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긍정力 - 3분 만에 행복해지는
최규상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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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노란 표지에 핀 꽃과 함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3분만에 행복해지는 유머 긍정力>제목을 가진 손바닥 만한 귀여운 책. 처음 스윽 훑어보았을 때 샛노란 표지에서 따스함을 느꼈고 '유머'라는 단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다. 이미 책 표지만으로도 한층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저자 최규상은 유머 강사로 <3분만에 행복해지는 유머 긍정력>은 자신의 일생활의 경험에서 나온 '행복해지는 유머'와 함께 자신이 독자들과 나누고 있는 '유머편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저자는 긍정이 가장 재미있는 유머이며, 자신의 단점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재치있게 조금만 관점과 말을 바꿔서 표현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늘 아쉬워하며 가지지 못해 괴로워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면 인생은 축제가 되며 삶 또한 행복해진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그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를 통해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최대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말한다. 다양한 내용을 풀어놓은 듯 해보이지만, 72가지의 짧다면 짧은 이야기들 속에는 '긍정하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책 제목은 아주 책의 내용과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 '3분'이라는 것은 72가지의 이야기 중 1가지 씩 읽을 때 마다 보통 3분 정도 걸리며, 하루에 이 단 3분만으로도 행복 해질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의 내용은 '유머긍정력'인 것이다. 긍정적인 유머를 통해 얻는 삶의 행복은 하루에 단 3분으로도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유머긍정력을 실생활에서 적용해 스스로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많이 웃었고 최규상씨의 일상 속 유머긍정력과 그의 아내이자 똑같이 유머강사인 황현희씨의 유머긍정력 그리고 유머 편지 독자들이 보내준 사연등을 통해 그들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웃음은 책을 덮고 난 후 점점 희미해져간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잊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과 부인과의 일상 또는 지인들과의 일상을 통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유머긍정력을 발휘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유머긍정력은 책을 눈으로 읽는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고 자신도 유머긍정력을 시도해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함을 말해주었다.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지만, 아무나 행복해 질 수는 없다. 노력없이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의 변화가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한번쯤 도전해보면 어떨까. 의외로 일상에서 써먹을 만한 긍정유머력이 잔뜩 있다. 나는 특히나 '긍정단어 사냥법'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매력적인', '편안한', '만족스러운,', '호기심 많은', '결단력 있는', '열렬한', '환상적인,'최고의', '활기 넘치는', '쾌활한', '가슴 설레는', '굉장한', ' 마음을 사로잡는', '잘하는데', '기분 좋은', '해볼만한', '기대되는', '현명한', '아름다운', '고마운', 등등 긍정적인 단어가 내뿜는 에너지는 실로 대단한 것 같다. 이러한 단어들을 섞어서 문장을 만들기를 계속하다보면 나도 보는 사람도 모두 이 유머긍정력에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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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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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 일기>의 제목은 '공포의 보수'라는 영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대표작으로 공포의 보수란 공포를 느낀 것에 대한 대가정도일까, 뭔가를 지불한다는 의미니까.(Le Salaire De La Peur, The Wages Of Fear, 1953).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온다 리쿠는 본 책에서 '공포의 보수'라는 영화에 대해 충격을 주면 폭발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운반하는 과정을 그린 서스펜스 영화의 명작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어떤 영화일지 대충 윤곽이 잡혀 보고 싶어진다. 폭발과 서스펜스! 뗄레야 땔 수 없는 관계인데, 무려 50년대에 나온 영화다. 놀랍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도 많이 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50년대 영화는 본 기억도 없어서, 스스로도 뭘 놀라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이 '공포의 보수'와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 일기>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온다 리쿠는 비행기를 무척이나 무서워한다. 무서워하는 걸 넘어서서 공포를 느낀다. 그런 그녀의 공포는 영화 '공포의 보수'와 닮아있다. 비행기도 돈을 지불하고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공포의 보수 일기>에서는 비행기에 대한 그녀의 공포와 함께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이겨낸다기보단 견뎌낸다는 것에 가깝다)과 여행지에서 느낀 감상이 잘 드러나있다. 이야기는 크게 영국과 아일랜드 여행기와 일본 만취 기행인 두 파트로 나눠져있다. 영국에 가기 위해 생에 첫 비행에 나선 온다 리쿠의 공포와 설렘이 잘 드러나있다. 