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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도 망하지 않아 - 프랜차이즈는 따라할 수 없는 동네카페 이야기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2년 11월
평점 :
최근 동네에 아담하고 예쁜 카페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순수하게 테이크아웃으로만 장사하는 가게도 눈에 띈다. 프렌차이즈 카페들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는 예쁜 카페들이지만, 규모면에서도 그렇고 과연 이 가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실제 수익이 얼마인지, 현실적으로 운영은 가능한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래서 유난히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아마도 이 책에서 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작고 예쁜 카페들이 냉정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해법 아니면 최소한 힌트라도 얻어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저자가 ‘골목사장 분투기’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면 이 책은 다른 이면인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골목사장 분투기’를 읽은 독자라면 자영업에 대한 희망보다는 두려움과 막막함, 안타까움을 더 느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게 정말 다라면 너무 암울하지 않은가, 누구나처럼 작은 동네 카페로 시작했지만, 성공의 역사를 써가는 가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저자는 금융 컨설턴트로 역대 언봉을 받던 사람이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느끼고 사회정의와 소통,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더 나은 세상의 모색을 위한 출발점으로 소셜카페인 카페바인을 창업했다. 17세기 유럽 민주주의가 퍼지는 데 기여한 카페의 역사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니 그와 투자자들이 금전적 성공만을 목표로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카페바인은 단순히 소비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함께 하는 가치, 아이디어의 공유와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컨설턴트로써의 자신감은 자만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좋은 의도라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계획과는 달리 개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고심 끝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일면식도 없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간절함은 박원순 변호사를 움직였고 덕분에 희망제작소의 컨설팅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컨설팅을 통해서 카페가 원래의 목표와는 떨어져있음을 깨달았고, 현재 착한 카페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동네카페들을 방문하라는 처방을 받는다. 그렇게 저자는 성공의 역사를 쓰고 있는 착한 동네카페들을 찾아 기행에 나선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 나섰던 착한 카페들인 우리동네, 신길동그가게, 작은나무, 행복한카페에 대한 성공요인 분석과 카페 운영 실무자들의 진솔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정신병원 의사의 환자들을 위한 사랑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시작된 카페 우리동네, 사회복지법인인 윙센터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든 카페 신길동그가게, 마을과 비즈니스가 만나 동네 사람들의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된 카페 작은나무,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지적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위해서 청년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카페 행복한카페. 각 카페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그 공간에 담긴 스토리에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온다. 그밖에도 카페라는 공간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데 활용하는 카페 커피마을, 동네변호사카페, 녹색카페 이로운, 카페 책읽는 고양이의 스토리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솔직히 처음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성공에 대한 확신과 노하우를 얻고 싶어서 책을 펼쳤다. 하지만,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느꼈던 것들은 본질적인 성공, 함께하는 성공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반년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실무자들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체화하여 얻은 나름의 해법과 실천적 모색이 담겨있다. 그렇게 얻은 소중한 조언과 분석에서 귀결되는 것은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다. 그것이 거대 자본에 의한 프렌차이즈들과는 차별화된 성공의 핵심이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고 했던가, 자본력이라는 스펙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그 가게의 그 공간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다. 사람 중심의 마음, 소통, 타인을 향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 그렇게 그 작은 카페 공간들에 쌓여 있는 스토리는 수 억짜리 인테리어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유명 프렌차이즈의 인테리어, 서비스, 입지조건 등 무엇을 비교해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 간극을 메우고도 넘치는 것이 공간에 쌓여있는 스토리였다. 저자 역시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바인의 어려웠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스토리에서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변화하며 공간에 스토리의 힘을 부여했고 계속해서 도약을 진행 중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금전적 성공에만 집중한 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성공과 그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적 성공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것이 소자본 자영업자들의 성공을 위한 나침반이자 거대자본에 의한 성공보다 더 큰 성공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답답한 국내의 자영업 현실에서 또 하나의 대안이자 탐구서로써 가치가 있기에 카페라는 업종을 기준으로 성공과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일독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