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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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악한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에서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벌어진 최악의 인권 침해와 정치적 탄압이 벌어졌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쿠데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군부 정권은 좌익 게릴라 소탕이라는 명분 아래 무고한 시민을 불법체포, 납치, 고문, 사살했고, 정권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납치, 살해했다. 인권단체의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강제 실종 3만 명, 강제 입양 500명, 정치범 1만 명, 정치적 망명자가 3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힘겹고 처절했으며 공포스러웠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위 시기를 배경으로 부모와 자식, 남매의 사랑과 희생을 다루고 있다. 현실의 비델라 장군과 비견되는 허구의 로페즈 장군을 등장시켜 전개했다.

 

1977년 어느 날 밤, 마을의 전기가 일시에 나가고, 의도적인 어둠을 틈타 헌병들의 불법체포가 자행된다. 그날은 주인공인 실비아의 집이 대상이었다. 복면을 쓴 군복차림의 괴한들이 거칠게 들이닥쳤고, 그들은 의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실비아 사이에서 오빠 에두아르도에게 두건을 씌우고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갔다.
이후 실비아는 오빠 에두아르도를 빼내기 위해서 로페즈 장군의 아들인 노베르토에게 접근한다. 이전부터 노베르토가 실비아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에두아르도는 감옥에 갇혀 견디기 힘든 고문과 협박을 받으며 자백을 강요받는다.

 

이 책은 실비아와 에두아르도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실비아의 시점과 에두아르도의 시점을 번갈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쟁 못지않은 당시의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상황, 긴박함이 절절히 전해지면서도 그 안에서 남매의 애절한 사랑과 안타까움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와 공감의 깊이가 더 전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불안정한 정국을 틈탄 독재자들의 야욕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탄압해왔지만, 대부분 그 끝은 좋지 않았다.


이 책의 역사나 우리의 역사가 마치 흘러간 과거의 일로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상황은 지금도 공공연히 벌어지며 목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대규모 촛불집회에서부터 대학등록금 관련 평화시위, 최근 한미FTA 관련 시위 등에 이르기까지 공권력을 이용한 폭력진압, 언론탄압, 인권부재 등을 보면서 상처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쌓아왔던 자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권력의 무서움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올바르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할지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위정자들은 국가의 권력이 국민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되새겨봄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각인하고 자신이 가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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