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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 한 끼 밥과 한잔 술이 주는 소소한 행복
이영승 글 사진 / 올(사피엔스21) / 2012년 11월
절판
오랜만에 내공 있는 블로거가 서울맛집 유랑기를 선보였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저자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식도락 동호회를 만들었고 블로그에 맛집 포스팅을 하면서 7년간 운영해왔다. 맛집에 대한 저자의 내공과 신뢰감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었고 지금까지 390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저자가 투자 관련 일을 해온데다 ‘술 주’에 ‘먹을 식’으로 주식구단이라고 만든 블로거 네임에서 기발함과 더불어 저자의 맛집에 대한 내공과 애정이 엿보인다.
간혹 맛집 포스팅을 한 블로그를 보고 그 집을 방문했다가 실망한 경험이 몇 번 있다. 믿고 방문했더니 소개한 것과 전혀 다른 단순홍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블로그에 소개글은 블로거에 대한 신뢰가 확고할 때만 참고하곤 했다. 그 점에서 저자가 공유한 정보에 대한 신뢰감은 높다. 다만, 음식은 맛이나 장소 분위기에 따른 취향의 차이가 있으니 이 정도는 감안해서 보는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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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괜찮게 여기는 맛집들을 저자가 직접 다니면서 맛을 보고 만족감을 느꼈던 서울의 음식점 중 175곳을 선별하여 담았다. 호텔 소재의 레스토랑이나 베이커리는 가격대비 당연히 좋은 서비스와 맛을 보장하기에 이 책에서는 제외시켰다.
다양한 찌개류에서부터 스시, 중화요리, 해물과 고기류, 피자와 파스타, 분식류, 햄버거와 샌드위치, 다국적 요리 등에 이르기까지 음식 종류별로 35가지로 분류하였고 각 음식별로 베스트 5곳을 소개한다. 책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맛집은 분류별 마지막 부분에 별도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공유했다. 음식 사진과 함께 음식점 소개가 간략하게 나와 있고 주소, 전화번호, 추천메뉴와 가격 등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각 섹터별로 집에서 조리가 가능한 것들은 레시피로 소개했다.
단순히 맛집 나열이었다면 왠지 심심하고 밋밋했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음식에 대한 유래와 역사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개인적으로 음식에 대한 저자의 잔잔한 추억과 사유가 공감이 갔고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맛집에 대한 실용성이 많은 책이지만, 반면에 단점도 있다. 음식별로 묶은 것도 좋지만, 지역별 색인이 없는 점이 많이 아쉽다. 매니아가 아닌 나와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맛집 방문이 지역별로 이루어지기 쉽고 실제로 지역별로 맛집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책 뒷부분에라도 지역별 색인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임시 해결책으로 출판사에서 지역별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 공유했다. 참고할 수 있도록 네이버 블로그 서평에 첨부했다.
그리고 각 식당별 약도가 없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약도정도는 직접 전화를 하던지, 찾아보면 되지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책을 구입해서 정보를 얻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가지치기 정보검색은 귀찮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책의 구성과 분량을 생각하면 약도추가는 쉽지는 않았으리라 이해가 된다. 추가로 일부 독자의 불평을 보니 저자가 정보를 정리한 시점과 현재 시점의 간극으로 인해서 사라진 식당도 존재한다는 글을 보았다. 이 점은 추후 출판 때 다시 수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보고 참고해서 최근에 다녀온 곳은 중화요리 식당 중에 볶음밥으로 유명한 도화동에 위치한‘외백’이란 곳이다. 마포역 3번 출구에서 5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고, 즉석떡볶이로 유명한 코끼리 분식점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다. 중식점 ‘외백’을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코끼리 분식점 출입 광경을 보고 여성분들의 인기를 새삼 실감했다. 조만간 코끼리 분식점도 들러봐야겠다. 가게 규모상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외백은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점인 만큼 입구 인테리어도 여타의 중식점보다 조금은 화려함이 돋보이고, 식당내부도 깔끔하다. 화교식당의 특징답게 종업원들의 중국말과 한국말이 공존한다. 평일 낮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한가롭게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식사할 수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쟈스민 차가 나오고 본 음식이 나오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자가 추천한 볶음밥(6,000)과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짬뽕(5,500원)을 주문했는데, 역시나 볶음밥은 추천할 만하다. 볶음밥에 특별히 놀랄만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함도 없었고 맛이나 식감이나 모두 만족스러웠다. 내가 먹어본 볶음밥 중에서 분명 제일 괜찮았다. 짬뽕은 생각보다 맵지 않고 깔끔한 편이라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분들에게도 괜찮은 짬뽕이다. 물가영향 때문인지 건더기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쉽다. 외백 중식점에서 조금만 더 가면 이 책에서 소개한 굴다리 식당이 나온다. 굴다리 식당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으로 유명하다. 다음에는 이곳을 방문해봐야겠다. 올해는 날 좋을 때마다 맛집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