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심리학 - 마음을 컨트롤하는 소리의 기술 만사형통 萬事亨通 시리즈 4
사이토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스카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에는 대중가요에서부터 팝, 락, 헤비메탈 등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인 음악들에 심취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또래의 아이들이 듣는 음악 장르들이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극적인 음악에서도 조금씩 멀어졌다. 지금은 오히려 과거에는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잘 듣지 않았던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 듣는다. 모두가 나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어느 정도 비슷한 변화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신선하고 자극적인 음악에 심취하기가 쉽지만, 나이가 들고 인생 경험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음악을 좀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으로 음악을 분석할 내공은 안 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분명 음악은 사람에게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음악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심리적인 변화를 주고 행동에도 변화를 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피아노와 음악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소리와 음악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음환경 컨설턴트이자 음악 심리 카운슬러로 활동하면서 BGM이 비즈니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하며 활용해왔다. 이 책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인간에게 소리와 음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더불어 현실에서 음악을 통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과거에는 음악을 통해 생기는 감정은 마지막에 진화한 가장 수준 높은 뇌로 불리는 대뇌피질의 반응에서 온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뇌 과학의 발달로 이 감정이 원시적인 뇌라 불리는 대뇌변연계에서 생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뇌변연계는 뇌의 여러 부위 중 가장 원시적인 곳으로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과 공격, 식사, 허기, 수면, 도주, 성행위 등의 원초적이고 생존적인 행동을 지배한다. 이 영역에서 소위 뇌내 마약물질이라고 불리는 도파민과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측좌핵의 활동이 촉진되면서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식사, 성행위, 수면 중이거나 약물에 의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분과 동일하다. 단지 음악만으로도 뇌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청각중추인 측두엽 양쪽이 모두 손상을 입어서 음악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도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이 즐거운 곡인지 슬픈 곡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음악은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 처리되고 그 감정은 대뇌변연계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대뇌변연계가 반응하기 때문에 감정적 영향과 관계있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의료현장에서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마취약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하니 음악은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통증 완화에 뛰어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힐링음악으로 흔히 클래식이 추천되듯이 이 책에서도 클래식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클래식을 듣게 되면 논리력과 사고력에 도움이 되어 대화하는 방식도 바뀌고 아웃풋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클래식은 치밀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데, 청자가 클래식의 면밀한 구조를 모르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들을 때도 진지하게 듣게 된다. 그리고 약간의 음의 변화나 곡의 변화를 눈치 채면서 점차 사물을 진지하고 구성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추게 된다. 클래식은 비단 어른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어린이에게도 더 없이 좋은 장르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음악은 비즈니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음악의 힘은 가게의 이미지, 매상, 직원의 동기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시 생산 체제에서 작업자의 의욕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이 널리 이용되었다. 이후 더 많은 음악 연구가 이루어졌고 음악이 생산성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며 실수를 줄여주는 등 다방면에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실증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BGM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아직까지 이를 진지하게 활용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앞으로 음악 심리학과 생리학을 고려한 BGM의 활용성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서 음악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음악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원리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마스킹 효과, 이미지 유도효과, 감정 유도효과, 행동 유도효과 등을 통해서 설명한다. 이를 통해 가게와 사무실에서 어떤 BGM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지 사례를 통해서 조언했다. 또한 도시의 넘쳐나는 소음으로 인해 듣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소리를 느끼는 감각이 약해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청각감성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청각감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 방법도 공유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내가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 듣게 된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된 듯싶다. 덕분에 그동안의 막연한 듣기에서 좀 더 똑똑하고 보다 감성적인 듣기로 옮겨갈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한편으로 저자의 경험상 클래식에 대한 쏠림이 두드러졌기에 여타의 다양한 음악에 대한 세부적인 조언이 없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에게 음악은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음악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며 들을 수 있다면 단순한 듣기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듣기로 거듭날 수 있다. 그동안 막연히 듣기만 했던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이 원리를 통해서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환경에서 활용해간다면 음악은 감성적인 여유와 함께 성공적인 삶을 위한 유용한 가치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