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5만 시간의 연구 끝에 밝혀진 31가지 마음의 비밀
스티븐 그로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는 25년간 정신분석가로 일해 왔다. 일주일에 4~5회, 환자 한 명당 한 번에 50분씩 상담하며 지금까지 5만 시간 이상을 환자들과 함께 해 왔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역시 5만 시간의 이력이자 환자들과의 상담에서 가져온 실화이다. ‘새로운 시작, 변화, 사랑, 거짓말, 마지막’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31개의 환자들의 이야기와 상담사례가 담겨 있다.
각각의 환자들의 사례마다 의학적 전문용어나 심리학적 용어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에는 전혀 그런 것들이 없다. 모든 이야기를 저자의 심리적 통찰로만 풀어내어 마치 소설과 같이 쉽게 읽힌다. 다소 복잡하게 얽히거나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각 환자들의 심리적 방황상태를 저자의 통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해간다. 덕분에 독자들은 각 이야기에 몰입하며 그들의 심리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마음의 형태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으로 환자들의 감정적 상처와 경험이 누구나 겪는 상황이 아닌데다 일부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공감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이야기들은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들이 겪었던 상황의 심리적 상처를 알아갈수록 나와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느꼈던 감정 상태와 원인을 이해할수록 일부 감정적 편린들은 내가 한 때 겪어보기도 했고 때로는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때때로 저자가 환자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넌지시 던지는 삶의 통찰들은 내게도 삶을 되돌아보고 숙고해보는 사유의 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상실과 변화를 겪는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순간적인 충동이나 어리석은 선택 때문에 덫에 걸릴 수도 있다. 때로는 의도되지 않은 불행으로 인해 두려움에 갇힐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저 너머 희망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많은 것들을 잃기도 하지만, 많은 것들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그 모든 삶의 과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실 없이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비록 환자들의 이야기지만, 그 일면을 파고 들어가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있음을 알게 된다. 각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시작과 마지막, 변화, 사랑, 거짓말 등에 관한 마음 이야기들은 인생여정에 동참한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겪었던 상실과 상처들, 그리고 변화의 이야기들 속에는 슬픔과 그리움뿐만 아니라 사랑과 희망도 담겨 있었다. 저자는 각 이야기들마다 명확한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독자는 각 인물들의 마음속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독자 자신의 마음속 지도를 발견해갈 수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 사는 현대인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크고 작은 정신적 상처와 우울증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면의 상처와 방황하는 자아로 인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사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이해하며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를 가둬두었던 마음속 감옥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