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마션’을 인상 깊게 본 후 원작소설 ‘마션’까지 구입해서 읽었다. 영화와 원작 소설까지 접한 사람들이라면 소설의 재미가 영화를 압도했을 것이다.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디테일함을 풀어낸 원작 소설의 재미는 남달랐다. 물론, 원작을 읽게 만든 것은 영화의 힘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마션’의 저자인 ‘앤디 위어’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도가 쌓였고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마션의 여운이 가신 듯싶을 때쯤 저자의 다음 작품이 나와 더 반가웠다. 마션의 후속편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 역시 SF장르이자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화성보다 훨씬 더 가깝고 친숙한 달이 배경이다. 제목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으로 소설에서는 달에 건설된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행성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라는 점은 마션과 공통되지만, 아르테미스에는 장르적으로 스릴러라는 특징이 추가되었다.

 

소설은 지금으로부터 70년 후의 시대로 달의 도시인 아르테미스에서 20대 여주인공 재즈 바샤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르테미스는 억만장자들이 거주하고 돈 많은 부자 관광객들만 여행을 올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평범한 지구인들에게는 여행을 가기 어려운 비싼 곳이면서 한번은 가보고 싶은 꿈의 도시다. 이런 아르테미스조차 도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인 재즈는 노동자 계층이다.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 인종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줄곧 달에서 자랐다. 그녀에게 달은 고향이다. 지구에 대한 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이라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달에서 가족이라고는 용접공인 아버지와 단 둘 뿐이다.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진 이후 독립해서 홀로 지내고 있다. 그녀는 임시직으로 포터라 불리는 배달 일을 하면서 생활한다. 언젠가 더 크고 좋은 환경의 집에서 살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중이다. 물론, 현재 수입으로는 까마득한 일이다. 그래서 그녀가 부업처럼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밀수다. 부자들이 부탁한 아르테미스의 금지 물품을 지구에서 몰래 들여와 전달하는 일이다. 
재즈의 단골 손님 중에 트론이라는 억만장자가 있다. 교통사고로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딸 레네 때문에 지구의 사업을 대리로 맡기고 아르테미스로 이주한 사람이다. 지구에서는 휠체어 없이 움직이지 못할지라도 달에서는 지지할 수 있는 목발만 있어도 충분하다.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이기 때문이다. 재즈가 생각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트론의 생각지 못한 제안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스포일러가 될 듯싶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트론은 재즈에게 도시 밖에 있는 어떤 기계들을 수리가 불가할 정도로 고장을 내달라고 한다. 이 기계들이 달에서 수리가 불가할 정도로 고장이 나서 시간을 벌게 되면 트론은 달의 일부 자원을 독점하고 있던 모회사의 계약을 자신이 가져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트론의 제안은 그녀가 그동안 해온 밀수에 비하면 훨씬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달에서 추방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정상적이었다면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그가 제시한 금액이 엄청났기에 그녀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재즈의 꿈이 하루아침에 앞당겨지고도 남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재즈는 천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과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그녀에게는 인터넷 강의 몇 시간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관광객으로 변장하여 기계를 고장 내는 계획을 실행했다. 다행히 수월하게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막판에 일이 틀어졌다. 근무자들에게 발각되어 잠시 도망자가 되었지만, 다행히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트론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면서 부터였다. 그리고 그 범인은 그녀 역시 노리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사건에 휘말려버린 그녀는 범인과 여러 번 맞닥트리며 위기를 모면한다. 단순히 기계를 고장 내는 일에서 더 엄청난 음모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달의 도시와 모든 사람들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제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녀뿐이다. 

 

재즈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성격에 구속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집을 나온 것도 이런 성격이 한몫했다. 똑똑한 딸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버지의 실망은 더욱 컸다. 그럴수록 그녀의 반항심 역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한 남자와 동거하며 독립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몇 푼의 돈과 빡빡한 생활, 밀수를 하는 범죄자가 그녀의 삶이 되어 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온 듯했지만, 이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한 결정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그녀는 자신의 재능과 기지를 발휘해서 하나하나 해결해간다. 혼자가 아닌 아버지와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혼자라고 생각하며 독불장군처럼 살아왔던 그녀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편지로 이어온  지구에 사는 절친 캘빈뿐만 아니라 그녀 곁에는 늘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마음의 벽을 세워놓았었지만, 모두들 그녀가 필요로 할 때는 어떤 요구도 없이 그녀와 함께 했다. 덕분에 그들과의 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마션에서 그랬듯이 아르테미스 역시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술술 읽혔다. 마치 영화를 보듯 아르테미스의 모습을 머리로 그리면서 말이다. 진보된 기술에 대한 설명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 역시 SF장르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 한몫했다. 서문에서 저자가 마션만큼 아르테미스에서도 수많은 자료 조사와 수학적 계산을 거쳤다고 하니 그 디테일함이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걸 좋아하는 저자의 성향이 이야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SF범죄스릴러라는 특징 때문에 다소 진지할 것 같지만, 주인공 재즈와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구도를 보면 그녀의 직설적인 성격만큼이나 유쾌하고 자유분방하다. 그래서 간혹 책을 읽다가 피식하고 웃게 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부분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그리고 색다르다면 색다를 수 있는 부분인데 아르테미스에 나오는 인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러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역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강대국 중에 하나가 아니라 케냐에서 만든 도시다. 이러한 배경 역시 색다른 관점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마션에 이어 아르테미스 역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들었다. 성공적이었던 영화 마션 만큼 아르테미스 역시 기대를 갖게 된다. 아마도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 때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젊은 시절 SF소설과 영화를 자주 접했던 만큼 SF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시의 느낌과 비슷하게 고조되기도 한다. 날씨 좋은 주말에 흥미진진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그런 기분처럼 말이다. 아르테미스 역시 나에게 그런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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