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5. 20. 금

제목 : 가리는 손

줄거리 : 오늘은 주인공의 아들인 ‘재이‘의 생일이다. 주인공은 재이의 생일상을 차리며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청소년 4명이 한 노인을 구타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맞은 편 인형뽑기 기계 앞에 있던 재이가 다 보고 있었고 그 광경이 다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심지어 그 영상의 노모자이크 버전까지 올라오면서
재이는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왜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물음에 재이는 거짓말을 치며 변명을 했다. 주인공과 재이는 재이의 생일 케이크의 촛불에 불을 붙일 물건을 찾다가 그 사건에 대해 대화하던 중, 주인공은 재이에게서 알 수 없는 묘함을 느낀다.

일단 이번 소설은 주인공이 재이의 생일상을 준비하는 걸 묘사한 부분이 많은데 그게 너무 자세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져 너무 좋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얘기는 제치고, 이번 소설에서 느낀 게 ˝아이의 세상과 부모의 세상˝이었다. 작중 내내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어서 어른이자 부모인 주인공이 재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려준다. 반면 재이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부모의 시점으로 진행되다보니 자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시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 재이는 가해자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냐는 주인공의 물음에 미소를 띠며 ˝틀딱?˝ 이라고 얘기한다. 주인공은 거기서 어디선가 그 표정을 본 것만 같은 위화감을 느낀다. 그리고 생일 초를 불기 위해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블랙박스 화면 속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던 재이가 가린 게 놀란 얼굴이 아니라 사실은 웃는 얼굴이 아닐까 하는 주인공의 속마음이 나온다. 이때 나도 살짝 소름이 돋으며 부모 입장에서 계속 애틋하고 안타깝고 사랑하는 자식으로 표현되었던 재이가 한순간에 다르게 보였다. 앞서서 말한 다른 부모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라는 말이 확 와닿았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접하며 부모가 모르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정말 주인공의 마음대로 재이가 그 광경을 보고서 놀란 게 아니라 재미를 느낀 거라면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물음에 거짓말을 친 것도 이해가 간다. 재이가 그 일의 가해자는 아니지만 재미를 느낀 자기 자신이 들통날까봐, 혹은 죄책감 때문에 못 한 걸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

또 하나 말하고픈 것은 ˝틀딱˝ 같은 어떤 집단에게 부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단어이다. 나도 솔직히 저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어서 떳떳하지는 않지만, 뭔가 이 소설을 보니까 그 단어를 사용하는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이 든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것 아니라 그 중에서도 예의가 없고 우기기만 하는 골치아픈 사람을 그렇게 일컫기는 하지만 그런 표현이 정형화되고 아이들 사이에서 그저 재미로 쓰이게 되는 것이 무서운 것 같다. 어른들이야 직접 겪어보고 화가 나서 그런 표현을 쓴다지만 그걸 듣는 미성년자들은 그저 재미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으니 성인들이 조심해야하는 것이 맞긴 한것 같다. 앞으로 그런 표현은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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