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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인간 - Homo Philosophicus
김광수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6월
평점 :
철학은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영역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질과 삶의 가치 및 의미 등을 탐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분야라는 측면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했지만, 오히려 직접적인 삶과는 당장은 거리가 먼 이야기로 치부하기도 했다. 솔직히 다양한 고전의 인용과 해석, 수많은 철학자들의 난해한 철학적 담론과 토론 등이 등장하다보니 부족한 식견으로 한두 번 읽고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에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철학책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면에서 기대 이상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인상 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저자는 젊은 날 학위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다 할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풀길 없는 퍼즐과 같은 삶에 책들을 읽으며 답을 찾아갔지만, 수없이 낭패하고 당황했다. 이렇듯 역설이요 부조리였던 삶의 퍼즐을 이제 조금은 풀 수 있는 나름의 답을 찾았고 이 책에 이를 풀어냈다.
무한경쟁의 사회, 평균을 지향하는 편협한 교육환경, 행복이라는 명분하에 성공만을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삶, 이를 삶의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시시하며 피상적인 삶이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는 존재 각성을 하면 삶은 지고의 가치와 의미로 빛나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삶의 최선의 방법으로 존재 각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권유가 아닌 분석철학자로서 입증해 간다. 물론 존재 각성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그는 호모 필로소피쿠스, 즉 철학하는 인간을 제안한다.
이 책은 크게 9장으로 분류하여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부터 자아의 성장과 진리의 본질, 낭만주의, 부조리 상황과 고통의 역설, 가능한 최선의 사회, 불멸에 이르기까지 존재 각성에 대한 가치를 철학적 통찰로 이끌어냈다.
이 책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세계관과 가치관, 자아실현, 문제의식, 종교, 교육, 진리, 이성과 낭만, 다양한 부조리 상황의 고찰, 고통의 가치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과 다양한 가설, 철학자들의 담론 등에 저자의 날카롭고 명확한 통찰을 가미하여 흥미롭게 풀어간다. 더욱이 오늘날 교육현실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감성적 교육으로써 자발적 교육의 대안을 제시했고 최선의 사회를 위한 가능성이자 대안으로 브라질, 싱가포르, 부탄 등의 성공적 사례를 분석하고 존재 각성을 통한 이상 사회의 추구에 대해서 다양하게 접근하여 설명했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존재 각성보다는 존재 망각의 상태에서 살기 쉽다. 삶이 더 없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다. 때로는 하찮은 일에 매달려 하루를 보내버리며 매일 매일이 지루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이라고 해도 새로울 것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나'를 깨우고 존재 각성을 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임을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고 사는 것은 저자가 표현했듯이 금보다도 더 비싼 자단목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하여 아는 정도만큼의 삶을 살게 마련이다. 존재 각성을 하지 못한다면 한 트럭의 진주로 도로를 포장하게 될 것이고 귀한 보도로 장작을 패게 될 것이다. 존재 각성은 인간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깨달음이다.
저자의 철학적 통찰을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인지해봄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난해할 수 있는 철학적 통찰을 이해하기 쉽게 저자의 명쾌한 필력으로 풀어냄으로써 보다 쉽게 접근하여 공감하며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인상 깊었다. 삶에 대한 존재 각성이라는 측면에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여러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자신의 존재 각성을 위한 기회로써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