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신 -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움직일 것인가
최철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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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3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SERICEO에서 ‘협상의 신’이라는 주제로 17개월간 강의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당시 비즈니스 부분 강의 평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책으로 출간했다. 독자들이 지루함 없이 실제 강의를 듣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강의 내용을 최대한 가감 없이 옮겼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협상의 기초 입문서로 적합하게 구성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60여 년 전 학자들이 정의한 협상으로 협상 1.0이라고 한다. 협상 1.0에서는 협상 상대가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자신을 슬슬 피하게 되거나 만남에 응하더라도 가슴에 독기를 품고 나타나기 쉽다. 그래서 30여 년 전에 하버드대학교의 피셔 교수와 유리 교수가 만나 협상을 재정의했는데, 협상이란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소통의 과정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협상 2.0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협상학자들의 생각이 또 바뀌었다고 한다. 협상이란 ‘상대의 행동, 인식, 감정을 변화시켜 가치를 키우는 의사소통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협상 3.0이다. 이렇듯 시대가 흐르면서 협상의 패러다임도 변화했다.
협상 3.0의 정의로 따지면 누구나 매일 협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정에서는 가족과 배우자, 자녀와 협상을 하고, 회사에서는 고객과 협력사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 동료와도 매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많은 영역이 협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담긴 협상의 이해와 노하우는 단순히 업무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이와 같이 협상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했듯이 현 시대에 적합한 협상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재인식시킨다. 이를 시작으로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임해야 할지에 대해 안내하며 실전 협상 전략들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Tips to Win이라는 항목을 두고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협상 전문가들의 실제 2시간 동안의 대담을 정리하여 갑을 협상, 남북 협상, 윈윈 협상에 대해서 파헤쳐보았다. 또한 가족과의 행복을 위한 협상, 까다로운 상대와의 협상에 대해서도 협상 팁을 공유했다. 

 

흔히 사람들은 이기는 협상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하수의 협상일 뿐, 진짜 고수는 성공하는 협상을 한다. 저자는 성공한 협상이란 내 요구사항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협상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협상이다. 이 때문에 중요한 협상에 임할 때 ‘무엇을 요구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나와 상대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의 질은 가치에 집중할 때 높아지고 이것이 고수의 협상인 성공한 협상이다.  
예를 들어 갑을 관계를 바탕으로 상대를 쥐어짜는 협상은 성공한 협상이 아니다. 경제적인 이익이라는 가치를 순간적으로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이긴 협상은 될 수 있겠지만, 협력업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신뢰, 평판은 무시한 셈이다. 기업 간 거래가 한 번에 그치고 말 것인지, 지속될 인연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계속 만나야 할 상대에게 미움과 불신을 심는 것은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다.
이기는 협상이 아닌 성공한 협상의 사례로 아인슈타인과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 플렉스너 원장의 일화가 있다. 플렉스너 원장은 연봉협상 자리에서 연봉3000달러를 요구한 아인슈타인에게 당시로썬 파격적인 1만 달러를 주겠다고 답했다. 1년간 몇 천 달러를 아끼기보다는 천재의 마음을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에서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후 수많은 명문대에서 1만 달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아인슈타인은 평생 프린스턴을 위해 봉직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것에 대해 무조건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로 1865년 남북전쟁 종전 협상 일화다. 북군 총사령관인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승자로서 남군 총사령관인 로버트 리 장군에게 관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한다. 막대한 전쟁 배상금, 관련자 처벌 등과 같은 까다로운 요구를 해도 패장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랜트 장군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단 하나의 조건을 요구했다. 그리고 먼 길을 갈 수 있도록 말도 가져가고 필요한 식량도 제공한다고 했다. 남군의 장군이 눈시울이 붉어졌을 만큼 남군에게 감동과 신뢰를 줄 수밖에 없는 협상인 셈이다.
그랜트 장군은 남군은 이 순간부터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라고 말하며 어떤 승전 행사도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분명 그도 응징과 복수의 마음이 있었겠지만, 그는 국가적 통합이 패자에 대한 복수보다 더 큰 가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에 응징을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다면 아마도 오늘날 미국은 남과 북으로 찢겨 지역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던 것은 올바른 협상과 전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위와 같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다양한 협상 용어나 협상 기법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성공하는 협상을 위해서 알아야 할 협상에 대한 이해와 전략들이 간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다소 짧게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풍부한 사례까지 부족함 없이 협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꾹꾹 눌러 담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덕분에 단 시간에 협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더불어 협상 경험보다 협상 원리를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내심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은 실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로, 일반인들에게 실용 교양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협상의 기본을 이해하고 실전 전략들을 익히고 싶은 협상 초보자라면 더더욱 입문서로써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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