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애덤 스미스 원작 / 세계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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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애덤 스미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국부론이다. 학창시절 공부하며 암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 저서를 통해서 그는 지금도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 때문에 오늘날 그를 정치경제학자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도덕철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저작인 도덕감정론에서 이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대학에서 도덕철학 강의도 했었는데, 당시에 명강의로 유명했다고 한다. ‘도덕감정론은 이 강의를 토대로 평생 동안 여러 번의 퇴고를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그가 묘비명에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에 잠들다라고 새겨지길 원했을 정도로 이 책을 생애 중요한 저서로 생각했다. 도덕감정론18세기 당시에도 대단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국부론의 명성에 묻혀서 읽어본 사람은커녕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애덤 스미스가 이 책을 그토록 아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저자가 30년 동안 서재에 묻혀있던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처음으로 읽고서 흥분할 정도로 감동과 영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요즘 대중들에게는 낯설지만, 오바마, 빌 게이츠 등 수많은 인사들이 이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추천했을 정도다.

 

이 책의 저자인 러셀 로버츠는 스탠포드 대학 교수이자, 경제학 지식을 알려주는 이콘토크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이콘토크는 매주 한 사람의 인사를 초청한 뒤 그와 특정 주제로 인터뷰하는 형식의 방송이다. 어느 날 초대 손님으로 부를 예정이었던 조지 메이슨 대학교 교수인 친구 댄 클라인이 이콘토크에서 도덕감정론에 대해서 애기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서재에 잠자고 있던 도덕감정론을 펼쳐보게 되었고, 애덤 스미스의 통찰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도덕감정론은 애덤 스미스가 250년 전에 쓴 책이다. ‘국부론이 시작부터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반면에 도덕감정론은 얘기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그래서 인내심을 갖고 중간까지 읽어야 비로소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도덕감정론의 엑기스를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풀어냈다.

도덕감정론은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오늘날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학문까지 모두 담아낸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한다. 애덤 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 도덕적인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왜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도 예의바르고 선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이 책의 곳곳에 부와 행복의 추구, 우정, 신뢰, 정의, 미덕 등에 대한 풍부한 식견을 담아냈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하고 좋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안내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매순간 훌륭한 선택을 하길 원한다면 먼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삶에서 현명하고 훌륭한 선택을 최대한 많이 한다면 인생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도덕감정론은 인생을 최대치로 활용하기 위한 길잡이와 같은 책이다.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결정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결정을 하게 되는지 흥미롭게 설명했다.

스미스는 사람들이 이타적인 행동과 이기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궁금해 했다. 인간 본연의 강한 자기애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시키고 사심 없이 행동하는지 말이다. 그는 이기적인 생각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 단순히 자애심이나 동정심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고, 그 이유를 공정한 관찰자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란 인간의 상상 속 인물로, 인간의 행동은 이 공정한 관찰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관찰자는 우리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행동이 도덕적인지 확인해주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물이다. 공정한 관찰자는 양심과는 차이가 있다. 양심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종교 등의 원칙이 정한 기준에 어긋났을 때 자극을 받는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관찰자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지나친 이기심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훌륭하고 고상한 것이라고 일깨워주는 우리 안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업을 더 잘 해내고 싶다면 공정한 관찰자를 자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럴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고, 현실 속의 관찰자와도 상호작용하면서 우리에 대한 상대의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스미스는 이를 통해 인생의 평온함과 침착함, 행복까지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덕감정론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이웃처럼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가까운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알려준다저자는 이와 같은 애덤 스미스의 통찰을 바탕으로 행복의 우선순위에 대한 조언, 잘 되는 사람의 선택,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법, 진짜와 가짜의 구별, 끌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본질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이 책에 풀어냈다.

 

이 책은 저자가 '도덕감정론'에서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통찰들을 선별하여 담은 만큼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실용적인 인문서다. 원본문장과 함께 실어서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점 역시 돋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한글 번역이 매끄럽게 잘되어서 만족감이 더 높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니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원저를 읽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도덕감정론의 내용을 접하다보면 250년 전인 18세기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인생의 의미와 도덕, 사람들의 행동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년이 지나도 불변의 지혜를 전하는 애덤 스미스 역시 진정한 현자가 아닐까 싶다. '도덕감정론'에는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무엇이 사람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아내고자 했던 스미스의 노력과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일독했다고 해서 단지 그의 가르침을 읽고 고개만 끄덕이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 일과 관계, 부와 행복에 관한 지혜와 지침들을 자신의 삶에 균형 있게 적용해가야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 막연한 행복을 위해서 앞만 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삶의 이정표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애덤 스미스의 통찰과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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