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 깊이 읽기의 기술
퍼트리샤 마이어 스팩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브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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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이 늘어나면서 속독에 관심을 갖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책을 빠르게 읽는데 집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독서를 하고나니 어느 순간 책을 읽는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책의 느낌만 기억할 뿐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천천히 읽기 좋은 고전문학과 기존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느낌이 좋았던 책들을 위주로 다시 읽어보고 있다.

자기계발서나 인문서도 다시 읽었을 때 또 다른 감흥과 지혜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의 격차가 좀 더 강하고 때로는 새로운 지적 유희까지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소설 쪽이었다. 특히 고전문학은 그 느낌이 더 강했다. 고전소설 중에는 젊은 시절 너무 길고 지루해서 유난히 힘들게 읽었던 소설이 몇 편 있는데, 신기하게도 수년이 지나 읽었을 때 느낌은 전혀 딴판이었다. 재미는 물론 내용에 대한 강한 인상까지 남겼고 삶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과거에 읽었던 책의 느낌이 시간이 흐른 지금 읽었을 때 남다르게 와 닿는 책이 분명 적지 않았다. 개인적인 삶의 경험과 성장이 반영되어 과거에 읽었던 책의 느낌이 이후에 다시 읽었을 때와는 달라지기 때문에 과거에는 몰랐던 새로운 깨달음과 앎을 얻기도 한다. 한편으로 그 책을 읽었던 과거의 감상이 떠오르면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과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같은 책을 열 번 이상, 수십 번 읽게 되면 내용적인 분석을 넘어 캐릭터와 구성을 분리해내고 저자의 가치관과 심상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영문학 교수이자 열정적인 독서가인 저자가 ‘다시 읽기’를 통해서 발견한 독서의 본질적인 고찰이자 ‘다시 읽기’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백 권씩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새롭게 읽어야할 책들이 쌓여가는 현실에서 자신을 비롯하여 많은 독서가들이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다. 이 의문을 시작으로 나온 결과물이 이 책이다. 그녀는 은퇴 이후에 50~70년대 소설 중 수십 권을 정하여 다시 읽는 1년짜리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실천했고, 이 책에 그 경험과 사유를 담아냈다.

그녀는 과거의 자아를 다시 찾는 것이 다시 읽기의 매력 중에 하나인 만큼 다시 읽는 프로젝트의 시작점으로 어린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가 수십 번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납치’에 대한 어린 시절 감상과 배경, 이후 성인이 되어 펼쳤을 때의 감흥 등을 통해서 소설이 자신의 자아에 미쳤던 영향을 분석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인 ‘오만과 편견’, ‘에마’ 등에서부터 1950~1970년대의 다양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각 소설에서 다시 읽기를 통해서 느꼈던 감상적인 포인트와 변화, 다양한 통찰에 대해서 분석하며 독자들과 사유를 나눈다. 특히 ‘순수한 즐거움과 직업을 위한 다시 읽기, 누구나 좋아해야만 하는 책, 남몰래 좋아하는 책, 함께 읽는 책’을 다루는 단락은 저자가 읽은 책을 기준으로 한 사유를 바탕으로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웠다.

다시 읽기를 하다보면 한때 간과했던 풍경이 새롭게 보이고, 이해할 수 없던 인물의 성격이 분명해지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다시 읽기는 과거를 인식하게 하고 그런 인식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 다시 읽기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다시 읽기가 주는 통찰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아에 대한 관점과 통찰은 다시 읽기의 또 다른 선물이다. 다시 읽기는 누적된 사유를 통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또 다른 많은 측면들을 찾아내게 한다. 그렇게 얻은 각각의 새로운 반응은 지금까지 누적된 통찰에 보태지고 그 책에 대한 지식은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좋아하다보니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다시 읽는 독자가 많다고 하니, 그런 면에서 신간을 자주 찾아 읽고 다시 읽기에 게으른 나는 아직은 열정적인 독서가는 아닌 듯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다시 읽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전문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왜 저마다 고전을 강조하는지 조금은 알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 공감했던 것 역시 고전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느꼈던 개인적인 느낌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아쉬웠던 것은 저자가 읽고 소개했던 책들의 일부만 빼고 많은 책들이 아직 내가 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이미 읽었던 책들이었다면 저자의 사유에 흠뻑 빠져서 좀 더 공감하고 통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하나씩 찾아서 접해보고 이후에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독서가 될 듯싶다.

이 책은 독서법에 하나인 ‘다시 읽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풍부하게 풀어냈다. 덕분에 그동안 쉽게 실천하지 못했던 ‘다시 읽기’에 대한 실천을 좀 더 수월하게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에 대한 추가적인 선별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다시 읽기’라는 측면에서 초보 독서가들에게는 저자의 사유가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좀 더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유익하고 지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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