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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力사전 - 세상을 읽는 힘
김동주 지음 / 종합출판(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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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중에서 과연 지루하지 않은 책이 있을까? 적어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 사전이라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사실과 진리로 정의한 단어들을 현실적 경험과 부조리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재해석하여 정의했다. ‘ㄱ’부터 ‘ㅎ’까지 단어를 정리하여 사전식으로 구성하였고, 각 단어들의 의미마다 독설이나 해학이 존재하며 위트와 명언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본질적인 면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단어들의 의미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학술적 의미보다 경험적, 감상적 의미가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색다른 언어적 사고와 사유를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줌으로써 언어적 유희를 즐기면서 새로운 통찰도 안겨줄 수 있다.
계약서(contract) 사회적 빈약자를 묶어 놓기 위한 족쇄. 별 것 아닌 조항은 큰 글씨로, 사기성 조항은 작은 글씨로 써놓은 문서
단두대(guillotine) 확실한 비듬제거 장치.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생명의 신성함을 역설한 후 만들어낸 기구 [화자미상]
명작(masterpiece) 재미는 없지만 남들이 호평하므로 잘된 것 같은 작품. 저자/작가가 죽을 고생으로 만들고 죽은 후에 빛을 보는 작품. [고전문학 명작] 누구나 찬양하지만 읽지 않는 책 [화자미상]
배반/배신(betrayal) 접시에 담긴 음식을 다 먹어치운 후, 그 빈 접시를 대하는 감정 [A. bierce] 성공을 위한 필수덕목 중의 하나(참고 : 세상천지에 배반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J. Renoir]) 관련예문->배신은 진실을 쳐버리는 행위? 천만에! 해당 진실에 대한 견해가 달라 배척하는 행동일 뿐이다. [화자미상]
이 책은 사전식 구성이다 보니 굳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서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삶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하고 기발하면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해놓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 책에 담긴 의미와 같은 경험과 생각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역시 했던 것들이고 때로는 어제와 오늘도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쉬운 문장을 통해서 명쾌하면서도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공감적인 면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무언가 배우거나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그냥 부담 없이 가볍게 읽으면서 삶의 또 다른 면을 통찰해가면 된다. 이렇게 읽어가다 보면 어떤 의미들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고 속 시원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 책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읽지 않을 때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단어들의 의미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보니 어린 학생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비판적인 사고를 갖는다는 것이 좋은 면도 있지만, 이 책의 의미는 스스로의 삶의 경험을 통해서 삶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라는 양면성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때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짧은 소견으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