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가기 전에 관련 책들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여행 정보를 주는 책도 한 권쯤 있으면 좋지만, '여행'이란 요소를 빼더라도 의미가 있는 산문도 찾고 그 나라의 소설도 찾아본다. 그런 과정에서 Xenophobe's Guide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xenophobe는 외국과 외국인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직접적인 여행 정보는 아니더라도 나라를 소개하는 책 제목에 xenophobe이란 단어를 넣은 것은 반어법과 자기비하적 블랙 유머가 기조를 이룬다는 선언이다. 몇 권 읽어보니 그런 어조가 공통적으로 들어 있어서, 기획 의도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자들은 보통 영어를 모국어로 하면서 해당 나라에 오래 살았거나 일한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정보 제공에 충실하다. 지도와 통계 수치도 나온다. (예: 핀란드에는 호수가 187,888개 있다고 한다.) 정보를 전달하면서 비꼬거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부분이 많고 그것이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독자를 웃기려고 작정했다는 말이다. 목차는 국가 정체성, 성격, 정부와 사회, 태도와 가치관, 관습과 도덕, 행동, 유머 감각, 여가, 음식, 건강과 위생, 전통, 문화, 정치, 경제, 언어 등으로 진지하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이 웃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영국의 작은 출판사 Oval Books에서 지금까지 총 30권을 냈다. 주로 유럽과 서양의 나라와 민족을 세세하게 다루어서 두루 읽기 좋긴 한데, 동양 지역은 매우 부실하고 한국 편은 아직 없다. 누가 재미있게 써 주면 좋겠다. 이 시리즈는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한국 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어민과 함께 작업하는 방법도 있다.
http://www.xenophobes.com/
http://www.ovalbooks.com/misc/oval.html
프랑스인, 독일인, 핀란드인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와 마주쳤다. 프랑스인은 코끼리를 보자마자 그것을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독일인은 코끼리를 대초원에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자기 지프차와 효율을 비교했다. 핀란드인은 이런 생각부터 했다. `코끼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Loc 146)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핀란드인은 모두 내향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나마 외향적인 핀란드인을 찾아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외향적인 핀란드인은 누군가와 말을 할 때 자기 발을 쳐다보는 대신에 상대방의 발을 쳐다본다. (Loc 275)
Xenophobe`s Guide to the Finns Tarja Moles Oval Books 2011
독일 사람들은 규칙을 어기는 일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사는 게 고달프다. 명시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모든 일은 금지되어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담배를 피워도 되거나 잔디를 밟아도 된다고 표시된 곳에만 그래도 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Loc 135)
독일 사람들은 절대로 외국인을 놀리지 않는다. 동독 사람들에 대한 농담도 통일 이후에 생겨났다. (Loc 497)
독일 문화는 대체로 진지하고 분량이 방대하다. 독일인들은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우아한 단편소설집 따위는 쳐다보지 않는다. 영국의 근대 장편소설에 나오는 농촌생활 풍자나 빈약한 형이상학적 사색도 좋아하지 않는다. 독일인은 가치 있는 문화와 예술을 원하고, 가치는 곧 규모를 뜻한다. 독일 문화에 이름을 남기려면 절대로 과작해서는 안 된다. 괴테 전집은 143권이고, 일반적인 선집도 15~50권에 이른다. 니체 전집은 적어도 30권이 넘는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바그너의 오페라를 다 들으려면 2주가 걸린다. 예술은 인생만큼이나 길고 복잡하다. 독일 사람들이 회화에 열중하지 않은 것은 그림을 너무 길게 그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매우 높이 지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현대까지 훌륭한 건축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Loc 524)
Xenophobe`s Guide to the Germans Stefan Zeidenitz, Ben Barlow Oval Book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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