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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 - 서울대 최종학 교수와 함께 떠나는 문화기행
최종학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직장과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다 보면 나름의 자부심과 시간의 무상함을
동시에 느낄 때가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부쩍 감성에 갈증을 느낀다. 몇 년 전만해도 뒤늦게 공연바람이 불어서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 공연까지
주말은 물론 평일 퇴근 후에까지 관람하는 열의를 보인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평균 2개 이상의 공연을 보러 다녔으니 우리 커플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지금은 시간과 여유를 핑계로 그렇게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문득 감성이 충만했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30대가 꺾였다고
푸념하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40대라는 중년의 나이에 발을 걸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느끼게 된다고 말하던 인생선배들의 말이 요즘 더 절실히 와 닿는다. 아직은 한창 나이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조금씩 느껴가는 나에게 저자의
감성 나눔이 유난히 반갑게 다가온다.
이 책에는 서울대학교 최종학 교수의 감성적인 사유가 가득하다. 그가 30대부터 40대에 걸쳐서
자신의 감성적 사유를 옮겼던 글 약 200편중에서 문화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글들을 선별해서 엮은 것이다. 음악여행, 미술여행, 영화여행,
국토여행, 색다른 여행이라는 코드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감성 여행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글들은 저자가 실제 해당
작품을 감상하거나 여행을 한 후 며칠 이내에 쓴 것들이다. 이 때문에 감상했을 당시 순간의 감성적인 느낌과 사유가 진하게 담겨
있다.
음악여행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 이문세, 신승훈, 곽진언,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를 통해서 관련 영화와 뮤지컬, TV프로그램 등을 넘나들며 음악적 사유와 더불어 인생과 추억, 사랑 등에 관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미술여행에서는 최후의 만찬, 천지창조, 나폴레옹, 다비드, 피에타, 이삭 줍는 여인들, 삼종기도 등 유명 명화들의 시대적 배경과
뒷이야기들, 감상 포인트 등이 저자의 감성적인 사유와 함께 펼쳐진다.
영화여행에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명량 등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서 배경 및 영화의 뒷이야기, 영화와 관련된 역사와 전쟁 이야기 등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통해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국토여행에서는 정선, 영월, 수안보, 속리산, 삼척, 괴산, 충주, 제천 등의 국내여행 경험과 감상을
풀어냈다.
색다른 여행에서는 특별히 다른 주제로 분류하기 곤란한 글들을 별도로 묶은 것으로 발리여행 이야기, 나라 이야기, 사람 이야기,
예술의 전당에서의 하루 이야기 등을 통해서 감성적인 따뜻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별도로 저자와의 인터뷰를 수록했는데, 40대를
위한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감성을 회복하기 위한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준다.
개인적으로 즐겨 들었던 노래들, 좋아하는 가수들, 얼마
전에 보았던 TV프로들, 내가 보았던 영화들과 미술작품들, 한번 쯤 가보았던 장소 등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반가웠다. 덕분에 나와 저자의 사유를
비교해볼 수 있었고 나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특히 그동안 몰랐던 영화와 명화들의 뒷이야기와 감상 포인트를 알고 나니 다시 한 번
감상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40대는 인생의 정점에 있는 시기면서 가족과 일이라는 책임감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시기다.
누구나 인생의 정점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겠지만, 흔히 바빠서 행복할 여유가 없다고 푸념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틈을 내서 감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틈을 내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고,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럴 때 삶이 더 소중하고 행복해지며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 그동안 무미건조했던 감상의
영역이 하루아침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자신의 감성에 불을 지펴보길 권한다.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순간에도 이렇게 할애한 감상의 여유가 삶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열정과 통찰을 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