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라는 소개 문구와 ‘4빼기3’이라는 제목에서 상실감이 느껴져서 책을 펼치기가 살짝 두려웠다. 슬픔과 고통이라는 감정에 몰입하게 될까봐.
전 독일 국민을 울린 감동의 실화이자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죽음과 상실의 이면에 있는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한 장 한 장 읽어갔다.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두 아이가 있는 바버라. 그녀와 남편은 빨강코 피에로 의사회에서 피에로로 활동하며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일을 해왔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그들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어떤 가족보다도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보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교통사고로 남편과 두 아이를 모두 잃는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피에로 일을 해오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왔던 평화로운 일상은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 책은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후 바버라가 슬픔, 고통, 원망,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희망하며 회복해가는 1년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내가 그녀였다면?’이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 느낌이 절절히 공감되지는 않았다. 살아오면서 주변에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해서일까? 그냥 막연하게 ‘굉장히 슬프고 고통스럽겠지’라는 감정의 추측만을 간직한 채 바버라의 감정에 몰입하려 애쓰며 읽어갔다.
피에로라는 밝고 유쾌한 일을 오래도록 해와서일까? 장례식을 피에로 복장을 한 동료들과 함께 ‘영혼의 축제’로 승화시켜 가족들을 행복하게 보내주려는 노력들, 견디기 쉽지 않은 상황을 현명하고 긍정적으로 극복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이면에 슬픔이 더 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사고 이후 그녀는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가족들을 어떻게 떠나보냈는지, 이 상황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하늘에 있는 가족들이 바라는 삶을 위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장문의 이메일로 보낸다. 비극적인 순간에도 그녀가 담은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는 인터넷을 통해서 퍼져나갔고, 그녀와 가족의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그녀는 남편과의 첫 만남의 회상에서부터 가족들과의 추억들, 사고 순간의 상황들, 친구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방문, 상처와 회복 사이에서 겪는 감정의 수많은 변화들까지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 하나하나 과장이나 포장 없이 너무나 솔직하게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족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슬픔, 가족의 죽음을 통해서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 책을 읽어갈수록 점점 더 진하게 전해져온다.
신은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 죽은 자들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 번도 우리를 원망한 적이 없으니까.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오로지 나만이 나를 용서할 수 있다. - 본문 238쪽
자신의 소중한 인연이 곁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후회와 미련,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상대에 대한 원망과 증오조차도 나중에는 그 대상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만, 그럴수록 누구보다 자신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오직 나만이 나를 용서할 수 있으니까. 이것이 떠나 있는 그들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환경, 지인들의 위로와 대처방법 등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한의 민족이라 슬픔에 집중되어 있고, 형식과 침묵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슬픔과 고통은 안으로 삭이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정서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간직하기 쉽게 만들고, 현대에는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표출되는 듯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롭게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받아들이고 표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그래야 슬픔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제대로 위로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바버라가 비극으로부터 극복해나가며 새로운 삶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용기와 삶을 향한 희망의 의지를 각인시킨다. 이 책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위로와 의미 있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남은 삶의 가치와 의미도 다시금 일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