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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의정서 1
앨런 폴섬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10년 전에 ’모레’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 신문 지면광고에 실린 베스트셀러로 앨런폴섬의 ’모레’가 눈에 띄었고, 바로 다음날 도서대여점에서 3권짜리 책을 빌려서 2일만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스펙타클한 블럭버스터급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고, 소설책도 시각적인 영화와 같은 느낌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그 이후로 꽤나 소설책에 빠져살았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앨런폴섬이란 작가를 잊고 살았는데, 10년이 지나서 그에 소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왠지모를 감격과 기대감에 책을 펼쳤을 때 기분이 묘했다.
책은 1, 2권으로 각 권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다. 날짜와 요일로 큰 구성을 했고 각 내용을 장소와 시간으로 부제를 달아 전개된다. 그렇다보니 마치, 세간에 화제를 끌었던 인기 미국드라마 ’24시’가 연상되기도 한다. ’24’시라는 드라마에서도 등장인물의 사건 전개를 시/분/초로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며 긴장감과 속도감을 이끌었었다. 이 책에서도 각 등장인물의 실시간적인 사건전개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런 구성으로 짜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왠지 시간에 의한 수수께끼나 단서를 숨겨놓았을까봐 시간과 장소를 주의깊게 보면서 읽기도 했다.
소설 속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마틴이라는 전직 경찰출신의 조경 설계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차후에 미국 대통령이 마틴과 더불어 극의 전개상 새로운 주인공으로 함께 행동하게 된다. 마틴은 과거에 미국의 전직 강력계 경찰이었지만, 내부적인 사건조작과 비리사실을 알게 되었고, 관여되어 있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절친한 기자의 도움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여동생과 함께 영국에서 새로운 직업인 조경설계사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지내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날, 마틴의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평생을 사랑한 캐롤라인 파슨스가 분노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한다. 하원의원이었던 자신의 남편과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닌 살해당했으며, 자신도 어떤 사람에 의해서 치명적인 병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마가지 않아서 캐롤라인은 병에 의해 죽게되고, 마틴은 캐롤라인의 주치의였던 스티븐슨에게 사건의 단서가 될만한 실마리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스티븐슨은 그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하게 되고 생각지도 않은 상황과 맞딱드린다. 그는 자신의 위장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여 닥터 스티븐슨 죽음과 엮이지 않기위해 그 자리를 떠나지만, 다음날 그녀는 자살이 아닌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다. 왜곡되는 사건과 알 수 없는 사건의 전말을 밣히기위해 마틴은 전직 강력계 형사였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단서를 하나씩 얻게되고, 그럴 때마다 사건에 깊숙히 관여하게 되면서 극의 전개는 점점 더 긴박하게 흘러간다.
죽은 캐롤라인 가족과 절친한 사이였던 대통령은, 그와 20년을 넘게 함께 해왔던 친구와 신뢰하는 정치동료인 최고 정치보좌관과 국가안보보좌관,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함참의장 등 핵심 고위관리직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그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제의를 듣고 동참을 요구받는다. 대통령은 그들의 심각성을 인식한 후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보안팀과 동료들을 따돌리고 묵고있던 호텔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은 테러첩보로 인해 대통령을 급하게 안전지대로 모셔놨다고 언론과 주변에 왜곡된 사실을 흘리고 비밀리에 대규모로 대통령 추격에 나선다. 대통령에 탈출로 인해, 극에 흐름은 좀 더 흥미진진하고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던 대통령은 캐롤라인이 입원한 병원에서 본적이 있는 마틴을,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를 찾는다. 둘은 서로의 이야기 끝에 자신들의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움직이게 되고, 두 사람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기에 서로를 의지하며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가게 된다. 마틴은 여러 인물의 도움으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만들어질때 부록격으로 저술되었던 의정서라는 책이 있었고, 그 책을 통해 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힘을 가진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대의를 위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을 주는 독자적인 행동을 해왔던 비밀 모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것이 캐롤라인의 죽음과 연관이 있음을 눈치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상황은 절정에 다다르면서 극적인 사건과 새로운 인물의 도움, 배신 등과 함께 스릴러적인 구성의 묘미인 반전은 재미를 더해준다. 책을 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지루할 겨를도 없이 책을 읽어나가게 만들었다. 독자입장에서도 이 인물이 배신자인지 조력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더욱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꼈던 킬러 빅터의 느낌도 독특했다. 1권부터 2권이 끝나기 직전까지 빅터는 주인공들과 더불어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서 계속해서 사건의 전개와 평행적으로 흐름을 같이 한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 그의 역할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이 책에 독특한 시간 구성이 있었기에 빅터라는 인물에 대해서 색다른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전에 읽었던 ’모레’라는 책을 읽었을 때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이 세계가 알지 못했던 신비하고 강력한 조직,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 인지도 등을 갖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 등 비슷한 소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블럭버스터급 스릴러 액션 영화를 한편 본 듯한 느낌은 역시 앨런폴섬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어느정도의 예측 가능한 전개와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활용하는 마무리의 여운, 확실하지 않은 조직의 보스 등은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세계정세와 국가적, 정치적 흐름에 맞추어볼 때 다소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느낌을 갖고 의도적인 여운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비밀스런 모임, 조직, 권력집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나 영화가 요즘은 흔하다보니 마키아벨리 의정서라는 제목에 비해 관련 내용은 너무 가볍게 묘사되고 지나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가 그랬고, 요즘 방송하는 ’아이리스’라는 드라마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단지, 주인공이 그 조직을 찾아내고 응징하거나 때로는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채 묻히거나 하는 과정이 다를 뿐이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은 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군주론이란 것이 군주의 통치기술을 다룬 것으로, 군주가 국가를 통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권력에 대한 의지·야심·용기가 있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불성실·몰인정·잔인해도 무방하고, 종교까지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짜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의정서라는 상징적인 대상을 만들어냈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내용을 대입해보면서 읽는다면 여기에 나오는 비밀스런 조직의 형태와 행위가 어떤 느낌을 토대로 묘사되었는지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권력의 이중성을 알려주고, 권력의 남용으로 어떤 상황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과연, 마지막의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은 어떻더라도 문제가 없는건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