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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평점 :
무의식은 보통 우리가 알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라는 관점을 갖는다. 무의식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잠재력이자 상상을 넘어서는 뇌의 나머지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어렴풋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의식이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과 다양한 성공학 분야 자기계발서들을 통해서 알려진 심상화나 끌어당김, 내면의 힘 등과 같은 것들도 사람들에게 내재된 무의식을 활용하는 방법들이다.
사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알려진 것은 그다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기존의 무의식은 다소 추상적이기까지 했다. 무의식에 대해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 연구를 통해서다. 그동안 심리학과 무의식의 연구가 제한적인 실험적 연구를 통해서 단편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면, 20세기 후반 fMRI라는 뇌를 효과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 장치가 개발되면서 정신활동의 관찰과 더불어 무의식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 장치를 통해서 보다 전문적인 뇌 과학이 도래하면서 뇌와 관련된 획기적이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무의식과 관련된 연구 역시 상상과 추측의 경계를 넘어서 객관적인 발견과 과학적인 지식으로 축적되어지고 있다.
이 책은 무의식 개념의 시초인 정신분석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대의 첨단 의학을 통해 획기적으로 밝혀진 뇌 과학을 통한 연구사례 등을 통해서 일상에서 무의식이 실제로 어떤 영역들에 관여하여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원리와 사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책은 크게 1부인 ‘두 층위로 구성된 뇌’와 2부인 ‘사회적 무의식’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기준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사람의 감각인 시각, 청각, 촉각 등 인지감각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한다. 무의식이 기억과 망각, 판단과 결정 등 개인의 인지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현실에서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소개한다.
2부에서는 무의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개인과 개인에서부터 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정관념, 감정, 평가 등에 무의식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용하여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연구사례와 더불어 실제 마케팅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은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무의식에 관한 다양한 연구사례와 지식들을 종합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기존에 다양한 뇌 과학 책에서 접했던 연구사례와 지식들이 많았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정보들을 좀 더 많이 기대했던 입장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기존에 대중에게 알려진 뇌 과학과 무의식에 관한 정보들이 생각보다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무의식과 뇌 과학을 쉽고 흥미롭게 설명했고 기존에 알려진 대부분의 관련 정보들을 모두 취합하여 정리한 측면에서 종합서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무의식과 관련하여 과학적인 정보와 지식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 이 책에서 소개한 무의식의 힘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사업과 재테크, 정치, 대인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한 통찰을 심어줄 수 있다.
근본적으로 무의식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강력한 생존 장치인 만큼 그 원리를 이해하여 자신에게 보다 긍정적이고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삶을 보다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의식이라는 강력한 무형의 존재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과 더불어 자신과 타인을 보다 잘 이해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고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통찰을 얻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