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적응을 위한 학습을 시작한다. 그 과정 중에 습득한 언어를 통해서 지각능력과 사고능력이 발달하게 되고 학습의 단계가 가정에서 학교로 확장되면 공부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어린 시절 배움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공부는 나이가 들어도 끝이 없다. 오히려 개인의 행복과 성공, 다양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공부를 지속하게 된다. 지식에 대한 탐구를 넘어 생존을 위한 공부, 과연 인간이 집착하는 공부의 본질은 무엇이며 최고의 공부는 무엇일까?

 

이 책은 2013년 3월 KBS 1TV에서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공부하는 인간’은 하버드대학 졸업생 1명과 오디션을 통해서 추가로 모집한 재학생 3명을 진행자로 전 세계의 공부를 탐험하고 그 안에서 공부의 본질을 이해하며 각국의 공부환경과 공부법을 분석하게 된다. 생후 9개월에 유대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유대인 릴리, 한국인 이민2세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미국식 공부를 한 스캇, 여러 문화가 혼재된 가정에서 자란 브라이언, 유럽계 미국인 제니. 서로 다른 개성과 프로필을 가진 진행자 4명은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등을 돌면서 각국의 공부 현실을 직접 체감하고 비교하며 공부의 본질에 접근해간다.

 

- 각 문화권마다 공부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 각 문화권마다 공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 각 문화권마다 공부를 어떻게 하는가?
- 왜 동양인, 유대인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는가?
- 각 문화권의 공부는 그 사회의 문화, 역사, 생활방식 등이 반영된 문화적, 역사적 산물인가?

그렇다면 한 사회의 공부는 그 사회의 문화, 역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 동양의 공부가 옳은가, 서양의 공부가 옳은가?
-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하는 인간’은 위와 같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각 문화권을 통해서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공부와 고시공부 등의 치열한 입시경쟁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각국의 입시경쟁도 치열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는데서 본질적인 모습은 다르지 않았지만, 공부에 대한 목적과 공부법은 각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었고 이는 각 문화권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라는 환경적 조건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적인 특징 때문에 동양의 공부와 서양의 공부가 구분되어진다.
집단과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사회에서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타인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인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서양 사회에서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동양 사람들은 가족이나 사회, 국가와 같은 공동체를 위한 공부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양 사람들은 개인의 지적 성취와 행복, 발전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서양인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잘한 것에 집중하여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편이지만, 동양인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데 집중하여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편이다. 이 때문에 비판이나 지적을 불쾌하게 여기는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이를 수용하는 데 익숙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더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동양인은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기 때문에 성적이 나빠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역시 서양인보다 강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높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공부환경과 공부법은 각기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나름의 학문적 성취와 업적을 이루었기에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공부법은 동양과 서양의 장점을 조화롭게 적용한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부법으로 이 책에서는 공부의 세계 최강자로 불리는 유대인의 공부법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고찰해간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유대인들의 병역의무가 만든 창의적 교육에 관한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전에 2~3년의 군 복무를 하고 그 이후에도 일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3~5년 정도 대학 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대학 입학 경쟁률이 낮다. 이렇듯 이스라엘의 군복무 시스템은 대입 경쟁과 그에 대한 압박감을 완화시켜주는 순기능을 하고 학년에 상관없이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성숙한 조국관과 민족관을 갖게 되고 군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제대 후 세계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거나 사회생활을 하며 생각도 깊어지고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진다. 미성숙한 청소년 시기를 지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사고하는 나이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이스라엘의 군 복무 시스템은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군대의 월급도 높기 때문에 이 돈을 모으면 꽤 오랫동안 외국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할 수만 있다면 교육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인 면에서나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의 질문과 토론, 논쟁을 활용한 학습 방식과 달리 동양은 암기 위주의 시험으로 인한 주입식 교육이 익숙하기 때문에 조용한 공간에 앉아 혼자 집중해서 하는 공부가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개별화된 공부는 단시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는 있을지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공부하기 때문에 사고를 폭넓게 확장시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의 명문학교와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곳에서는 암기의 공부가 아니라 질문의 공부에 주목하는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미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사고를 폭넓게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통한 소통과 협력의 공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각국의 공부현실과 공부법을 역사적, 문화적인 특징을 통해 본질적으로 고찰했고, 공부의 효율성과 효과성이라는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하여 공유했다. 이렇듯 각국의 다양한 방식의 공부와 교육현장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현실에서 추구해야할 공부의 목표와 가치, 최선의 공부법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공부에 대한 본질적이고 폭넓은 견해를 제공하기에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방향을 다잡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과 교육자들, 그리고 부모들이 꼭 이 책을 먼저 일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환경에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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