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데레사 111展 - 위로의 샘
김경상 외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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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1910년 당시 알바니아에 속해 있던 스코페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신앙심이 돈독했던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늘 남을 배려하는 어른스러운 소녀였다. 그녀는 1931년 로레토 성모 수녀회에서 청빈, 정결, 순명을 서약하고 수녀가 되었고, 1948년 교황청으로부터 수도원 밖 거주를 허가받았다. 이후 1997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하실 때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실천하셨고, 평화롭게 죽음을 예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젊은 시절 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전율과 겸허함의 감동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데레사라는 그녀의 이름과 그 이름 앞의 마더라는 호칭의 의미를 이제는 알기에 그 이름만으로도 그녀의 삶이 그리운 추억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그녀는 수녀라는 신분이 봉사와 희생이며 수행을 의미하는데도 불구하고, 더 힘들고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낮은 자들의 거리로 나아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꺼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기에 동료들조차도 만류했지만, 그녀의 신심과 인간에 대한 넘치는 사랑은 확고하고 견고했다. 모두가 그녀의 선교회 사업을 말리고 나섰을 때 자신을 ‘하느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이라고 표현한 그녀의 한 마디에서도 단호한 결심이 드러난다.
인도 콜카타 크리크 레인의 허름한 건물, 작은 방 하나를 무료로 얻었고 그곳에서 가난한 자들과의 나눔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한때 그녀가 가르쳤던 소녀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들도 나눔의 삶을 살겠다며 하나둘 찾아왔고, 어느새 그녀 주변에는 든든한 동역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녀가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1950년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그 안에 임종의 집, 평화의 마을, 어린이들의 집 등 병들고 굶주린 자들의 안식처를 하나둘 만들어 갔다. 이후 사랑의 선교회는 세계 곳곳에 지부를 세울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봉사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세운 인도 콜카타의 사랑의 선교회는 사진 촬영이 몹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사진들은 사진 작업을 하신 김경상 님이 선교회 수도자 참사위원회와의 몇 년 간의 논의를 거쳐 어렵게 촬영 허락을 받아서 탄생한 사진들이다. 더욱이 가장 최근의 인도 콜카타 사랑의 선교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이 책의 사진집은 좀 더 특별하고 의미가 있다.
이 책에는 사랑의 선교 수녀회의 모습에서부터 임종의 집 칼리가트, 장애아동의 집 시슈 브하반, 평화의 마을 티타가르, 프렘 단, 하우라, 도시 콜카타의 모습과 갠지스강 화장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다양한 사진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각각의 사진에서 전해오는 감상을 담아 59명의 시와 기도, 이야기들이 함께 한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각박하고 외로운 곳, 비참하고 처절한 곳에서 혈혈단신이었지만, 묵묵히 성실하게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주변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갔다. 그녀의 삶에는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게 종교도, 신분도, 부와 명예도, 세상 그 어떤 것도 경계라는 테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온 마음을 다해 돌보았던 사람들에게서 신과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그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되돌려주었다. 모든 경계와 차별, 차이를 주장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녀의 진정성과 사랑 앞에서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와 신분의 차이를 떠나서 마더 데레사 수녀님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진심이 담긴 배려와 소통은 줄어들고 있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각박한 세상에서 데레사 수녀님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한편으로 앞으로의 세상은 그녀의 사랑이 평범하게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랑은 탁월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라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서 절실해진다.


그동안 알아왔던 데레사 수녀님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모습들이 이 책 안의 사진들과 겹쳐지며 또 다른 감동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선교회와 주변 거리의 최근 모습들, 그리고 데레사 수녀님의 흔적들, 각각의 사진으로 접하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타인의 글을 통해서 함께 공유하고 음미하며 깊이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죽음의 의미, 사랑의 가치 등 어쩌면 살면서 놓치고 있었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각인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랑을 실천해가는 적극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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