온다 리쿠 여사가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나는 그 설렘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관심으로 일축해버리기엔 그녀가 영국와 아일랜드를 너무 좋아한다. 본 책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들을 한번씩 이야기하곤 하는데, 국내에 출간되어 읽은 작품도 미출간된 작품도 잔뜩 있어서 독자로썬 그 점도 무척이나 즐겁다. 읽어본 작품은 아아, 이런 걸 보고 이런 이야기나 나온 거구나라고 놀라면서도 작품 바탕에 깔린 분위기나 느낌의 근원을 알게 되고, 읽지 않은 작품은 이런 분위기구나, 어떤 이야기일지 기대된다는 등 앞으로 나올 출간작에 대한 흥미까지 돋군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글을 쓸 때의 습관과 같은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하는데, 그것 역시 굉장히 흥미롭다. 뒤이어 나오는 일본 만취 기행 파트는 그야말로 맥주, 맥주, 맥주, 정말로 술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하는데, 영국과 아일랜드 기행에서도 술은 빠지지 않는다. 작가에 대해선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것 정도만 아는데 그치는 나로써는 온다 리쿠가 이렇게나 맥주를 좋아하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로썬 도대체 어디가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읽다보니 우리나라 술과는 다르게 다른 나라 맥주는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 맥주는 맛이 없다라는 걸 어디서 본 기억이 있기도 하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 '라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멤도는데(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이 나온 단어다), 그건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궁금해.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렇게나 책 한권 내내 이야길 하면 한번쯤 먹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되면, 난 이 책을 떠올리며 지역별 맥주를 맛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오키나와의 두 번이나 걸러낸 맑은 맥주를 먹어보고 싶다. 아, 정말이지 난 맥주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데 어느덧 난 좋아하고 있다고 세뇌된 느낌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앞으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과 맥주가 어우러진 기행을 보고 싶으신 분이나 영국이나 아일랜드, 일본의 몇 지방에 대해서 관심 있으신 분 그리고 무엇보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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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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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하고 고른 책은 아니었건만 <어둠 속의 기다림>도 치유계 소설이었다. 하지만 오츠이치는 역시 치유계도 잘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어둠 속의 기다림>은 눈이 먼 혼다 미치루라는 여성과 역에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상사를 밀어 범행을 의심받는 오이시 아키히로의 이야기다. 전개는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데도, 서로 생각하는 것과 대하는 태도나 행동이 다르게 묘사된다. 무엇보다 아키히로는 미치루가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알고 몰래 미치루의 집에 숨어들어와 생활하는데,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아키히로의 심정과 어둠으로 가득찬 집이 술렁임을 느끼는 미치루의 심정들이 교차하면서 한 공간 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같이 생활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긴장감과 함께 전혀 타인 같지 않은, 묘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아마 미치루와 아키히로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점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는 집에서만 생활하며 밖의 세상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아키히로는 회사에서 동료들과도 상사들과도 교류 없이, 혼자 있는게 더 편하다며 그저 묵묵히 일만 해왔다. 이 둘의 공통점은 타인과의 관계를 전부 부정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한 점이었다. 눈 먼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 카즈에는 늘 집에만 있는 미치루가 걱정되어 밖으로 나가보라지만, 눈 먼 자신에겐 너무나 무서운 밖의 세계에 미치루는 거절한다. 그녀에게 있어선 어둠에 휩싸인 이 집은 아늑하고 상처받을 필요도 없고 편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끝내 카즈에와 틀어진 미치루는 그녀와의 관계마저도 끊어내려 마음 먹지만, 이내 아키히로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모두 끊고 살아갈 수는 없음을 알게 된다. 아키히로 역시 미치루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교복을 입고 학교 있었던 학생 시절에도,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회사에서도 아키히로는 늘 불편했다.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었고 동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상사든 부하든 자기의 험담을 하는 건 화가 났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자신이 동료나 상사들과 친하게 지내고 살갑게 굴었더라면 험담을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섞여들 수 없는 아키히로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갈수록 염증을 느낀다.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그는 정말로 자신이 있어야 하는 장소는 있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필요했던 건 학교나 회사와 같은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 숨어들어 몰래 생활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 자체를 허용해준 미치루의 마음이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다름아닌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주는 '허용'과 같은 것이었다. 