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선택하여 읽게 된 다수의 책들이 ‘도전, 희망과 용기,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순간에도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이 정말 이거였지’ 라는 혼잣말이 머릿속을 반복해서 채웠다.

 

 

이 책은 15살부터 거리에서 노숙자로 생활하던 소녀가 하버드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에세이다. 글의 형식은 에세이지만, 읽는 입장에서 소설을 읽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삶의 이야기들이 디테일하고 생생하다. 덕분에 49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사이즈로 장편소설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그녀의 삶에 녹아내렸다.
그녀의 가정환경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행에 놓여있었다. 마약과 약물 중독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틈에서 언니와 함께 절대빈곤의 악순환에서 생활해갔다. 약물 중독자였던 부모 밑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는 거의 힘들었다. 그나마 15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에이즈에 걸렸고 아버지는 보호소로 보내지게 된다. 어느 순간 그녀는 거리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늘 배고픔에 허덕였고, 친구의 집에서 잠자리를 얻거나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는 공원과 지하철역, 거리에서 밤새 추위에 견뎌야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너무 힘든 현실이었지만, 그녀는 인생이 최악으로 변할 수 있다면, 어쩌면 좋은 쪽으로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비참하고 위험한 거리의 생활 속에서 우연히 목격한 한 여자의 죽음은 그녀에게 절박함으로 다가왔고 작은 희망을 통해서 현실에 첫 발을 내딛게 만들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학교를 스스로 노력하여 들어가게 되고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여전히 거주할 집은 없었다. 그녀는 이전과 같은 생활 속에서도 지하철역과 복도, 층계에서 공부를 했고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했다.
집이 없다보니 무거운 책들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녀야했고, 쪽잠을 잘 수밖에 없어서 늘 수면이 부족했다.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잠깐의 안락함에서 오는 포기의 유혹이었다. 그 때마다 그녀는 눈앞에 장애물을 뛰어 넘으며 트랙을 달리는 주자를 상상했다. 배고픔, 잠자리, 공부 등 모든 어려운 것들이 그녀의 장애물이었고 이것들을 하나하나 뛰어넘을 때마다 졸업이라는 결승점에 이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 4년 과정을 2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뉴욕타임스의 장학금까지 극적으로 받으면서 하버드대학에 입학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다. 그녀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뉴욕에 매니페스트 리빙이라는 회사를 창립했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연설과 워크숍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나에게 생긴 일들은 인생에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바꿀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에 집중한 결과였다.
나는 서맨사를 불행한 가정생활로부터 구제하지 못 했지만 그녀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카를로스를 변화시키지 못했지만, 그 관계에서 벗어나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부모님의 병을 낫게 할 수 없었지만, 그분들을 용서하고 사랑했다.
또한 나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 새로운 삶을 만들어나가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중략-

오히려 나는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건, 내 인생의 다음 장이 어떻게 되건, 내 인생은 한 가지 상황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내 삶은 어떤 일이 닥치건 발을 앞으로 내딛어 전진하려는 나의 의지에 결정되리라.

- P478

 

 

누구보다 비참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족을 사랑했고, 그들의 사랑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을 이해했고 배려하며 돌보려고 했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것 역시 그녀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반영하는 듯싶다. 그녀는 자신의 처절했던 성장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사랑받았음을 회고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던 가까운 이들을 모두 용서하고 사랑했다. 아마도 그들이 그녀에게 남겨준 사랑의 조각들이 환경을 넘어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약의 지지대가 되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군가는 자신이 가장 슬프고 비참하며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면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순간에 밀려드는 나약함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비참한 불행을 딛고 일어서서 불가능한 일을 이루어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전해 받은 열정과 의지로 인해서 또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통해서 불가능하고 불확실해 보이는 순간에도 현실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듯이 인생은 시도하느냐 시도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실패보다 나쁜 선택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 책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얻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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