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터 - 나희덕, 장석남 두 시인의 편지
나희덕.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막역한 사이인 중견 시인 나희덕님과 장석남님이 2010년 2월부터 1년간 주고받은 서른 통의 편지들을 담아서 엮은 것이다. 이 편지들은 프로젝트 성격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좋은 생각이라는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주고받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유와 사연들을 접하다보면 손편지와 같은 따뜻함과 담백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소통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친구의 정과 더불어 추억, 아름다움, 가족, 사랑, 감사 등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한 감정의 교류가 담겨 있다.

두 시인의 감성적인 눈은 자연의 섭리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아름다움의 참의미를 깨닫게 하고 인간의 생활 속에서 담백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때때로 그들이 즐겨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와 사이사이 언급되는 고전의 한 구절들, 위인들에 대한 일화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그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1년 사이에 장석남 시인의 스승인 최하림 선생님이 돌아가셨고, 나희덕 시인의 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나눈 편지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가까운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애틋함도 담겨있다.
더불어 그들이 공유한 아버지로써 느끼는, 어머니로써 느끼는 부모와 자식에 대한 사랑의 느낌은 인간 본연의 공감과 이해를 통해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가치를 일깨우기도 한다. 
그들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가 마음으로 소통했고 지적인 교감과 더불어 삶에 대한 깨달음을 공유하고 공감했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시들은 그들의 감정과 그 순간의 느낌을 독자들의 감정에 이입시켜 준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펜과 종이로의 소통은 사라져갔고 컴퓨터를 통해서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이제 손글씨로 정성스레 써내려간 편지는 아득한 추억 속에 그리움으로 남아버렸다. 유난히 이런 그리움과 아쉬움이 남는 것은 편지에 담긴 정성과 감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쉽고 명확하며 빠른 느낌의 이메일에서는 이런 요소를 찾는다는 것이 사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시인이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으며 소통한 느낌들은 편지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편지에 대한 그리움은 외형적인 것보다는 감정의 솔직함과 서로에 대한 배려, 애틋함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함일지 모른다. 그래서 두 시인의 감정적 교류와 따뜻한 소통이 더욱 부럽고도 부럽다.
주변에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지만,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가끔 전화 한 통과 짧은 문자들을 주고받거나 때때로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가볍게 주고받는 무미건조함이 전부다. 어느 새부턴가 관계에 대한 소극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진 기분이다.
두 시인의 소통을 느끼다보면 소중한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정성스레 편지 한 통을 쓰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도 좋고 풋풋함이 담겨있었던 연애편지를 수줍게 다시 써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받는 사람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워할지라도 분명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나처럼 닫혀있던 마음의 소통 문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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