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 일기>의 제목은 '공포의 보수'라는 영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대표작으로 공포의 보수란 공포를 느낀 것에 대한 대가정도일까, 뭔가를 지불한다는 의미니까.(Le Salaire De La Peur, The Wages Of Fear, 1953).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온다 리쿠는 본 책에서 '공포의 보수'라는 영화에 대해 충격을 주면 폭발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운반하는 과정을 그린 서스펜스 영화의 명작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어떤 영화일지 대충 윤곽이 잡혀 보고 싶어진다. 폭발과 서스펜스! 뗄레야 땔 수 없는 관계인데, 무려 50년대에 나온 영화다. 놀랍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도 많이 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50년대 영화는 본 기억도 없어서, 스스로도 뭘 놀라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이 '공포의 보수'와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 일기>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온다 리쿠는 비행기를 무척이나 무서워한다. 무서워하는 걸 넘어서서 공포를 느낀다. 그런 그녀의 공포는 영화 '공포의 보수'와 닮아있다. 비행기도 돈을 지불하고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공포의 보수 일기>에서는 비행기에 대한 그녀의 공포와 함께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이겨낸다기보단 견뎌낸다는 것에 가깝다)과 여행지에서 느낀 감상이 잘 드러나있다. 이야기는 크게 영국과 아일랜드 여행기와 일본 만취 기행인 두 파트로 나눠져있다. 영국에 가기 위해 생에 첫 비행에 나선 온다 리쿠의 공포와 설렘이 잘 드러나있다. 온다 리쿠 여사가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나는 그 설렘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관심으로 일축해버리기엔 그녀가 영국와 아일랜드를 너무 좋아한다. 본 책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들을 한번씩 이야기하곤 하는데, 국내에 출간되어 읽은 작품도 미출간된 작품도 잔뜩 있어서 독자로썬 그 점도 무척이나 즐겁다. 읽어본 작품은 아아, 이런 걸 보고 이런 이야기나 나온 거구나라고 놀라면서도 작품 바탕에 깔린 분위기나 느낌의 근원을 알게 되고, 읽지 않은 작품은 이런 분위기구나, 어떤 이야기일지 기대된다는 등 앞으로 나올 출간작에 대한 흥미까지 돋군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글을 쓸 때의 습관과 같은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하는데, 그것 역시 굉장히 흥미롭다. 뒤이어 나오는 일본 만취 기행 파트는 그야말로 맥주, 맥주, 맥주, 정말로 술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하는데, 영국과 아일랜드 기행에서도 술은 빠지지 않는다. 작가에 대해선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것 정도만 아는데 그치는 나로써는 온다 리쿠가 이렇게나 맥주를 좋아하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로썬 도대체 어디가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읽다보니 우리나라 술과는 다르게 다른 나라 맥주는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 맥주는 맛이 없다라는 걸 어디서 본 기억이 있기도 하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 '라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멤도는데(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이 나온 단어다), 그건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궁금해.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렇게나 책 한권 내내 이야길 하면 한번쯤 먹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되면, 난 이 책을 떠올리며 지역별 맥주를 맛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오키나와의 두 번이나 걸러낸 맑은 맥주를 먹어보고 싶다. 아, 정말이지 난 맥주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데 어느덧 난 좋아하고 있다고 세뇌된 느낌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앞으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과 맥주가 어우러진 기행을 보고 싶으신 분이나 영국이나 아일랜드, 일본의 몇 지방에 대해서 관심 있으신 분 그리고 무엇보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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