오치이치는 이렇게 미치루와 아키히로 두 사람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와 삶 그리고 고독과 함께 하는 행복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멋진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와 반전은 그칠 줄 모른다. 그게 바로 오츠이치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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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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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츠이치의 <베일>에는 <천제요호>라는 작품과 <가면 무도회 A MASKED BALL>이라는 두 작품이 실려있다. <베일>은 전체적으로 오츠이치 소설 중에서도 치유계에 가까운 소설로, 특히 <가면 무도회>는 청춘 특유의 발랄함과 호기심이 엿보여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천제요호>는 야기라는 어린아이가 코쿠리 상이라는 영혼을 불러 질문하고 대답을 얻는 초혼술의 일종인 놀이를 하게 되면서 사나에라는 영혼과 위험한 계약을 맺게 되는 이야기이다. 야기가 홀로 방에 있을 때만 나타나는 이 사나에라는 영혼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반응을 해 주어 야기는 사나에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고 또 신뢰를 품게 된다. 사나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 또한 있는데, 사나에의 말이 현실로 일어나자 야기는 사나에의 말을 믿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곧 죽게 됨을 알게 된 야기는 죽음이 무서워 사나에의 아이가 되겠다며 약속을 하고 죽지도 못하는 몸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그는 그런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격리하며 살아왔으나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쿄코라는 한 소녀가 그에게 보여준 호의와 애정으로 자신에게 남아 있는 인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는 야기가 쿄코에게 편지를 쓰고 쿄코는 야기를 만난 일을 서술하며 번갈아 진행된다. 오츠이치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이유없는 적대감과 그로 인해 보여지는 인간의 잔혹한 면을 보여주는 한편 그와 대비되어 나타나는 쿄코의 따스한 마음 역시 보여주어, 세상은 그렇게 끔찍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배척하더라도 쿄코와 같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야기처럼 그러한 마음을 보여 준 것 만으로도 살아 갈 수 있음을, 그러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가면 무도회 A MASKED BALL>에서는 학교의 운동부 화장실 벽면에서 오가는 필담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우에무라를 포함해 화장실 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은 총 5명, 그 중에 유난히 무서우리만큼 똑바른 정자체를 쓰는 사람이 있다. 담배를 피러 종종 화장실에 들르던 우에무라는 이 낙서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도 쓰기 시작한다. 혼자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화장실은 실제로 다른 몇몇 사람들도 사용하고 있었고, 그 몇몇 사람들만 찾는 이 외딴 화장실의 벽면을 통해 우에무라를 비롯한 그들은 묘한 감정을 느낀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거리 낄 것이 없었고 소수만 아는 장소에서 나누는 필담은 공동체감을 주었으며 지루한 일상에 괜찮은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은 계속되지 않았다. 벽면에 무서우리만큼 정자체로 쓰는 사람이 처음엔 깡통이 많다며 학교의 자판기를 전부 망가뜨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냥 그런 사건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던 우에무라는 이 정자체로 쓰는 사람의 행동이 점점 심해져 이내 한 학우의 목숨마저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르자, 범인을 잡기 위해 덫을 놓는다. 사건은 범인은 잡지 못했으나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 되었다. 가면 무도회라는 것은 화장실에서 익명으로 쓰이는 필담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가면을 쓴 듯한 익명성이 가져다 주는 자유가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 정자체를 쓰는 인간의 저지른 일은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직업에서 파생된 강박증이 과격한 행동으로 드러난 것일까. 앞작품 <천제요호>와는 다르게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뒷통수를 치는 상쾌함도 맛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무척이나 얇은 책인데 두 가지 이야기나 들어있었던 <베일>. 두 편의 짧은 단편작은 기존의 오츠이치의 작품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져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가장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그건 화자가 시종일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는 점도 한 몫하지 않을까.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태연하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했다. 역시 오츠이치답다면 오츠이치다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면 무도회 A MASKED BALL>는 정말 오츠이치스러우면서도 그렇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어쨌거나 오츠이치도 청춘 미스터리계열도 쓸 수 있구나 싶어, 그런 점이 즐겁다. 