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ies Look at Me}(2011)는 손바닥만 한 판형에 60쪽의 아주 짧은 회고록이다. New Directions 출판사에서 2006년에 출간한 시 전집 {The Great Enigma: New Collected Poems}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어차피 시집도 읽을 예정이라면 전집을 사는 편이 낫겠다. 이 작은 책은 시를 전혀 읽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스웨덴어판: {Minnena ser mig}(1993)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박수영)은 우리말로 된 여행기(3년에 걸친 유학 이야기지만 여행기의 본질을 잘 담아냈다)로는 드물게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트란스트뢰메르(1931-2015)의 시구를 만났을 때 나는 노벨상을 받은 그 시인의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 알고 있었다. 몇 줄의 시구는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최근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며 놀다가 요즘 논픽션이 인기가 좋고, 시인들이 쓴 산문이 인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이고 편향된 느낌일 뿐이다. 어쨌든 그래서 아직 번역되지 않은 시인의 책이 있는지 검색해보다가 트란스트뢰메르의 유일한 산문 작품을 찾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책을 받아 보니 분량이 너무 적었다. 내용은 생애 최초의 기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고교 시절까지를 다룬다. 만약 나중에 시집이 나온다면 그 안에 곁들이기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표 시선집이 나와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바라며 이렇게 구석에 적어둔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인데 마침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은 이윤기 소설에 비슷한 이야기가 거론되었던 터라 아래 옮겨 본다.
My maternal grandfather, Carl Helmer Westerberg, was born in 1860. He was a ship`s pilot and a very good friend of mine, seventy-one years older than myself. Oddly enough, the same difference in age existed between him and his own maternal grandfather, who was born in 1789: the storming of the Bastille, the Anjala mutiny, Mozart writing his Clarinet Quintet. Two equal steps back in time, two long steps, yet not really so very long. We can touch history.
(4) Memories Look at Me Tomas Tranströmer New Directions 2011
아기 돌날 아침, 일가붙이 되는 이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들었더란다. 돌아가면서 그날의 주인공인 아기를 안아보기로 하는데, 맨 먼저 아기를 안은, 집안의 상어른인 아기의 증조부는 도무지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려 하지 않더란다. 아기와 아기 증조부의 얼굴을 번차례로 훑어보던 한 사람이, 아기가 증조부님을 많이 닮았네요 하니까, 아기 증조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 아기가 나만 닮은 것이 아니고, 내가 보니 내 증조부님도 틀림없이 닮은 것 같다 하고 응수하시더란다.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연세가 많기는 하나 증조부는 당신의 증조부와 당신의 증손 사이에 접속사처럼 살아 있다. 할머니는 내게 물으셨다. 아기가 증조부 말씀을 기억하면서 오래 살아 제 증손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면, 증손자 돌날 아기 안고 덕담하던 증조부의 증조부는, 이런 덕담 속에서나마 도대체 몇 년을 더 사는 셈이 되느냐? 선후를 요량하며, 중간에서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56-57) 뿌리 너무 깊은 나무 내 시대의 초상 이윤기 문학과 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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