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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인천 토박이인 내가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정착하고 살기 시작한 것이 어느 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서울이 인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그 전까지는 서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했다. 간혹 서울 친구들 만나러 몇 번 왕래했던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대도시인 서울,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흔적이 곳곳에 있음에도 과거에는 딱히 가본 곳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다.
일 때문에 정착해서 살게 되고 10년 가까이 지내다보니 서울에서 유명하거나 입소문 난 곳은 친구들과 한 번 이상 돌아보았고, 종종 작은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나름의 산책과 여유를 즐기곤 했다. 지금은 과거의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고향 동네만큼이나 편하고 익숙해졌으니 이제 서울 사람이 다 된 듯싶다.
인천에 살았을 때도 서울에 사는 지금도 자신들의 고향이지만, 그다지 갈만한 곳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자주 보곤 한다. 하지만, 의외로 잘 둘러보면 갈만한 곳들이 생각이상으로 많다. 굳이 교통체증과 비용에 대한 신경을 쓰면서 멀리 나가야만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 가까이에 존재했던 삶의 여유와 행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전 서울시장었던 저자가 5년간 시장으로 지내면서 찾아내고 다듬어왔던 서울의 신명소 44개와 그 장소에 얽힌 사연들이 담겨 있다. ‘어느 멋진 오후, 새로운 날 오후, 행복한 오후, 꿈꾸는 날 오후, 한가한 오후, 걷고 싶은 오후, 바람 좋은 오후, 그리운 날 오후, 심심한 오후, 상쾌한 오후, 맑게 갠 오후, 나를 위한 오후’라는 12개의 테마를 기준으로 서울의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전통의 흔적이 남아있는 북촌한옥마을, 경복궁 너머 서촌, 광장시장과 서울풍물시장에서부터 다양한 창작센터들, 남산의 산책로와 식물원 및 서울타워, 어린이 대공원과 대학로, 서울광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 꿈의 숲과 서울호수공원 및 노을공원, 둘레길, 한강공원과 카페, 역사적 흔적이 담긴 공원들, 다양한 생태공원과 산책하기 좋은 골목길, 캠핑장 및 자전거 도로 등에 대한 소개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숨겨진 명소들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진솔하게 풀어냈다. 또한 생동감 있는 다양한 사진들과 따뜻한 이야기들은 서울에 매력을 더욱 느끼게 해준다.
뒷부분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지역의 약도와 정보들이 담겨 있는 서울 산책 가이드북이 부록으로 담겨있고, 특별부록인 한강 자전거도로 지도와 서울 성곽길 지도도 제공한다. 가볍게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과 더불어 부록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이 날씨 좋은 가을에는 여행과 나들이 가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힘들다. 덕분에 최근 서울 주변과 근교로 나들이를 자주 나가곤 했다. 몇 번 가본 곳은 친근하고 편하지만, 돌아보다보면 의외로 몰랐거나 새롭게 발견하는 장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듯 직접 돌아보다가 멋진 장소를 발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지만, 사전에 정보를 접해서 알고 찾아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간혹 기대감이 커서 실망하지 않도록 출발하기 전에 기대감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북촌을 비롯해서 최근에 둘러봤던 장소들을 책에서 접하게 되니 더욱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멋진 곳을 그냥 지나쳤음을 알게 되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다행히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곳은 다음 방문 때 꼭 들러보려고 한다. 기존에는 나들이에 필요한 서울 주변 정보를 인터넷에서 경험자들인 블로거들을 통해서 주로 수집했는데 앞으로는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듯싶다. 그리고 내친김에 조만간 책 안의 발자취를 따라 서울 여행에 도전해볼까 한다. 책에서 얻은 느낌과는 또 다른 나만의 서울 정취와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며 마음 속에 한 가득 담아오고 싶어졌다.