그러고 보면 본 책은 표제작을 따서 책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니다. <베일>이라는 것은 <천제요호>에 있어서는 야기가 두루고 있던 붕대 너머의 세계이며, <가면 무도회 A MASKED BALL>에 있어서는 가면을 쓴 그 너머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오츠이치는 그 베일 너머의 세계를 살며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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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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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고보의 <상자 인간>은 제목 그대로 '상자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자 인간이란 상자를 뒤집어 쓰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상자는 세계와 나를 매개하는 중간자이자 격리하는 존재다. 하지만 이 '격리'라는 것도 세계 즉 세상이나 사회로부터 나를 격리 하는지, 나로부터 세계를 격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을 읽다보면 노숙자와는 또 다른 존재인 상자 인간은 상자를 중간자로 세워 마치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집의 출입구와 창문 그리고 틈 등을 막아 상자처럼 만들어 세계를 나로부터 격리하는 인상을 받는다. 전자와 같이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살아가는 상자 인간은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자신 역시 가급적이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한다. 이런 그들의 특성은 '피살 전문 업자'라 표현되는데, 이는 상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죽인다 해도 죽이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히 상대방은 '살해 전문 업자' 역할을 맡게 되는데, 상자 인간과 외부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사회는 상자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상자를 통해 그들에게 사회적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것은 꽤나 수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세계로부터 자신을 격리 시킨 것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자신감과 어떤 변화가 내부에서 일었던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끝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보이는 것은 좁은 골목과 막다른 곳에 위치한 콘크리트 사이에 끼여 중간에 뚝 끊어진 테라스 뿐이다. 선로로부터 7,8미터 공중에서 받는 호기심. 그렇게 한발짝 더 내딛으면서 끝이 난다. 좁은 골목을 빠져 나오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선로 위의 공중에서 뚝 끊어진 테라스다. 이것을 발견 했을 때의 나는 상자 인간으로써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양가감정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상자를 벗고 보통 인간이 된다는 것도, 세계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도 불가능함을 깨달았고 더불어 자신은 평생 상자 인간이라는 것에서 벗어 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좌절하는 한편, 안도하면서 이제 이 끊임없는 싸움을 끝내자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을까.

 상자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 서게된다. 상자는 사회와 자신의 사이에 쳐진 막 같은 것으로 상자에 낸 엿보기 창을 통해 그는 세상을 '엿보는 입장'에 서는 것이다. 그러면 상자 밖의 세상 사람들은 자연히 '보이는 입장'에 서게된다. 하지만 이 관계는 유동적이라 언제든지 보는 사람이 보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상자 인간은 단연 엿보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바라본다.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라는 작품에서도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야기의 바탕을 이루는데, 거기서는 대게 '보이는 자'에 초점이 맞춰져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베 고보는 이러한 관계를 애로티시즘적인 광기와 집착, 그리고 괴기함을 통해 보여준다. '엿보는 자'의 심리에 관한 소재는 종종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러한 심리를 이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 아베 고보만의 독자적인 세계와 작품관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엿본다'는 행위자체가 은밀하다는 점에 있어서 사람들의 기존 관념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 했음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엿본다'는 행위는 은밀함과 동시에 또한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데, 상자 인간을 내세워 이런 죄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엿보는 행위를 정당화하여 상자 인간의 '엿보는 행위' 자체를 당연시하고 그것이 어딘가에 예속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일어남을 보여주었다.

 아베 고보의 <상자 인간>은 읽는 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끊임없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상자 인간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말함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한 개체로써의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도 보여준다. 거기다가 종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미스터리한 부분 역시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묘한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상이 또 잔뜩 나올 것 같은 책이라, 무척이나 즐겁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 무척이나 아베 고보의 세계가 마음에 들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점이다. 국내에 많이 번역되어 나온 줄 알았으나 현재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래의 여자>와 <타인의 얼굴> 두 권뿐이라 아쉽지만, 일단 그러한 안타까움은 이 두 작품 마저 읽은 후로 미뤄야겠다. 정말 간만에 마음에 쏙 드는 작가를 만나서 무척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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