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여행에세이를 유독 좋아라하는 것은 대리만족의 감정과 더불어 언젠가 나도 저곳에 가리라는 기대와 희망 때문일지 모른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타국의 여행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과 함께 작가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 사람과 장소를 바라보는 남다른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오소희 님의 여행에세이는 라오스편에서 처음 접했고 남미편으로 이 책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녀는 어린 아들 중빈과 함께 터키여행을 시작으로 해마다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동아시아와 동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엔 두 모자가 남아메리카로 향했다. 이번 남미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으로 출간할 만큼 세 달 동안의 추억과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책은 6개국 여정 중 그 첫 번째 시리즈로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를 담았다.
저자는 여행이라는 순수한 감정적 교감을 글과 사진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더불어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침략과 문명의 흐름, 폭력 앞에서 저항한 역사의 흔적들과 현재의 변화까지 여행하는 곳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친절히 설명해줌으로써 낯선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곳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한다.
침략과 전쟁, 폭력과 피로 얼룩진 역사에도 불구하고 남미 사람들 대부분은 삶속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았고, 현재의 삶에서도 행복과 만족을 찾을 줄 알았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흥겹게 춤추고 놀 줄 아는 그들, 우리네 삶에서 경박함이 되어버린 것들을 그들은 자유로움과 기쁨으로 승화시켜 발산했다. 진정으로 여유를 알고 즐길 줄 아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발견한다. 최고를 꿈꾸며 더 빠르고 많은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들은 느림의 미학으로 행복의 가치를 깨우치고,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며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소중함을 증명한다.
그녀가 아들과 함께 그동안 여행했던 곳의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느린 속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멋진 유럽의 관광지나 휴양지가 아닌 남미와 동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두 모자의 생생한 경험과 사유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간접적이나마 그녀의 감정적 깨달음을 공유 받을 수 있으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들도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항상 낯선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덤으로 얹어준다. 그녀는 여행할 때마다 가져온 것보다 더 많은 것들로 가방을 채워 돌아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을 의외의 낯선 장소, 낯선 이에게서 선물로 받게 된다. 아마도 여행은 우리가 삶에서 상처받은 것들을 치유 받는 여정이 아닐까?
그녀의 여행이 특별한 것은 늘 함께하는 아들 중빈과의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과는 달리 그녀의 여행에는 끈끈한 가족애와 모성, 따뜻한 인간미 그리고 읽는 이에게 미소를 주는 흐뭇한 유머가 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과 겪는 다양한 경험들과 함께 어느새 훌쩍 커버린 든든하지만 어린 아들과의 여행기는 그녀에게도, 독자들에게도 특별하다. 어린 아들 덕분에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세상에 대해서 엄마와 함께 몸과 마음으로 깨우쳐가는 아들 중빈이 내심 부러우면서도 앞으로의 삶이 기대가 된다.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잠시 멈춰서 이 책을 통해 삶의 여유와 가치를 숙고하는 남미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미래에 대한 행복을 꿈꾸며 현재의 행복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두 모자의 여행은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안을 수 있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사랑하고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