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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레시피 ㅣ 지하철 시집 3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서울 지하철역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시들을 선별하여 엮은 지하철 시집, ‘희망의 레시피와 사랑의 레시피’에 이은 세 번째 지하철 시집이다.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선정된 이번 시들은 2011년 시민시 선정작을 모은 것이다. 이미 등단하여 시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 분들도 있지만, 전업주부, 여고생, 취업준비중인 대학생, 회사원, 무역회사 사장, 초등학교 선생님, 대학교수, 우체국장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쓴 담백하고 진솔한 시들이 담겨있다.
‘1부 아버지의 바다, 2부 대한민국 청년, 3부 소박한 행복, 4부 봄 편지, 5부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5개의 대표시를 기준으로 소재별로 분류하여 5부로 구성했다. 1부는 ‘가족’, 2부는 ‘사랑’, 3부는 ‘행복’, 4부는 ‘환경’, 5부는 ‘생활의 발견’을 표현한 작품들로 엮었다. 시인의 이름 옆에는 시가 게시되어 있는 역명과 함께 해당 스크린 도어 사진이 작은 책갈피 마냥 보여 진다.
시를 말의 꽃이라고 표현한 허홍구 시인은 이 책 안의 시민 시들을 들꽃이라고 표현했다. 수십 년 넘게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그를 부끄럽게 하는 들꽃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편들, 시인이라는 전문성으로 포장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시인이 간직해야할 순진무구함과 자연스러움, 진솔함과 담백함이 더욱 진하게 전해오는 시들이라고 소개한다.
한 사람의 시가 아닌 수백 명의 낯선 사람들의 시들이 수백 종의 들꽃 향기처럼 사람들의 가슴마다 나름의 의미가 되어 향기를 전하고 마음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추억에 대한, 삶에 대한 사색에 잠기게 만든다. 한 페이지에 한 편 씩 담긴 짧고 간결한 시들이지만, 각 시들에 담긴 감정적인 사유와 의미는 읽는 이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놓치고 있었던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들을 깨닫게 한다.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맹목적인 욕망을 쫓아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이 자신 가까이에 있음을 시구절 하나하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시들은 시민시라는 특징답게 누구나 쉽게 읽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들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가다 보면 공감의 깊이가 조금씩 더해가고, 어느 순간 앞에 읽었던 시와 지금 읽고 있는 시가 과거의 추억이 되고 오늘 아침 출근길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각자의 삶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 길에서 생각하고 느끼며 고민하는 것들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행복의 가치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욕망의 그릇은 담고 담아도 끝이 없듯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하나를 얻게 되도 곧이어 부족함을 느끼고 더 큰 것을 찾아 자신을 채찍질한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주변을 돌아보자.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주변의 소소한 기쁨, 자신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과 그 주변 자연의 모습들, 생명이 꿈틀대는 아침거리 모습들, 활발한 시장의 아침, 해맑은 휴일오후 등 우리가 가진 행복들이 가까운 곳에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짧은 시 하나하나가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우리에게 다시 일깨울 수 있다. 그 행복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잃어버린 행복들이다. 이 책의 시 하나하나가 그 소중함을 일깨우고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도록 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