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주인공인 마테오가 아내에게 이야기하듯 편지형식의 글로 전개된다. 그는 산속에서 홀로 자연인의 삶을 살며 이따금씩 산을 찾다가 들리는 낯선 방문자들에게 대가없이 먹을 것과 잠자리를 대접하기도 했다. 그들이 유일하게 그가 세상과 연결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에게서 조언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산속 삶을 통해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삶에서 얻은 고통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하며 삶의 의문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과거 마테오는 심장전문 의사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중고차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눈앞에서 아내와 아이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당시 그의 아내는 아이를 태운 중고차를 끌고 앞서 있었고, 마테오는 아내의 차가 섰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자신의 차를 타고 뒤에서 따르고 있었다. 아내가 운전하던 중고차는 갑작스럽게 마테오의 눈앞에서 가드레일을 뚫고 아래로 떨어져 화염에 휩싸였고,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말았다. 더욱이 아내는 둘째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운전을 했던 아내가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음을 발견하고 주변에서는 아내의 자살을 의심하기도 했다. 마테오는 아내가 자살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지만, 내면에서는 만약 자살이라면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생각지도 못한 한 순간의 불행으로 마테오는 상실감과 죄책감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다행히 긴 시간이 흘러 마테오에게도 다시 소중한 인연이 찾아왔다. 그는 그녀를 통해서 다시 삶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과거의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고 비겁하게도 그녀에게 낙태를 권하게 된다. 실망한 그녀는 그에게 거처도 알리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뒤늦게 후회를 하고 그녀를 찾았지만, 더 이상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부러울 것 없었던 그의 삶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과 그로 인한 의문으로 점점 엉망이 되어갔고, 다시 찾아온 소중한 인연도 놓친 채 의사의 길도 접게 만들었다.

 

마테오는 극복하기 힘든 절망 앞에서 방황하고 또 다시 상처받으며 자신의 삶을 돌려세울 수 없었다. 하지만, 삶의 의문에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서 다시금 길을 찾아 나섰고, 어느 날 우연처럼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를 바라본 그 순간, 아내가 자살하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아내에게는 동맥류가 있었고 당시 이로 인해 의식을 잃어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이유를 알게 되자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는 그동안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본 현실을 직시한 적도 없었다. 다만, 자신이 보고자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산속에 찾아온 젊은 청년을 통해서 용서를 받게 되고 또 하나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그 청년은 자신이 낙태를 권했던 그녀의 아이이자 자신의 아이였다. 마테오는 커다란 나무 앞에서 한없이 흐느껴 울었고, 기운이 다 빠져나가 나무뿌리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 이상하리 만큼 가벼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 잘 극복하거나 주변의 도움으로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순간의 절망으로 삶이 무너져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너무나 긴 시간을 방황하며 힘들게 보낸 한참 후에 어렵게 극복하게 된다. 이렇게 힘든 시기와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고통에 대한 삶의 의문을 갖게 되고 간절히 답을 찾아 나선다. 그런 면에서 절망의 순간이 삶의 성장을 위한 전환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다고, 깨달음의 길이 가깝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 삶의 의문에 답을 찾아가는 나름의 여정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테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절망과 고통을 마주하기 위한 나름의 힌트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테오의 삶이 너무나 가슴 아픈 절망으로 얼룩지긴 했지만, 이를 통해 삶의 의문을 찾아 나선 그의 여정은 그에게 자연인의 삶과 타인의 삶을 통해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지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통찰이 함께 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간접경험 삼아 독자들은 삶의 통찰을 넘어서 위로와 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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