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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2012년 2월
평점 :
러시아의 3대 문호였던 톨스토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가이자 사상가이다. 젊은 시절 톨스토이 단편선을 처음으로 접하면서 삶의 의미를 사색해볼 수 있었고,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웠던 기억이 난다. 이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최근에 부활을 읽었고, 톨스토이 단편선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렇듯 그의 글에 매력을 느끼는 나에게 톨스토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이라는 문구는 독서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는 역사적인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남긴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하루의 날짜를 기준으로 1년 동안인 365개가 담겨있다. 해당날짜에 맞춰서 매일매일 하나씩 읽어도 되고 때로는 무작위로 펼쳐서 읽어도 되는 구성이다. 톨스토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졌던 사상가들인 존 러스킨, 파스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루소, 스피노자 등의 글에서부터 기독교, 불교, 도교, 유교, 이슬람교 등 동서양 종교의 경전과 사상이 가득하다. 특히, 노자와 공자의 글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그는 종교나 사상적인 측면에서 편협한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았고 다양한 사상과 경전의 가르침을 도덕 윤리적 실천지침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글은 톨스토이가 수많은 성현들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뽑아서 일력으로 엮은 것이지만, 원문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 자신이 저자의 글과 사상을 음미하고 재해석하며 자유롭게 옮긴 글이라 간혹 원전의 의미와 다른 경우도 있고, 그의 생각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그가 원전을 밝히지 않고 저자들의 이름만 밝힌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글들은 기존의 수많은 사람들의 명언이나 속담을 엮은 잠언서와 구별되는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1일 기준으로 한 페이지를 넘지 않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부담 없이 작은 시간의 투자로 가볍게 읽으면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실용서로써의 가치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엮은 목적은 여러 자자들의 책을 그냥 직역하여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훌륭하고 풍부한 사상을 이용하여 독자들에게 보다 좋은 사상과 감정을 일깨워 주고, 매일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나는 내가 이 책을 엮을 때 경험했던 고귀한 감정 그리고 지금도 매번 읽을 때마다 경험하는 고귀한 감정을 독자들도 경험하기를 바란다.'
- 레프 톨스토이
이 책은 옛 성현들의 가치 있는 글귀 이외에도 톨스토이의 주관적인 성향과 사상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그가 죽기 전, 주치의와 단 둘이서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면서 챙겨갔던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점에서 그가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삶의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했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느껴가는 중이다. 삶에서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가 쌓여갈수록 삶을 좀 더 현명하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