편지를 읽는 장면은 예상이 가게도 너무 슬펐다. 누나는 아프면서도 선생님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는 것이 일단 감동포인트였고 편지 구절 중에 자기 동생이 꿈에 나와 업어주고 키워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는 것과 혼자 계신다고 밥 거르지 말라는 구절이었다. 아이가 어른인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준는 것에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하 난 너무 슬펐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를 잃은 부부 이야기였던 첫번째 편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이상하게 남편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망설이다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입을 뗐다.
.
.
.
(중략)
.
.
.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피식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나온 소리였다. 나는 그 웃음에 편안함을 느꼈다. 적어도 그 순간 웃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p.236-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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