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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m : A Very Short Introduction (Paperback)
Margaret Walters / Oxford Univ Pr / 2005년 10월
평점 :
표지의 소개글에는 전세계 페미니즘의 역사를 두루 다룬다고 되어 있으나, 저자 서문에 분량 제한으로 영국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써 있다. 무엇보다 제목이 페미니즘인데 페미니즘의 역사에 한정되어 있어서 읽기 전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니 그저 흥미진진했다. 미국 페미니즘이 영국에 많은 영향을 끼쳤기에 본문에 종종 언급되고, 그 외의 나라들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나열식으로 요약한다. 페미니즘에 막연한 관심을 지니고 있거나, 영국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한 입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맞은 책이다.
한국처럼 여성 투표권이 해방과 동시에 주어진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이 처음부터 싸워서 여성 투표권을 얻은 과정을 엿볼 수 있고, 세부적인 사건과 관련된 책을 소개한다. (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의 좋은 점 하나가 입문서답게 참고도서를 잔뜩 소개해준다는 점이다.)
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흡인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문장이 좋은 편이고 내용이 충실하다. 내용이 편중된 면이 없는지는 주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 판단할 수 없다.
이 시리즈는 광화문 교보문고의 외서 코너에 한데 모여 전시되어 있으니 사기 전에 직접 훑어볼 수 있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강남점에도 있을 것 같다.
시리즈 : http://www.oup.co.uk/general/vsi/titles_subject/
기억에 남는 부분
1. 나이팅게일이 간호사로서의 활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행정 업무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여성주의적 기고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녀를 평가하고 언급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여성적인 면모(간호사로서 의사를 돕고 환자를 돌보는 역할)가 강조되었다. 나이팅게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위인전을 읽지 말고, 그가 직접 쓴 글들을 읽자.
2. 영국에서는 투표권 투쟁이 몇십 년에 걸쳐 지루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항의서한, 평화시위 등의 활동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무력 행동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났다. 이를 militant라고 이름붙인 것을 보고, 암살이나 반란 같은 것을 상상했으나, 이 책에 서술된 내용에 따르면 기물 파손, 방화를 일컫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여성운동계 내부의 의견이 엇갈린 것은 물론이다. 폭력을 활용하는 단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여지껏 모르고 있었는데, 알게 되자 일부 사람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거부감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단계가 있었을까? 없었다면 불신과 거부감도 '수입'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