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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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대학으로 우리나라 학생들도 다수가 공부하는 대학이기에 대리만족의 자부심이 작용해서인지 친근하기까지 한 대학이다. 요즘처럼 해외드라마의 유통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미국드라마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가 있었다. 그 당시 이 드라마를 보며 수많은 학생들이 하버드대학을 꿈꾸기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 학생의 하버드대학 진학률이 증가하기도 했으니 당시 드라마의 인기는 현재 하버드대학에 대한 남다른 감정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 여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하버드대학의 종신교수가 된 사람이 있으니 국내에서 쏟아지는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그녀의 삶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세속적인 성공의 관점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결례이지만, 그 쉽지 않은 문턱을 통과한 과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그 안에서 무언가 배워보고 싶은 욕구는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하버드법대 종신교수 석지영, 그녀는 2006년 한국계 최초로 하버드법대 교수로 임용되었고, 2010년 아시아여성 최초로 하버드법대 종신교수로 선출되었다. 이 이력 하나만으로도 놀라웠지만, 그녀의 삶의 과정이 처음부터 학자의 길이 아니었음에 좀 더 놀라웠다. 더군다나 법과는 거리가 먼 삶에서 어떻게 지금의 길에 들어섰는지 그 과정은 흥미로웠다.
아메리칸 발레학교, 줄리아드 예비학교, 예일대 학부, 옥스퍼드 대학원,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학력을 보면 수준을 떠나 다재다능함에 놀랍기까지 하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영역을 거쳐 왔다는 것과 더불어 과정과는 왠지 상관없어 보이는 법이라는 곳에 정착했다는 것 역시 그녀의 삶에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에는 그녀의 가족이 이민을 오게 된 과정부터 성장과정, 그리고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그녀만의 이야기와 성찰이 담겨있다.
그녀는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학구열이 넘치는 학생도 아니었고, 교수의 꿈을 꾸지도 않았다. 그녀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은 주변의 스승들을 통해서였다. 그들은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았고 그녀의 열정에 불을 붙여주었다. 또한 늘 책에 빠져 지내며 얻은 문학적 감성과 상상력, 다양한 지식들, 그리고 발레와 음악을 하며 얻었던 표현력과 감수성들은 그녀가 원하던 대학지원에서부터 지금의 교수의 자리에 있기까지 그녀의 핵심 원천이자 삶의 기회로 작용했다.
혹여 그녀의 삶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겠다고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무시한 채 강요하는 부모들이 없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은 그녀 스스로가 선택하고 열정적으로 해온 것들이다. 강제적이었다면 열정은 지속적이지 못했을 것이고 이 모든 과정은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녀 역시 어머니의 반대로 발레리나로서의 기회를 포기한 것이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는 만큼 아이들의 길을 부모가 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라고 조언한다. 이렇듯 아이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석지영 교수의 경험을 비추어 어떻게 자발적으로 창조적인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을지 충분히 부모들이 고민해야 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당당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영감을 주며 이끌어야 한다.

창조와 열정이 강조되는 시대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라’ 등의 조언은 이제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하지만, 현실은 늘 ‘어떻게’라는 의문에서 멈춰 서게 만든다. 남들과 똑같은 교육에서 최고라는 목표를 가지고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창조와 열정은 갖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로 인한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작 찾아온 도전의 기회를 지나치기가 쉬웠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얻는 다양한 경험은 창조와 열정을 선물로 선사한다. 그 수많은 경험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들을 경험하고 찾아낼 수 있다. 해보지 않고 알 수 있는 사람들, 한 번에 찾은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부터도 나이를 먹으면서 유독 후회하는 한 가지는 젊은 시절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이 부분을 채워보려고 노력중이다. 어쩌면 내가 뒤늦게 독서에 빠진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를 통해서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슴 뛰는 삶에 가까워지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마치 소설의 여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보듯 매료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자유롭게 공부하고 선택할 수 있었던 그녀의 환경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물론, 그녀 스스로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선택했고 그 순간 열정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의 산물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이 점이 무엇보다 부러웠다.
그리고 그녀의 열정과 따뜻함이 사람들을 끌어당겼을까? 그녀의 주변에는 좋은 친구와 동료, 훌륭한 스승들이 멘토로서 늘 함께 했다. 그녀의 삶에서 그들이 준 영감과 도움은 가장 소중한 부분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깨달은 소중한 가치인 가족과 친구, 동료, 도전, 용기, 열정, 인내, 자유, 독서와 글쓰기 등을 자신의 삶의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투영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공부 잘하는 법, 성공하는 법 등 무언가 손에 잡힐 만한 노하우를 얻고자하겠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 더 본질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의 삶에서 경험으로 얻었던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이룰지 선택의 의미를 숙고해볼 수 있게 이끌어간다.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도전과 열정을, 누군가에게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를,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교육의 가치와 방향을, 누군가에게는 바쁜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행로를 숙고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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