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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는 김향미, 양학용 부부가 이번에는 4년 만에 라오스로 떠났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은 나라 라오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늘어났고, 2008년에는 뉴욕타임스에 세계에서 첫 번째로 가봐야 할 나라로 뽑히기도 했다.
라오스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걸까?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로 가라는 말을 흔히 하듯 그곳에서는 사람들의 순수함과 해맑은 미소 속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매순간 욕망을 쫓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라오스는 느림의 미학이자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그래서일까? 여행자들에게 라오스는 그리움이 스며있는 고향과 같은 느낌을 주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25가지 이야기와 여정을 통해서 라오스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들도 곳곳에 담겨 있다. 여행 경로를 표시한 지도에서부터 여행을 위한 중요 정보들을 책 겉표지 뒷면에 수록한 점도 돋보인다. 여행자로써의 여정과 함께 라오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진솔하게 풀어냈다.
라오스는 여느 관광지처럼 특별한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마치 우리네 과거의 시골 풍경처럼 여유로움과 정겨움이 묻어나온다. 도시마저도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분주함은 몰라도 우리가 흔히 느끼는 속도감, 바쁨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순박한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와 여유로움이 모든 곳을 동화시킨 듯이 말이다.
책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라오스 사람들과 아이들의 미소에는 순수함과 행복이 담겨 있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단순한 삶 속에서도 그들은 행복을 낚는다. 행복과 욕망을 착각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쉽게 낚을 수 없는 행복이다. 라오스의 평범한 일상에 동화된 여행자라면 잠시나마 그들의 행복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라오스의 평범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들, 시속 4킬로미터의 속도로 천천히 걸으면서도 이방인에게 경계심 없이 미소 짓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낯선 여행자들에게 모내기하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사람들, 뜨거운 태양아래 하루를 보내고 느리고도 평화롭게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담그는 아빠와 누런 강물에 멱을 감는 아이들의 오붓한 모습,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욕심 없이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행자는 자신의 삶에서 놓쳐버린 것들을 깨닫는다. 이러한 감정적 교류와 깨달음이 여행의 소중한 가치이자 의미일 것이다. 여행자는 등에 지고 갔던 욕망들을 모두 내려놓고 단순하지만 순수하고 솔직한 자신만의 욕망 하나를 건져 돌아왔다.
여행의 목적은 세상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끝에 닿는 일이라는 어떤 책의 글귀가 떠오른다. 한 때 눈과 귀로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담아오려고 빠르고 거침없는 여행을 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을 벗어버리고 소중한 무언가를 얻어오는 그런 여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